“금융 안정 심장 떼어내나”…금감원·예보 노조, 지방이전 반대 한목소리

이나윤 기자 2026. 8. 24.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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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보험공사 노조와 금융감독원 노조가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예보기구 및 감독기구의 일방적 지방이전 반대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추진하는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이 이르면 다음 주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전 대상 후보로 거론되는 기관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과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은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안전망 핵심 기관을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라”고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금융안정 외면하는 이전 계획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양 노조는 금융 회사와 관련 기관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예보와 금감원을 지방으로 옮기면 금융 위기 대응이 늦어지고 전문 인력 이탈도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헌 예보 노조위원장은 이날 “금융 안정의 생명은 연결과 신뢰, 그리고 사람”이라며 “금융 안정의 심장을 금융시장의 중심에서 떼어 다른 곳에 옮겨 놓고도 몸이 멀쩡히 살아 움직이겠느냐”고 했다. 이어 “정책이 최소한의 정당성을 가지려면 예금자 보호와 금융 안정에 공백이 없는지, 이전에 따른 비용과 권리 침해가 불공정하게 전가되지 않는지, 지방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에 답해야 한다”며 “예보 이전은 이 세 질문 어디에도 답하지 못한다”고 했다.

예보 노조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예보가 보호하는 예금은 3322조원으로, 이 가운데 은행 예금은 2128조원이다. 노조는 은행 예금의 7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우 금감원 노조위원장도 “조선소가 넓은 바다 곁에 있어야 하고 공항이 하늘길이 열린 곳에 있어야 하듯 국가 핵심 인프라는 그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며 “금융감독원이 현장을 떠나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금감원이 금융사고 사후 수습뿐 아니라 금융회사 내부통제의 취약점을 사전에 찾아내고 규제를 정비하는 역할도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이전이 전문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양 노조는 자체 조사 결과 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계속 근무하겠다는 직원이 4명 중 1명에 불과하고, 2030세대가 대부분인 실무 직원 가운데서는 10명 중 1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 금감원에서는 젊은 직원들의 퇴직 비율이 커지는 추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감원 퇴직자는 총 481명으로 집계됐다. 20~40대 퇴직자 비율은 2022년 35.3%에서 2024년 41.8%, 지난해 39.3%를 기록했고, 올해는 7월까지 퇴직자 54명 가운데 27명으로 절반(50.0%)에 달했다.

한국무역보험공사 박홍철 노동조합 위원장도 연대 발언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무역보험공사가 수출 금융의 방파제라면 금감원과 예보는 금융기관 부실의 방파제”라며 “기관의 고유한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지방 이전은 금융시장 생태계 전반을 흔들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지방이전 논의 이후 출산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는 예보 직원 A씨의 익명 사연도 소개됐다. 서울에 직장이 있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다는 A씨는 “지방이전이 현실화되면 연고도 없는 타지에서 홀로 임신과 출산, 육아를 감당해야 한다”며 “아이를 너무나 원하지만 이 현실을 감당할 엄두가 나지 않아 결국 출산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고 했다.

양 노조는 정부에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서 예보와 금감원을 제외하고, 이전이 금융 안정과 국가 경제에 미칠 비용과 편익을 분석해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지방이전 검토 중단과 이전 대상 제외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청와대 경청통합수석실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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