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도 원유처럼 선물 거래...엔비디아의 ’700조 금융 실험’ 성공할까
GPU 기초로 한 파생상품... 다음 AI 격전 시장은 어디?

엔비디아 칩이 원유, 전력처럼 금융자산이 되는 시대가 오는 걸까요.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오는 10월 ‘AI(인공지능) 컴퓨트 선물’이라는 파생상품을 세계 최초로 출시한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GPU 임대료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38% 치솟는 등 변동성이 커지자 미래의 연산 비용을 미리 확정할 수 있는 금융상품까지 등장한 겁니다.
이 상품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계약입니다. GPU 한 대를 한 달간 빌리는 임대료를 원유처럼 표준화해 사고파는 겁니다. 그동안 기업들은 같은 GPU 용량을 구매해도 누가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던 시장에 벤치마크가 생기는 셈입니다.
20세기 경제의 동력이었던 석유는 현물 거래에서 파생상품시장으로 발전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AI 연산 능력조차 표준화해 거래 가능한 상품으로 만드는 세상까지 와 있습니다. 선물시장이 활성화되면 기업들이 미래 AI 인프라 비용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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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U 담보로 한 엔비디아 새 금융기법… 2008년 파산 위기 몰렸던 AIG 떠올라

금융위기가 클라이맥스로 치닫던 2008년 9월, 세계 최대 보험사 AIG는 파산 문턱까지 갔습니다. 은행들이 들고 있던 부실 주택담보대출 묶음 채권(CDO)에 대해 “부도나면 대신 물어주겠다”며 일종의 보험(CDS)을 수천억 달러어치 팔았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집값이 오르는 동안은 꽤나 짭짤한 장사였지만, 주택 시장이 무너지자 AIG는 하루아침에 감당할 수 없는 담보 요구에 직면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AIG를 사실상 국유화해야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떠올린 건 엔비디아 때문입니다. 엔비디아는 최근 아폴로·블랙록·골드만삭스·KKR 등 월가 거물들과 손잡고 5000억달러(약 706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금융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 컨소시엄이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담보로 AI 기업들에 대출을 내주고, 엔비디아는 상환 불능 시 손실의 최대 25%를 보증하기로 약속했습니다. AI 연산 능력을 투자 자산화하는 신박한 금융 기법입니다.
◇넥스트 칩 워… AI 인프라의 신경망 ‘光 네트워킹’을 접수하라

지금까지 AI 인프라 경쟁의 주인공은 단연 반도체였습니다. 하지만 AI 모델과 데이터센터가 거대해지면서 칩 자체가 아니라 ‘칩과 칩 사이’가 새로운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GPU가 아무리 빨라지고 HBM이 더 많은 데이터를 공급해도 수천~수만 개의 GPU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가 느리면 비싼 칩의 성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네트워킹이 AI 산업의 반도체 다음 최대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를 ‘AI 인프라의 다음 개척지(Next Frontier)’라 표현합니다. 글로벌 AI 인프라 네트워킹 관련 시장 규모는 올해 약 150억달러에서 2028년 1543억달러로 급격히 팽창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지난 6일 미국 AI(인공지능) 광네트워킹 스타트업 루미렌스(Lumilens)가 시리즈C 투자(스타트업 후기 투자)에서 7억달러(약 1조원) 이상을 조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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