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부코페’의 역할은 코미디 문화와 장르의 확장…故 전유성 개그의 맥락과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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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이 지난 21일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30일까지 9일간의 다채로운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코미디 성장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제 1회 개그맨 전유성 상의 제정과 '전유성 없는 전유성 쇼'다.
전유성은 주로 극단 출신 희극인들이 활동하면서 몸개그, 슬랩스틱 위주의 기존 코미디계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지며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처음 썼다.
전유성은 코미디 플레이어라기 보다는 코미디와 공연을 기획하고 코미디언(개그맨)들의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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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제14회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BICF)이 지난 21일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개막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30일까지 9일간의 다채로운 공연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올해는 10개국에서 52개 팀이 참여한다.
부코페는 2012년 전초전격인 ‘한·일 코미디 페스티벌’을 연 후 이듬해부터 14년간 한 번의 공백 없이 이어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전유성 없는 전유성쇼' 출연자인 이홍렬 [사진=부코페 조직위원회]](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24/inews24/20260824103728940tchw.jpg)
해운대해수욕장 모래사장에 마련됐던 특설무대에서 이뤄진 한일코미디페스티벌은 코미디는 언어적 장벽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과 경험을 선사한 바 있다. 이후 부코페가 유럽과 아메리카, 오세아니아의 코미디팀들을 초청하고 그들과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경험에서 얻은 자신감 때문이다.
부코페는 지역축제의 성공적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코미디 문화와 장르의 확장이다. 이는 부코페 명예조직위원장인 고(故) 전유성이 만든 슬로건인 “부산바다! 웃음바다!”와도 썩 잘 어울린다.
부코페 창설 이전만 해도 공개 코미디 방식인 ‘개그콘서트’ 위주의 코미디가 주로 소비됐다. 편중된 소비였다. 하지만 부코페를 통해 콩트와 스탠드업 코미디, 만담, 저글링, 마임, 마술, 넌버벌 코미디 등 다양한 코미디 메뉴들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올해는 대한민국 코미디계의 큰 어른인 전유성을 기리는 뜻깊은 시간이 마련돼 의미를 더하고 있다. 고인의 뜻을 이어받아 대한민국 코미디 성장에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제 1회 개그맨 전유성 상의 제정과 ‘전유성 없는 전유성 쇼’다.
1회 전유성 상 수상자인 박준형은 시상자로 나선 이홍렬로부터 상을 받은 후 “전유성 선배님께서 ‘내가 살아있을 때 만들지 그랬냐’고 하실 것 같다”며 성대모사를 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제1회 전유성상 수상자 박준형(오른쪽)과 시상자 이홍렬 [사진=부코페 조직위원회]](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24/inews24/20260824103730228mdig.jpg)
전유성이 대한민국 코미디계에 남긴 발자취와 코미디를 향한 열정을 되새기는 작업은 ‘전유성 없는 전유성 쇼’라는 헌정공연으로 이어졌다. 토크와 쇼, 콩트가 어우러진 이 코미디쇼에는 후배 중에서 고인과의 만남이 가장 오래된 이홍렬과 극단과 학교 제자인 신봉선과 김신영, 전유성의 극단에서 활동했던 졸탄 멤버인 이재형 한현민 정진욱, 그리고 전유성의 사위인 김장섭 씨까지 참가했다.
이홍렬은 공연의 포문을 연 ‘바람잡이’였다. 고인과는 제대후인 1975년, 50년 전에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이홍렬은 “아주 신선했고 발상의 전환이 온몸에 붙어 있는 사람이다. 아재 개그도 전유성 톤으로 갖다붙이면 모두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유성 톤으로 “사도세자가 왜 세자야? 두자지”라고 말해 웃음을 주었다. 남원에는 춘향이나 이도령이 아닌 변학도 동상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공무원으로 임용된 사람들이 변학도 동산 앞에 와서 “너처럼 안살거야”라고 말하면 된다고 했다.
!['전유성 없는 전유성쇼'의 신봉선 [사진=부코페 조직위원회]](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24/inews24/20260824103731482eizt.jpg)
이어 개그팀 졸탄이 군대를 콘셉트로 한 콩트 무대를 꾸몄다. 신봉선은 부캐릭터인 ‘차여사’를 선보였는데, 객석에 앉아 있던 김준호와 김대희를 즉흥적으로 무대 위로 불러내 애드립으로 무대를 만들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전유성 없는 전유성쇼'의 신봉선(가운데)에게 얼떨결에 불려나온 김준호와 김대희 [사진=부코페 조직위원회]](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24/inews24/20260824103732735rzvt.jpg)
김신영은 ‘둘째이모 김다비’로 변신했다. 전유성이 개그맨도 앨범을 내 사랑받을 수 있다며, 김신영에게 노래를 하라고 해서 시작한 게 김다비 캐릭터라고 했다. 김신영은 ‘주라주라’ ‘뿐이고’ ‘자갈치 아지매’ ‘이제는’을 열창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공연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들은 중간중간 “전유성 선생님이 좋아하실까?”라고 물은 후 “선생님은 웃기면 무조건 된다고 하셨어”라고 말하며 강행했다.
!['전유성 없는 전유성쇼'의 김신영 [사진=부코페 조직위원회]](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24/inews24/20260824103733997yseu.jpg)
전유성이라는 존재는 코미디의 다양성에 기여한다는 말과 맥락을 함께 한다. 개그라는 말 자체를 전유성이 처음 만들었다.
전유성은 주로 극단 출신 희극인들이 활동하면서 몸개그, 슬랩스틱 위주의 기존 코미디계에 새롭게 도전장을 던지며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처음 썼다. 이 때부터 자유롭고 창의적인 코미디 정신을 평생 추구할 기반이 만들어졌다.
그 베이스 캠프는 1974년 10월 4일 ~ 1975년 9월 25일 방송된 우리나라 최초의 개그 프로그램 TBC(동양방송) ‘살짜기 웃어예’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전유성 외에도 임성훈 최미나 김병조 고영수 정광태 이상용 송영길 허원 손철 김윤희 성은주 등이 출연했다. 이들은 MC나 재담꾼 등 당대 명물들과 젊은 코미디언들이 섞여 있었다. 이들 대다수를 개그맨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임성훈은 가수를 하다 74년 ‘살짜기 웃어예’를 통해 방송MC로 데뷔했고, 최미나도 이 프로그램으로 데뷔했다.
여기는 몸개그보다는 말개그, 초기 형태의 스탠드업 코미디의 실험장이었다. ‘살짜기 웃어예’의 녹화일에는 녹화공간이었던 운현궁 공개홀에는 항상 긴 줄을 볼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었던 필자도 이 앞에서 20대 중반의 임성훈과 최미나를 보기도 했다. 초기에는 이들의 개그가 신선한 듯 하면서도 별로 안웃긴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새로운 색깔을 잘 다져나가면서 코미디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14회 부코페에서의 전유성에 대한 헌정식 [사진=부코페 조직위원회]](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24/inews24/20260824103735235msro.jpg)
전유성은 1974년의 ‘살짜기 웃어예’ 출신이지만, 1969년부터 방송작가로 활동하며 기획력을 보여주었고, 공연기획자로도 활동했다. 1964년부터 83년까지 방송된 TBC 쇼프로그램인 ‘쇼쇼쇼’의 대본작가였다. 사실상 우리나라 TV 예능 방송의 시초인 ‘쇼쇼쇼’ MC 겸 코미디언인 ‘후라이보이’ 곽규석의 진행 멘트를 쓰는 일이었다.
전유성은 코미디 플레이어라기 보다는 코미디와 공연을 기획하고 코미디언(개그맨)들의 판을 깔아주는 역할을 많이 했다. 콩트에서도 임하룡이나 김형곤, 최양락 등을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 전유성의 개그에 대해 “히트한 게 없다” “재미없다”는 반응이 나왔던 것도 이런 점과 관련이 있다.
심지어 전유성은 영화사의 광고 카피라이터로도 활동했고, 심야볼링장과 심야극장 아이디어까지 내 사업으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코미디 극단을 만들어 후배들을 양성했고, 청도와 남원 등지의 지역 발전을 위해 콘텐츠를 끊임없이 개발했다. 그는 타고난 ‘아이디어맨’이었다.
전유성은 항상 새롭게 생각하고, 낯설게 바라보며 발상의 전환을 이끌어내면서 차별화된 면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일견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우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부코페는 이러한 전유성의 유지를 잘 이어받고 있다.
![14회 부코페 개막공연 출연자와 관계자들 [사진=부코페 조직위원회]](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24/inews24/20260824103736494ixdc.jpg)
그동안 시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에 기여해 온 부코페는 2024년부터 동서대학교 등 지역 대학과 연계한 코미디 인재 양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코미디 전용 극장 조성을 통해 창작, 교육, 제작이 연계되는 코미디 기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부산에서 코미디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 축제를 넘어 코미디 산업의 기반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부코페'는 부산을 중심으로 K-COMEDY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아시아 코미디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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