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자동으로 동해 해류 관측…'왕돌초 해양과학기지'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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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바닷가 마을인 경북 울진 후포면. 이곳에서 한 시간 반 동안 배를 타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4번째 해양과학기지이자 동해 최초의 해양과학기지인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에 갈 수 있다. 지난 7월 말 국내 언론 최초로 둘러본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동해 바다 한가운데에 철골 구조물 형태로 세워져 있었다.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바다와 대기 변화를 24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수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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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바닷가 마을인 경북 울진 후포면. 이곳에서 한 시간 반 동안 배를 타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4번째 해양과학기지이자 동해 최초의 해양과학기지인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에 갈 수 있다. 지난 7월 말 국내 언론 최초로 둘러본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동해 바다 한가운데에 철골 구조물 형태로 세워져 있었다.
● 망망대해의 철골 구조물, 동해 관측 최전선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에 도착하자 파란 바다와 그보다 더 파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이 360도로 펼쳐졌다. 바다 한가운데 있다는 게 새삼 느껴졌다. 총 높이가 약 53m로 아파트 19층 높이와 맞먹는다. 최대파고 19.24m, 순간최대풍속 초속 75.5m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됐다.
태풍이 와도 문제없을 정도다.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바다와 대기 변화를 24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수집한다. 이렇게 모인 자료는 기상 예보부터 해양 환경 연구, 재해 예방 등에 사용된다.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2026년 1월 남해 이어도와 서해 가거초, 소청초에 이어 네 번째로 건설된 해양과학기지다. 후포에서 동쪽으로 약 23km 떨어진 수중 암초인 ‘왕돌초’에 건설됐다. 왕돌초에는 3개의 수중 봉우리가 있다. 기지가 위치한 봉우리인 ‘맞잠’은 수심이 23m밖에 되지 않는다. 암초의 얕은 수심 때문에 철골 구조물을 바다에 세우기 적합했다.
얕은 암초 근처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아간다. 정진용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해양데이터·인프라본부장은 “부착생물부터 돌고래와 상어로 이어지는 해양 생태계 전반을 추적하기에 적합한 곳”이라 설명했다.
무엇보다 왕돌초는 동한난류와 북한한류가 교차하는 곳이다. 동한난류는 한반도 남동쪽 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대표적 난류로, 북위 36~38도에서 고위도에서 내려오는 북한한류를 만난다. 덕분에 왕돌초는 126종 이상의 정착성 생물과 계절별로 200종 이상의 해양 생물이 공존하는 동해 최고의 생태학적 요충지다.
계단을 올라 위층 셀라 데크로 향하자 총 3개 층으로 이뤄진 연구 및 실내 공간이 나타났다. 가장 아래 셀라 데크는 전력 및 설비 공간이다. 2대의 디젤엔진 발전기와 2V 배터리 110개가 각각 들어가 있다. 셀라 데크 위는 메인 데크다. 제어실, 침실, 식당 겸 회의실 등이 위치한다. 제어실에서는 두 대의 컴퓨터 화면에서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의 상태뿐만 아니라 기지에 설치된 기상장비와 해양장비 등이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각종 데이터가 모이고 있었다.
“여기 화면에 보이는 건 기지 다리에 설치한 ‘인공생태암반(암스)’입니다.” 정 본부장이 가리키는 화면 안에 여러 개의 사각형이 보였다. 암스는 인공 암초 역할을 하는 인공 구조물이다.
정 본부장은 “암스에서 무척추동물이나 미세조류 등 부착생물이 이곳에서 자란다”며 “암스를 수심별로 여러 개 설치한 뒤 하나씩 건져 올려 연구하면 시간에 따라 동해의 해양 생물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왕돌초 해양과학기지에는 최대 8년 동안 생물 군집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하는지 관찰할 수 있게 암스 장비를 설치해 둔 상태다.
● 바다와 하늘, 기지를 완벽하게 만드는 추가 연구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앞으로 첨단 과학기술로 동해의 변화를 감지하는 관측 거점이 될 전망이다. 기지 근처의 연구 정점에서는 연구자들이 주기적으로 해양 환경, 생물, 수질 등을 조사하고 시료를 채집한다. 기지 관측 자료의 정확도를 확인하고 보정하기 위해서다.
정 본부장은 “바닷속에 오래 설치된 센서는 부착생물이나 오염 때문에 값이 어긋날 수 있어 주기적으로 주변 정점에서 직접 얻은 현장 관측값과 비교해 센서의 정확도를 살핀다”고 부연했다.
해류의 범위와 흐름을 관측하기 위해 드론도 사용한다. 기지 옥상에는 드론 스테이션이 설치돼 있다. 사람이 직접 조종하지 않아도 드론이 정해진 시간에 자동으로 이륙해 바다를 관측하고 돌아와 충전되는 시스템이다.
이종석 해양재난연구부 선임연구원은 “한시간에 한 번 정각마다 드론이 자동 비행해 약 10분 동안 동한 난류의 영향 범위와 흐름을 관측한다”고 설명했다.
해양과학기지는 수온, 파도 높이, 해수면 변화 등 바다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기후 변화와 기후 재난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응 정보를 만든다.
정 본부장은 “처음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를 짓는다고 했을 때, 어업 활동에 방해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후포 지역 어민들의 반발이 거셌다”며 “해양과학기지로 인근 해역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이 정보가 다시 어민들의 어업 활동에 활용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마음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왕돌초 해양과학기지는 앞으로 50년, 동해의 최전선에서 단 하루도 빠짐없이 바다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이다.
[울진=김태희 기자 tae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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