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공예명작전’ 영남권 부산전 개막 10월엔 진주·2027년 1월 창원 순회 전시 공예와 음률의 조화로 엮어낸 영남의 미학 최성우·이용기·정만영 등 32명 130여 점
‘찾아가는 공예명작전 2026’ 영남권 전시 '영남율려' 1부에 선보인 '문방사우' 책장. 뭉크 촬영,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궁중채화 보유자 최성우의 설치 작품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신수목’(2026). 뭉크 촬영,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전시장 초입,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거대한 고목과 그 가지 끝에 피어난 붉은 꽃, 그리고 바닥에 놓인 평평한 형상 위로 떨어진 꽃잎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궁중채화 보유자 최성우의 설치 작품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신수목’(2026)이다. 이와 함께 흐르는 다채로운 새소리는 부산의 사운드 아티스트 정만영 작가가 예천 용문사, 지리산, 서울 고궁, 대둔산, 여주 신륵사 등에서 10여 년간 채집한 사운드 아트 ‘산산 천천’(2024)이다. 아주 잠깐이지만 시공을 초월한 듯, 여름 한낮의 무더위마저 잊게 한다.
‘찾아가는 공예명작전 2026’ 영남권 전시 '영남율려' 2부 '생태율' 다실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찾아가는 공예명작전 2026’ 영남권 전시 '영남율려' 2부 '생태율' 전시 전경.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공예가 이용기 '그리움-대숲에 바람이 분다'(2026) 일부. 이 작품은 목공예, 자개, 금속, 옻칠로 만들었다. 김은영 기자 key66@
부산 사운드 아티스트 정만영의 '사운드 포토-무지개폭포소리'(경남 양산 홍룡폭포, 2026). 김은영 기자 key66@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36칸 격자 책장에 울산 무형유산 모필장 김종춘, 칠예가 석문진·양점모, 도예가 이영호·박래기·한정 등의 문방사우 작품이 가득하다. 모퉁이를 돌면 고즈넉한 찻자리가 펼쳐진다. 전시장 바닥에는 조약돌과 마른 짚이 깔려 있고, 이용기 작가가 나무를 깎아 만든 대나무가 숲을 이루며, 한쪽 벽에 걸린 양산 홍룡폭포 사진에서는 정만영 작가의 폭포수 소리가 시원하게 울려 퍼진다.
이곳은 ‘찾아가는 공예명작전 2026’ 영남권 전시가 한창인 부산 남천동 도모헌이다. 지난 11일 시작해 내달 4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영남권 전시로, 주제는 ‘영남율려(嶺南律呂): 자연, 사람, 공예에 깃든 맥동의 소리’다. 총 32명 작가의 작품 130점을 선보인다. 부산에서 시작된 영남권 전시는 진주(10월 1일~11월 8일, 진주철도문화공원 차량정비고)와 창원(2027년 1월 12일~2월 14일, 창원 성산아트홀 B1전시장)으로 순회가 계속된다.
지난 22일 오후 2시 도모헌 다할 강연장에서 열린 ‘찾아가는 공예명작전 2026’ 영남권 전시 개막 행사인 ‘공예살롱’이 열리고 있다. 사진은 1977년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젊은 연인들'로 입상한 '서울대 트리오'의 멤버이자 명지전문대 명예교수인 정연택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는 '정연택 밴드' 콘서트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22일 오후 2시 도모헌 다할 강연장에서 열린 개막 행사 ‘공예살롱’에는 최성우, 이용기, 정만영, 양점모, 김성미, 박경희, 문보리, 강석근 등 작가들과 시민 관람객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영남권 전시 기획을 맡은 공예평론가 홍지수 큐레이터는 “강직한 선비정신을 바탕으로 절제된 형태와 고상한 색채, 정연한 질서를 추구해 온 영남 고유의 미적 감각은 옛것을 바탕으로 새로움을 창조해 온 한국 현대공예의 단단한 토대이자 귀감”이라며, “특히 음률과 리듬을 공유하는 조형미술과 음악의 유사성에 착안해, 전통음악의 핵심이자 우주의 조화와 질서를 뜻하는 ‘율려’를 전시 주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공간을 빼곡히 채운 이번 전시는 도모헌 1층에 1부 ‘아정한 풍취: 올곧은 마음, 소박한 취향’, 2부 ‘생태율: 산은 품고 강은 유유히 흐르니’, 3부 ‘올과 결: 풀고 감고 이어 부르는 노래’를 구성하고, 2층에 4부 ‘만경창파: 너른 바다가 품은 삶의 아우성’을 배치해 4가지 주제를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먹색으로 염색한 가느다란 투명사를 엮어서 만든 정소윤의 ‘누군가 널 위하여’(2025). 김은영 기자 key66@
투명한 레진 큐브 안에 콘크리트 산맥과 산허리를 두른 안개를 표현한 전아현의 ‘심산’(2024). 뭉크 촬영,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박성훈의 바다를 닮은 유리 블로잉 작품 ‘보이드’(VOID, 2024). 김은영 기자 key66@
관람객들은 특히 먹색으로 염색한 가느다란 투명사를 엮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정소윤의 ‘누군가 널 위하여’(2025), 투명한 레진 큐브 안에 콘크리트 산맥과 산허리를 두른 안개를 환상적으로 표현한 전아현의 ‘심산’(2024), 그리고 박성훈의 바다를 닮은 유리 블로잉 작품 ‘보이드’(VOID, 2024) 앞에서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전주희 공예진흥본부장은 “‘찾아가는 공예명작전’은 우수한 공예 작품을 비수도권 지역에서 선보이기 위해 마련한 첫 순회전시”라며 “지역에서 공예문화를 보다 친근하게 접하고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고자 기획된 만큼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전시 입장 무료. 관람 시간은 화~금·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8시(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