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두나무, 美 SEC 위원장 면담, 회계기준 전환 완료...나스닥행 속도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미국 상장을 위한 실무 작업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두나무는 국내 대형 회계법인에 의뢰해 회계 미국식(US GAAP) 회계기준으로 재무제표를 바꾸는 작업을 최근 끝냈다. 최근 미국 정부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를 적극 유치하려는 분위기다.
두나무는 작년 9월부터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다. 기업가치(두나무 약 15조원, 네이버파이낸셜 약 5조원)를 반영한 교환 비율은 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2.54주다. 주주총회는 11월 19일, 주식교환일은 12월 31일이다. 당초 5월 22일 주총을 열고 6월 30일 주식을 교환하려 했는데 두 차례 연기된 결과다.
두 회사는 지분 교환 후 상장을 일정 기간 내 완료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국 회계기준 전환 작업도 사전 준비 과정이다. 만약 정부의 불허 등으로 지분 교환이 막히게 될 경우 두나무 단독으로라도 미국 상장을 추진하려는 예비책 차원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선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미국 회계기준 전환은 미국 상장을 위해 진행해야 할 절차”라며 “개별 기업의 미국 상장 여부를 당국이 간섭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왜 미국에 상장하나
업비트의 국내 점유율은 지난 5월 기준 68.7%다. 2위 빗썸(27.2%)의 두 배가 넘는다. 2023년 6월에는 세계 현물 거래 점유율 기준 바이낸스에 이어 2위(8.1%)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규제 등에 밀려 해외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현물 거래 세계 최대인 바이낸스(2545억달러)의 11% 수준(284억달러)이다. 2025년 말 4위권(코인게코 24시간 거래대금 기준)에서 지난 1월 말 26위로 밀렸다.
나스닥 상장은 두 기업이 한배를 타기 위한 필수 요소로 꼽힌다. 네이버는 코스피 상장사여서 네이버파이낸셜이나 그 아래 계열사가 될 두나무를 국내에 상장하면 중복 상장에 해당한다. 정부는 모자회사 중복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도를 지난 3일 시행했다. 국내 상장이 원천 봉쇄된 것은 아니지만 상장 필요성과 주주 보호, 경영 독립성을 모회사 이사회가 따져 공시해야 하고, 특별위원회 심의와 주주 동의도 거쳐야 한다.
두나무 주주의 경우는 반대급부로 받는 네이버파이낸셜 지분을 비상장 상태로 두면 의결권이 없고 현금화 가능성도 크게 떨어지므로 상장이란 ‘탈출구’가 필요하다.
◇본사 이전 없이 ADR 형태 상장될 듯
미국 상장을 추진한다고 해서 회사를 통째로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 지주회사를 세우고 한국 법인을 그 자회사로 넣는 ‘플립(flip)’은 선택지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플립을 하면 기존 주주는 한국 법인 주식을 내주고 미국 지주회사 주식을 받는다. 쿠팡이 이 구조로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플립 없이도 한국 법인이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미국 상장은 가능하다. SK하이닉스가 지난달 이 방식으로 나스닥에 상장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법인이 한국에 남는 만큼 이용자 계정과 원화 입출금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예치금 은행 보관, 콜드월렛(오프라인 지갑) 분리 보관 의무가 국내 사업자에게 부과된다. 업비트 사용자에게 큰 변화는 없다는 뜻이다.
◇SEC 위원장 면담도...미국 내 분위기 조성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각) 가상자산 파생상품 플랫폼 하이퍼리퀴드의 미국 진출 추진을 밝혔다. 하이퍼리퀴드는 주요 개발사의 본사를 싱가포르에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가상자산 업계 경영진을 만나 “마이크(마이클 셀리그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위원장)가 하이퍼리퀴드를 완전히 규정을 준수하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미국에 진출시키려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해외 가상자산 거래를 미국 안으로 끌어들여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의 헤게모니를 가져가겠다는 ‘온쇼어’ 정책이다.
최근 폴 앳킨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미국 밖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만나 미국에 상장할 것을 요청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두나무도 그중 하나로 초청돼 나스닥 상장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앳킨스 위원장은 지난 18일 가상자산에 증권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지 않는 맞춤형 면제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韓은 매수청구 규모, 美는 클래리티법 변수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11월 기업결합 신고를 접수해 연내 심사 완료를 목표로 심사 중이다. 가상자산사업자 대주주까지 심사 대상을 넓힌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이 20일 시행됐지만, 위반의 경중을 따져 예외를 인정하는 기준이 함께 마련됐다. 네이버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1심에서 벌금 2억원을 선고받고 항소 중인 사안이 결격 사유가 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걸림돌은 주식교환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자기 주식을 사달라고 청구하는 주식매수청구 규모다. 청구권 행사는 11월 19일부터 12월 9일까지다. 매수 청구가는 1주당 43만9252원이다. 양측은 청구 금액이 1조2000억원을 넘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정했다. 3조5000억원 넘게 들고 있는 소액 주주들 중 상당수가 청구에 나서면 거래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에선 제도의 뼈대인 디지털자산시장 클래리티법이 작년 7월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선 8월 휴회 전 표결을 하지 못했다. 표결은 9월로 넘어갔다. 이 법은 어떤 가상자산이 증권이고 어떤 것이 상품인지, SEC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 중 어디가 관할할지를 가른다. 법안이 미뤄지면 거래소가 어느 기관에 어떤 인가를 받아야 하는지도 불확실한 상태로 남는다.
상장 절차 자체도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다. 통상 준비에만 1~2년이 걸린다. SEC에 등록신고서를 내고 상장회계감독위원회(PCAOB) 등록 회계법인의 감사를 받아야 한다. 사베인스-옥슬리법에 따른 내부통제 검증도 거쳐야 한다. 미국 회계 기준 전환은 이 과정의 첫 단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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