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이 햇빛연금 되기까지”…완주 서봉마을 성공 공식

이인호 기자 2026. 8. 2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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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주=한스경제 이인호 기자 | "돈은 삶을 충만하게도 하지만, 잘못 쓰면 마을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 늦더라도 주민들의 마음을 모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북 완주군 서봉마을협동조합 엄성복 사무국장은 '햇빛연금 마을'의 성공 조건을 묻자 주저 없이 주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고 답했다.

핵심은 마을에 들어온 20억원의 주민지원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그 수익을 다시 주민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만든 과정에 있다.

엄 사무국장은 "서봉마을은 태양광 사업이 안정적인 수익이 된다는 것을 눈으로 봤기 때문에 주민들이 서로 출자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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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원 주민지원기금, 매달 수익 나는 태양광에 투자…연 1억2000만원 마을복지 재원으로”
주민 한 사람 한 사람 의견 듣고 총회로 결정…975㎾ 태양광 수익, 연금·식당·복지관·요양원으로 확장
엄성복 사무국장 “민주적·투명한 운영이 핵심…외부 자본보다 주민 소유가 중요”
전북 완주군 서봉마을./협동조합

| 완주=한스경제 이인호 기자 | "돈은 삶을 충만하게도 하지만, 잘못 쓰면 마을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조금 늦더라도 주민들의 마음을 모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북 완주군 서봉마을협동조합 엄성복 사무국장은 '햇빛연금 마을'의 성공 조건을 묻자 주저 없이 주민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6월 12일 전남 해남군청에서 열린 '2026 기후에너지학교-찾아가는 햇빛교실'. 재생에너지와 주민 소득 모델에 관심을 가진 해남 군민들이 모인 가운데 엄 사무국장은 '태양광 마을이 되기까지-마을 운영 및 발전계획 수립 사례'를 발표했다.

그가 소개한 서봉마을의 사례는 단순히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해 수익을 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핵심은 마을에 들어온 20억원의 주민지원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그 수익을 다시 주민에게 돌려주는 구조를 만든 과정에 있다.
완주군 서봉마을협동조합 엄성복 사무국장./협동조합

▲ 20억원을 태양광에 넣은 이유 "실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서봉마을에 하수종말처리장 증설에 따른 주민지원기금 약 20억원이 들어왔을 때 마을의 고민은 컸다.

목돈을 한꺼번에 확보했지만, 무엇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마을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엄 사무국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주민지원기금 20억원을 어떻게 하면 잘 사용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태양광 사업에 투자하기로 한 가장 큰 배경은 실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업은 투자에 실패하면 돈을 회수하기 어렵지만, 태양광은 발전소가 가동되는 동안 매월 수익이 발생한다는 판단이었다.

'한 번의 대박'보다 '매달 들어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선택한 셈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서봉마을의 선택은 상당히 현실적이었다. 주민 공동기금을 위험도가 높은 사업에 몰아넣기보다 장기간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자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공동체 운영비와 주민복지에 다시 투입하는 구조를 택했다.
고산면 율곡리 일원 태양광 설치 지역./협동조합

▲ 돈이 들어오자 가장 먼저 한 일은 '태양광 설치'가 아니었다
하지만 서봉마을이 다른 마을과 달랐던 지점은 따로 있다.

20억원이 생겼다고 곧바로 발전소부터 지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주민 의견을 듣는 데 먼저 돈을 썼다.

엄 사무국장은 "갑자기 마을에 돈이 들어온 관계로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마을에 큰돈이 들어오면 주민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주민지원기금 가운데 1000만원을 투입해 주민의견 수렴 컨설팅을 받았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듣고, 수차례 마을회의를 거쳤다.

그렇게 주민들의 의견을 모은 끝에 태양광 발전사업 추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엄 사무국장은 서봉마을의 경험을 다른 지역이 주목해야 할 이유를 여기에 둔다.

사업의 출발점이 '태양광'이 아니라 '주민 합의'였다는 것이다.

▲ 975㎾ 발전소가 만들어낸 연 1억2000만원의 마을 재원
현재 서봉마을 태양광 발전소의 발전 규모는 975㎾다.

2025년 기준 연간 발전수익은 1억5759만634원.

여기서 운영비 약 10%와 세금·공과금·고정비용 등을 제외하면 실제 주민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약 1억2000만원에 달한다.

엄 사무국장은 이 돈을 단순히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봉마을이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 바로 '햇빛연금' 성격의 경로연금이다.

75세 이상 주민에게 월 10만원, 70대 주민에게 월 5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 기준을 정할 때도 경제적 효율성만 따진 것은 아니었다.

"하수종말처리장 반대투쟁에 어르신들이 가장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짧습니다."

엄 사무국장은 마을기금 사용 원칙 가운데 배려성과 공정성을 기준으로 경로연금 지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최종 결정은 총회를 통해 이뤄졌고, 대다수 주민들이 이에 공감했다.

태양광에서 나온 돈이 다시 주민의 삶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연금'에서 끝나지 않는다…마을복지관·도서관·요양원까지
서봉마을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더 크다.

현재는 경로당 점심 식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마을복지관을 건립해 마을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복지관 2층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마을도서관을 만들 계획이다.

그 다음 단계는 마을요양원이다.

"어르신들을 마을에서 요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태양광 발전소에서 나온 돈을 주민에게 일회성으로 배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식사·교육·돌봄·요양으로 이어지는 마을 단위 복지 인프라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대목에서 서봉마을의 태양광 사업은 단순한 에너지 사업과 성격이 달라진다.

전기를 생산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마을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다시 주민이 마을에 머물 수 있는 이유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다.

▲ 성공 비결은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민주적 운영과 투명성'
엄 사무국장이 서봉마을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꼽은 것은 의외로 태양광 기술이나 금융기법이 아니었다.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

그는 두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첫째는 최대한 많은 주민이 필요로 하는 일을 최대한 많은 주민의 참여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다.

서봉마을은 연간 2~3회 마을총회를 열고 주요 의사결정을 반드시 총회에서 결정한다.

둘째는 투명성이다.

매월 현금출납부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서봉마을 주민협의회 카카오톡방과 경로회관에 공개한다. 이사회 회의록도 같은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보고한다.

엄 사무국장은 이것이 주민들의 신뢰를 지키는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누가 얼마를 가져갔는가'보다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주민 모두가 알고 있는가'가 공동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의미다.

▲ "외부 기업이 자부담 대신 내주겠다는 제안, 조심해야"
햇빛소득마을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새로운 과제도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외부 자본의 개입이다.

햇빛소득마을 사업은 주민 자부담이 필요한 만큼, 자금 마련이 어려운 마을을 대상으로 일부 태양광 기업이 자부담을 대신 부담하겠다고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는 게 엄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문제는 자칫 주민은 발전사업에 이름만 올리고 실제 수익의 상당 부분은 외부 자본이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봉마을은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주민 출자에서 찾았다.

엄 사무국장은 "서봉마을은 태양광 사업이 안정적인 수익이 된다는 것을 눈으로 봤기 때문에 주민들이 서로 출자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봉마을은 총회를 통해 세대당 400만원씩 출자하고 연간 10%의 출자배당을 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주민 스스로 자금을 모아 자부담 15%를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든 것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수익이 나는 사업이라면 그 수익의 주인이 주민이어야 한다는 것.

▲ "정부·지자체가 마을 전담자를 둬야 한다"
엄 사무국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강조했다.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에서 주민들이 태양광 발전사업의 수익구조와 계약조건을 모두 이해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외부 사업자가 복잡한 금융·법률·발전사업 조건을 제시할 경우 마을 주민들이 불리한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그가 제안하는 해법은 '마을 전담자'다.

"정부 또는 지방정부에서 마을 전담자를 배치해야 합니다. 태양광 사업에 경험이 있는 시민햇빛조합이나 햇빛소득마을 강사단을 배치해야 합니다."

전담자가 단순히 행정서류를 도와주는 수준을 넘어 마을을 대변하고,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사업 전반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엄 사무국장은 "그렇지 않으면 햇빛소득마을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 농지 잠식 논란엔 "공공부지 우선, 영농형 태양광도 대안"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논쟁이 농지 문제다.

태양광 발전시설이 늘어나면 농지가 줄고 식량 생산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엄 사무국장의 접근은 '농촌 현실'을 먼저 보자는 것이다.

"농촌이 급속히 쇠퇴하고 있습니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농지가 방치되고 있습니다. 농촌에 사람이 들어오게 하려면 도시보다 살기 좋아야 합니다."

서봉마을은 햇빛소득마을 사업에서 농지보다 하천부지·도로 사면·공공주차장 등 공공부지를 우선 활용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일부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생산량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 농촌이 처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 수익을 농촌 공동체 유지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태양광을 설치하는 게 시작…마을의 뜻을 하나로 만드는 게 진짜 사업"
엄성복 사무국장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태양광만 설치하면 햇빛연금 마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역도 있을 텐데, 성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무엇입니까.'

그의 답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주민들의 뜻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돈은 삶을 충만하게도 하지만 파괴하기도 합니다. 조금 늦더라도 주민들의 마음을 모아가야 사업이 성공합니다."

서봉마을의 사례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햇빛소득마을은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사업이 아니다. 발전소는 수단일 뿐이다. 진짜 사업은 주민이 소유하고, 주민이 결정하고, 수익을 주민의 삶에 다시 투자하는 공동체 경제를 만드는 것이다.

20억원의 주민지원기금을 태양광에 투자한 서봉마을은 이제 연간 1억2000만원 안팎의 가용 재원을 확보하는 마을로 변했다. 하지만 엄 사무국장이 말하는 서봉마을의 다음 목표는 발전량을 더 늘리는 것이 아니다.

마을복지관을 짓고, 식당을 운영하고,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고, 훗날에는 마을요양원까지 세우는 것.

전기를 팔아 번 돈으로 사람을 다시 마을에 남게 하는 것.

이것이 서봉마을이 생각하는 '햇빛연금'의 최종 모습이다.

그리고 전국의 농촌 마을이 햇빛소득마을을 준비한다면, 서봉마을의 경험에서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것은 태양광 패널의 숫자가 아닐 것이다.

"누가 소유하고, 누가 결정하며, 그 돈이 누구의 삶으로 돌아가는가."

엄성복 사무국장이 말한 서봉마을의 성공 공식은 결국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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