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욱의 기후 1.5] 기상 양극화, 또 다시 '한철' 관심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7월 말, 낮 기온이 35℃를 넘어서더니 8월 2일, 기온은 38℃에 육박합니다. 이후 기온이 소폭 떨어지지만 1주일 넘게 더위는 지속됩니다. 그렇게 달궈진 7월 15일~8월 14일 사이, 눈 앞에 바다가 있지만 땅은 바싹 말라갑니다. 이 기간 내린 비의 양은 고작 3.6mm. 예년의 1.2% 수준에 그칩니다.
이틀 후인 16일, 낮 최고기온은 무려 24.1℃로 뚝 떨어지고, 하루새 273.3mm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올 들어 이전까지 내린 비의 총량(307.1mm)에 버금가는 양입니다. 다음 날엔 무려 654.3mm의 극한호우가 쏟아졌습니다. 계속된 비에 이날도 낮 최고기온은 25.5도에 머뭅니다. 18일이 되자 비는 잦아들기 시작합니다. 이내 기온은 다시 빠르게 올라 20일, 한낮 기온은 폭염주의보 기준인 33℃에 육박합니다. 폭염과 극한호우가 오간 경남 거제의 일입니다.


상황이 급변한 건 17일로 넘어가는 자정 무렵부터였습니다. 강수 강도는 이전보다 한층 더 강해지기 시작했습니다. 15분에 20mm 넘는, 시간당 강수량으로는 80mm 급의 매우 강한 비가 강약을 반복하며 쏟아졌습니다. 0시 45분쯤, “거제시 장평동 인근 50mm/h 이상 강한 비로 침수 등 우려”라는 내용의 호우재난문자가 발송됐고, 새벽 1시 47분엔 30mm의 15분 강수량(시간당 120mm급)이 기록됐습니다. 새벽 2시쯤엔 “거제시 장평동 인근 100m/h 상당 매우 강한 비, 즉시 안전 확보”라는 내용의 재난성호우 재난문자가 발송됐고요. 경고 이후에도 비는 더욱 강해져 새벽 2시 24분엔 15분 강수량이 38.6mm에 달했습니다. 시간당 강수량 154.4mm급의 극한호우가 쏟아진 겁니다.
이후에도 새벽 4시 정도까지도 15분 강수량은 심심찮게 30mm를 넘겼고, 이후 점차 비는 차차 강도가 약해졌지만, 새벽 4시 32분 거제 옥포동의 아파트 뒷산이 무너져내리는 산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토사로 저층이 매몰되면서 20대 남성은 끝내 목숨을 잃게 됐고요.


먼저 더위와 관련한 기록을 살펴봤습니다. 전국의 기상관측지점 97곳 가운데 76곳에서 '일평균기온 역대 5위' 안에 드는 기온이 올 여름 기록됐습니다. '일최고기온 역대 5위'에 올여름이 이름을 올린 곳은 65곳, '일최저기온 역대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 남은 곳은 68곳에 달했고요. 그저 '관측 이래 한 손에 꼽히는 기록'을 넘어 '역대 1위'가 깨진 곳도 많았습니다. 일평균기온은 45곳, 일최고기온은 28곳, 일최저기온은 31곳에서 올여름 기록이 깨졌습니다. 기록이 경신된 곳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일평균기온 경신 45곳
양산(34.5℃, 8월 2일), 북창원(33.9℃, 8월 1일), 창원(33.4℃, 8월 1일), 김해(33.3℃, 8월 1일), 속초(33.3℃, 8월 1일), 청주(33.2℃, 8월 7일), 밀양(33.1℃, 8월 2일), 동해(33.1℃, 8월 1일), 전주(33℃, 8월 7일), 경주(32.7℃, 8월 2일), 북부산(32.7℃, 7월 29일), 북강릉(32.6℃, 8월 1일), 보령(32.5℃, 8월 7일), 여수(32.5℃, 8월 1일), 광주(32.4℃, 8월 7일), 인천(32.3℃, 8월 7일), 광양(32.3℃, 8월 3일), 정읍(32.1℃, 8월 7일), 부산(32.1℃, 8월 1일), 의령(32.1℃, 8월 2일), 울릉도(32℃, 8월 1일), 합천(31.9℃, 8월 3일), 군산(31.8℃, 8월 7일), 남원(31.7℃, 8월 7일), 부안(31.7℃, 8월 7일), 서귀포(31.7℃, 8월 4일), 강진(31.5℃, 8월 7일), 홍성(31.5℃, 8월 7일), 고창(31.4℃, 8월 7일), 산청(31.3℃, 8월 2일), 진주(31.3℃, 8월 2일), 고흥(31.2℃, 8월 7일), 세종(31.1℃, 8월 7일), 순창(31℃, 8월 7일), 거창(31℃, 8월 3일), 함양(31℃, 8월 3일), 해남(30.8℃, 8월 8일), 진도(30.8℃, 8월 7일), 영월(30.6℃, 8월 7일), 장흥(30.6℃, 8월 7일), 청송(30.4℃, 8월 2일), 정선(30.3℃, 8월 7일), 임실(30.1℃, 8월 7일), 서청주(29.9℃, 8월 5일), 백령도(28.6℃, 8월 1일), 대관령(26.1℃, 7월 14일)
일최고기온 경신 28곳
양산(42.5℃, 8월 2일), 밀양(41℃, 8월 3일), 북창원(41℃, 8월 2일), 의령(40.8℃, 8월 3일), 김해(40.7℃, 8월 2일), 창원(40.4℃, 8월 1일), 함양(40.3℃, 8월 3일), 경주(40.3℃, 8월 2일), 북부산(40.3℃, 8월 1일), 거창(40.2℃, 8월 3일), 합천(40.2℃, 8월 3일), 진주(39.9℃, 8월 2일), 구미(39.8℃, 8월 7일), 산청(39.5℃, 8월 2일), 광양(38.9℃, 8월 2일), 광주(38.8℃, 8월 3일), 부산(38.8℃, 7월 29일), 순창(38.7℃, 8월 3일), 남원(38.6℃, 8월 7일), 부안(38℃, 8월 7일), 강진(37.9℃, 8월 2일), 완도(37.6℃, 8월 3일), 진도(37.5℃, 8월 7일), 홍성(37.3℃, 8월 7일), 여수(37.2℃, 8월 1일), 세종(37℃, 8월 7일), 서청주(36.1℃, 8월 8일), 흑산도(35.4℃, 8월 7일)
일최저기온 경신 31곳
서귀포(29.4℃, 8월 4일), 인천(29.3℃, 8월 6일), 성산(29.1℃, 8월 8일), 양산(29.1℃, 7월 29일), 울진(29℃, 8월 1일), 여수(28.9℃, 8월 8일), 울릉도(28.9℃, 8월 1일), 강진(28.8℃, 8월 8일), 해남(28.8℃, 8월 8일), 북창원(28.8℃, 8월 2일), 대구(28.8℃, 8월 2일), 목포(28.7℃, 8월 8일), 광양(28.6℃, 8월 8일), 북부산(28.6℃, 8월 8일), 완도(28.5℃, 8월 8일), 진도(28.1℃, 8월 9일), 장흥(28.1℃, 8월 8일), 거제(28℃, 8월 8일), 고흥(28℃, 8월 8일), 경주(27.7℃, 7월 15일), 흑산도(27.6℃, 8월 8일), 남원(27.4℃, 8월 9일), 보성(27.2℃, 8월 9일), 서산(27.1℃, 8월 1일), 영주(26.9℃, 8월 1일), 철원(26.5℃, 8월 1일), 백령도(26.4℃, 8월 1일), 인제(26.4℃, 8월 1일), 청송(26.1℃, 8월 1일), 함양(26℃, 8월 5일), 거창(25.9℃, 7월 18일)

일강수량 경신 2곳
거제(654.3mm, 8월 17일), 통영(457.7mm, 8월 17일)
1시간 강수량 경신 5곳
거제(124.5mm/h, 8월 17일), 통영(87.4mm/h, 8월 17일), 목포(66.4mm/h, 8월 16일), 구미(65.2mm/h, 7월 17일), 서청주(60.3mm/h, 7월 9일)
10분 강수량 경신 3곳
합천(30.2mm/10min, 8월 21일), 강릉(30mm/10min, 8월 8일), 거제(27.6mm/10min, 8월 17일)

“지금 다양한 기후 상태를 고려할 때, 올여름뿐 아니라 가을에도 집중호우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한반도 주변의 바다 온도가 지금 수년째 굉장히 높은 상태에 있고, 바닷물의 순환이 점차 강화하면서 대기중에 수증기의 양 또한 많은 상태입니다. 때문에 이렇게 불안정성이 만들어지면 또 다시 집중호우가 매우 강하게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게 되죠.
특히, 8월과 9월에는 한반도가 태풍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영향권에 있기 떄문에 여전히 극한호우의 가능성에 대해선 계속 관심갖고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APEC 기후센터의 오는 9월부터 내년 2월까지의 기상 전망을 살펴봤습니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전반의 기온은 가을-겨울 내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더운 가을'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됐죠. 가을철(9~11월)뿐 아니라 겨울철(12월~내년 2월), 우리나라의 각 월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1.5℃ 안팎 높을 거라는 것이 APEC 기후센터의 예측입니다. 강수의 경우엔 9월까지 평년보다 적은 수준을 보이다 10월~내년 1월까진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많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평균값의 변화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면, 연중 일최고기온 최곳값을 보면 좀 더 체감이 쉽습니다. 현재까지 기록된 전국 평균 일최고기온의 최고 기록은 2018년 8월 1일의 36.7℃입니다. 전국 각지 한낮 최고기온들의 평균값이 폭염경보 수준을 넘어섰던 겁니다. 올해의 전국 일최고기온 최고값이 지난 8월 7일의 36.4℃였는데, 이보다도 높았던 거죠.
그런데, 온실가스 감축을 하지 않으면 2040년대부터 시작되는 미래 중반기엔 이 최곳값이 평균 37.9℃로, 최고 39.4℃를 기록할 수 있을 걸로 예측됐습니다. 분지 지형이거나, 지명의 앞글자를 따 '○프리카' 등으로 불리는 특정 지역의 일최고기온이 아니라, 전국 각지의 일최고기온 평균이 39.4℃에 이를 수 있다는 겁니다. 2081~2100년, 전국 일최고기온이 평균 41.7℃로 더 높아지고, 북쪽의 서늘한 고랭지부터 남쪽의 더운 지역에 이르는 각지의 일최고기온 평균값이 무려 43℃에 달하는 날도 있을 거라는 게 과학에 근거한 전망의 결과입니다.
이런 악화일로의 하루하루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가을은 찾아오고, 겨울도 올 것입니다. 그렇게 극한폭염도, 갑작스런 극한호우도 잠시 모습을 감추고 나면,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기후변화 대응의 시급성에 대한 목소리도 내년 여름이 오기 전까진 듣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요. 온난화로 부르다 기후변화라고, 이젠 기후위기라고 부르는 이 현실은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한철 테마'로 여기고 잠시 관심을 갖고 이내 잊는 오랜 시간동안 매일 존재했고, 매일 심각해진 결과입니다. 올해도 그렇게 지나치게 된다면, 우린 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를 또 한 번 잃게 될 겁니다. 스러져가는 온열질환자, 쏟아진 토사에 매몰된 산사태 피해자, 물 밖으로 다시 나오지 못한 침수 피해자는 내년에도 그러한 '한철 관심'으로 인한 희생자로 나올 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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