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명품핸드백 만드는 이 회사…K문학 토탈패키지 만든 이유

김혜순 기자(hskim@mk.co.kr) 2026. 8. 24.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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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나 개인이 어떤 성취를 이뤘다면 이를 다시 사회와 나눌 때 비로소 성숙해집니다. 한두 번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한 분야의 가치를 높이고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때까지 긴 호흡을 갖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박 회장은 "좋은 작품이 있다고 저절로 세계에 알려지는 것은 아니다"며 "뛰어난 번역가를 만나 해외에서 출판되고 독자에게 알려지는 전 과정을 뒷받침해야 한국 문학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한국 문학과 한국어, 번역은 오랜 기간 애정을 갖고 지켜본 분야"라며 "앞으로도 이 분야 성장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살피며 꾸준히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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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관 시몬느 회장 인터뷰
명품백 제조 점유율 세계 1위
“사회와 성과나눌때 기업 성숙”
유망작가 발굴 문학상 만들어
수상작 해외진출 전과정 지원
박은관 시몬느 회장 [한주형 기자]
“기업이나 개인이 어떤 성취를 이뤘다면 이를 다시 사회와 나눌 때 비로소 성숙해집니다. 한두 번 돈을 기부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한 분야의 가치를 높이고 실제 변화를 만들어낼 때까지 긴 호흡을 갖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세계적인 핸드백 제조기업 시몬느를 일군 박은관 회장의 후원 철학이다. 시몬느는 코치, 마크제이콥스, 도나카란뉴욕(DKNY), 랄프로렌, 토리버치 등 글로벌 브랜드의 핸드백을 생산한다. 전 세계 명품 핸드백 시장의 약 10%, 미국 시장에서는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박 회장은 1979년 핸드백 제조·수출업체 청산에 입사해 해외영업을 담당했다. 1987년 6월 독립해 시몬느를 창업했고 올해로 창립 39주년을 맞았다. 회사를 세계 1위 명품핸드백 제조기업으로 키운 그에게는 ‘인문학 후원자’라는 또 다른 별칭이 따라다닌다.

박 회장은 패션산업과 인문학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 패션업계에는 경영학보다 문학과 철학, 사회학 등 인문학을 공부한 경영자가 적지 않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자유로운 사고,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감각이 패션업계 경쟁력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패션은 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익숙한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 분야”라며 “40년 이상 일하면서 인문학적 소양이 기업의 창의성과도 깊이 연결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 한국 문학, 세계무대로

올해 제4회를 맞은 연세-박은관 문학상은 이미 출간된 작품을 평가하는 일반적인 문학상과 출발점부터 다르다. 완성된 작품 대신 장편소설의 일부 원고와 시놉시스, 창작 계획을 심사해 가능성 있는 작가를 먼저 뽑는다. 선정된 작가에게는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총 1억원을 지원한다.

문학상의 역할은 상금을 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작품이 완성되면 국내 출판에 이어 해외 출간 가능성을 검토하고 우수한 번역가를 연결해 번역과 현지 출판, 홍보까지 돕는다.

박 회장이 이 문학상을 만든 것은 K팝과 드라마, 영화, 음식 등 한국 문화가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한국 문학은 작품 수준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그는 “한국 작가의 역량이나 작품성이 다른 나라보다 떨어져서가 아니다”며 “좋은 작품을 해외 독자에게 전달할 수준 높은 번역과 출판, 홍보가 부족했던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역시 작품과 번역이 함께 만들어낸 성과로 평가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충분한 역량을 갖춘 것은 물론이고, 작품의 문학성을 영어권 독자에게 전달한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의 역할도 컸다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좋은 작품이 있다고 저절로 세계에 알려지는 것은 아니다”며 “뛰어난 번역가를 만나 해외에서 출판되고 독자에게 알려지는 전 과정을 뒷받침해야 한국 문학이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네소타주 콩코디아 한국어마을 수강생들의 한국문화 체험 활동. [LA한국문화원]
◆ 17년 키운 한국어마을

박 회장의 인문학 후원은 문학상이 만들어지기 훨씬 전부터 시작됐다. 30년 넘게 한독번역연구소를 후원하며 ‘시몬느 번역상’을 제정했고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한국학 연구소도 지원해왔다.

미국 미네소타주 콩코디아 언어마을에 조성된 한국어마을 ‘숲속의 호수’는 17년에 걸친 후원의 결실이다. 콩코디아 언어마을은 학생들이 일정 기간 머물며 외국어와 해당 국가의 문화를 배우는 교육기관이다. 한국어 프로그램도 20년 넘게 운영됐지만 독립된 공간이 없어 러시아어마을의 시설을 빌려야 했다.

박 회장의 후원은 처음에는 3000달러로 시작됐다. 이후 독립된 한국어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규모를 확대했으며 건립 사업에 500만달러를 내놓는 등 17년간 약 100억원을 기부했다. 그 결과 약 6만평 규모의 한국어 교육 공간이 2024년 완공됐다.

그는 “한류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미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이 늘어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한국어마을이 점차 성장하고 이후 독립된 공간을 갖기까지 그 과정에 함께했다는 점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 산업 현장도 우리말로

박 회장의 한국어 사랑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핸드백 산업에서도 보였다.

박 회장은 제조 현장에 남아 있던 일본식 용어를 우리말로 바로잡기 위해 ‘핸드백 용어사전’을 만들었다. 그는 “베트남 공장에서 한국 장인들이 일본식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분야부터 정확한 우리말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시몬느는 연세대 언어정보연구원과 국어국문학과 교수·연구진, 출판 전문가, 회사 실무자 등 18명으로 전담팀을 꾸렸다. 이들은 핸드백의 종류와 부위부터 자재·가죽·원단·장식·기계·제조 기술까지 현장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조사해 쉬운 우리말로 다듬었다. 사전을 완성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사전은 영어와 중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캄보디아어로도 번역돼 해외 현지 생산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박 회장은 “한국 문학과 한국어, 번역은 오랜 기간 애정을 갖고 지켜본 분야”라며 “앞으로도 이 분야 성장에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살피며 꾸준히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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