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AI가 운전대 잡은 ‘로보택시’⋯233조 시장 두고 경쟁 가열
韓도 실증·전용 차량 개발로 추격⋯수익성·안전성 확보 뒷받침 돼야

자율주행 기술이 실험실을 벗어나 도로 위 일상 속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서비스가 ‘로보택시’다. 로보택시는 운전자 없이 인공지능(AI)과 고도화된 센서 기술을 이용해 운행되는 자율주행 기반 택시 서비스다. 기술 완성도와 법적 허가 수준에 따라 내부 시험주행, 무료 시범 서비스, 유료 시범 서비스, 상업 서비스 등 크게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상업 서비스 단계에서는 차량 내 안전요원 없이 유료로 운영되며, 현재 로보택시 시장은 시범 운행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상용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로보택시 서비스 지역은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추세다. 구글 알파벳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가 2020년 말 미국 피닉스에서 첫 상업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21~2023년 샌프란시스코와 중국 주요 도시에서 유·무료 시범 서비스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2024년부터는 미국과 중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업 서비스가 본격화됐으며 미국 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피닉스·오스틴과 중국 우한·베이징 등이 주요 서비스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25년 이후에는 미국과 중국 내 서비스 지역이 빠르게 늘어나는 동시에 글로벌 확장도 본격화되고 있다. 웨이모와 중국 바이두 등 선두권 업체들이 자국을 넘어 해외 서비스 확대에 나섰으며, 중동의 아부다비·두바이와 아시아의 싱가포르, 유럽의 런던·뮌헨 등이 새로운 로보택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피지컬 AI 기술 발전과 투자 확대, 규제 환경 개선에 힘입어 로보택시 산업이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 규모도 빠르게 커질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6월 발표한 ‘글로벌 로보택시 차량 판매·서비스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로보택시 서비스 시장 규모가 오는 2035년 1680억달러(약 233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로보택시 운행 대수도 36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 웨이모·테슬라·죽스⋯美, 로보택시 상용화 경쟁 본격화

미국에서는 웨이모가 공격적인 확장으로 로보택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현재 웨이모는 미국 11개 도시에서 상용 서비스를 운영하며 주당 약 50만건의 운행을 처리하고 있다. 누적 주행거리도 2억2000만마일을 넘어 운행 경험과 데이터에서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
차량·기술 고도화도 지속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웨이모는 최근 로보택시용 주문형반도체(ASIC)를 양산해 최신 세대 로보택시에 탑재 중이다. 웨이모는 그간 엔비디아와 AMD 등 외부 업체 칩을 탑재한 개조형 재규어 차량을 주로 운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지리자동차 산하 브랜드인 지커와 공동 개발한 로보택시에 자체 칩을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개발한 센서와 맞춤형 칩을 활용해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차량의 반응 속도와 주행 능력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테슬라는 지난해 6월 오스틴에서 ‘모델Y’를 이용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며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1월부터는 오스틴 일부 노선에서 제한적인 무인 운영도 시작했다.
미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르면 이달 오스틴에서 ‘사이버캡’ 운행을 시작한다. 사이버캡은 운전대와 가속·브레이크 페달이 없는 2인승 자율주행차로, 처음부터 운전자가 없는 로보택시를 전제로 설계됐다. 테슬라는 우선 직원을 태우고 공공도로를 달린 뒤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수일 내 기존 로보택시 서비스에 차량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일반 이용자가 사이버캡을 호출할 수 있는 정확한 시점과 초기 투입 차량 수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아마존의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도 이달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전용 로보택시의 유료 운행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무료 시범 운행을 시작한 지 약 11개월 만으로, 사람용 조작 장치가 없는 차량이 유료 영업에 들어간 것은 죽스가 처음이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에서 약 50대가 운행 중이다. 앞서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죽스가 향후 2년 동안 매년 최대 2500대, 총 최대 5000대의 차량을 상업 운행에 투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 바이두·포니AI 앞세운 中⋯로보택시 상용화·해외 확장 속도
중국에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2021~2022년부터 베이징·우한·선전 등 주요 대도시에서 로보택시 서비스가 시작됐다. 대표 사업자로는 바이두의 ‘아폴로고’와 포니AI, 위라이드 등이 꼽힌다. 3사 모두 1000대 이상의 로보택시를 운행하며 기술 검증을 넘어 수익성을 확보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바이두는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폴로고의 주간 운행 횟수는 지난해 말 기준 26만건으로 집계됐으며, 2024년 말부터는 우한에서 개별 차량 단위의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바이두는 6세대 로보택시 ‘RT6’의 양산 단가를 3만달러 미만으로 낮추면서 기존 5세대 차량보다 비용을 약 50% 절감했다.

바이두 출신인 펑쥔과 러우톈청이 2016년 설립한 포니AI도 상용화를 확대하고 있다. 포니AI는 2018년 중국에서 로보택시를 선보인 뒤 2021년부터 완전 무인 운행으로 전환했다. 현재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에서 상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로보택시 운영 대수는 1000대 이상이며, 승객 탑승 기준 누적 주행거리도 6000만㎞를 넘어섰다.
포니AI는 중국을 넘어 해외 시장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차량호출업체 우버와 손잡고 유럽에 로보택시 2000대 이상을 배치하고, 현재 서비스를 운영 중인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이어 유럽 4개 도시로 서비스를 추가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서 포니AI는 완전자율주행(레벨4) 기술과 로보택시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우버는 예약·결제·고객 서비스를 맡는다. 차량 관리·운영은 현지 협력업체가 담당한다. 양사는 중동에서도 로보택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 한국도 로보택시 상용화 준비⋯카카오, 강남 유료 운행 확대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로보택시 산업이 시범운행 등 실증 지역은 확대되고 있지만, 주행거리와 기술 수준은 글로벌 선도국 대비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0년 6개에 불과했던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는 지난해 55곳으로 크게 늘었으나, 국내 기업의 누적 주행거리는 글로벌 선도기업인 웨이모·바이두의 10분의 1 내외에 그쳤다. 국내 로보택시 상용화 수준에 관해서는 시험주행을 지나 시범 서비스 고도화(무료→유료) 단계에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서울 강남에서 로보택시 유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평일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강남 일대에서 운행하며 이용자는 카카오T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
로보택시 서비스는 2024년 9월 무료 시범 서비스로 시작돼 올해 4월부터 유료로 전환됐다.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유료 운행을 시작한 뒤 6월까지 누적 이용 건수는 1000건을 넘어섰다. 당시 운행 차량이 2대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 차량 기준 하루 평균 약 12건이 이용된 셈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일부터 서비스 규모를 확대했다. 강남에서 운행하는 차량을 기존 2대에서 6대로 늘리고, 국내 최초로 교통약자 보호구역까지 운행 구간을 확장했다.

아울러 연내 ‘엔드투엔드(E2E)’ 방식의 자율주행 기술을 강남 서비스에 투입한다는 목표다. E2E는 실도로 데이터를 토대로 주변 환경 인지부터 주행 판단·차량 제어까지 하나의 통합 AI 모델이 수행하는 방식이다.
상용 서비스에 필요한 전용 차량 개발에도 나선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기아와 자율주행 서비스용 목적기반차량(PBV) 공급·기술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기아는 연내 카카오모빌리티의 자율주행 실증사업에 필요한 차량과 개발도구를 공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양사가 실제 운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용 서비스에 특화된 PBV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 로보택시 상용화엔 수익성, 대중화엔 공존·신뢰 ‘과제’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무인 자율주행 상용화를 위해선 효율적인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로보택시에서 운전자가 사라지더라도 운행 관리와 승객 소통, 비상 상황 대응 기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능이 자율주행시스템과 원격운영센터, 현장 대응조직으로 재편됨에 따라 별도의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이 같은 운영체계를 효율적으로 구축하려면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초기에는 차량 한 대 또는 소수 차량 단위로 원격요원을 배치해 당장의 수익성보다 실제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봤다. 이후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격지원 업무를 자동화해 원격요원 한 명이 담당하는 차량 수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식이다. 성숙 단계에서는 차량이 대부분의 상황을 독립적으로 처리하도록 하고, 원격요원은 복잡한 상황에만 개입하는 구조로 전환해 운영 효율을 높인다.
이러한 운영 효율은 수익성과도 직결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로보택시 전용차량을 통한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성 개선, 차량 가동률 향상 등을 주요 수익성 확보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중국 주요 기업들은 원격지원 인력 1명이 관리하는 차량 수를 기존 10대에서 30~40대로 늘리는 등 ‘1대다’ 운영체계로 전환하며 효율을 높이고 있다.
로보택시 대중화를 위해서는 기존 택시업계와의 공존 방안 마련과 사회적 수용성 확보도 중요하다. 신규 서비스 도입 과정에서 택시업계의 일자리 감소와 택시 면허 등 자산가치 하락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이를 완화하기 위한 서비스 공급자 간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 또 안전사고 대응과 책임 소재에 대한 기준 마련 등을 통해 이용자들의 신뢰를 축적하는 것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피터 리처드슨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리서치 디렉터는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유럽, 중동,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도 로보택시 상용화 경쟁이 빠르게 치열해지고 있다”며 “향후 시장 주도권은 사업 전략과 기술 실행력, 파트너십 구축 역량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유진 기자 yuji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