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정원이냐 장교숙소냐’ 선택이 먼저일까···용산공원 주택 최대 난제는

반기웅 기자 2026. 8. 2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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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울시 주택공급 찬반 논란 중심에 선 ‘용산공원’
어린이정원 부지 비소·다이옥신·벤조피렌 등 확인에도
윤석열 정부 당시, 정화 않고 임시 개방…지금껏 사용 중
정부 “주택 부지 흙 퍼낸 후 정화” 전문가 “공원 전체를”
19일 서울 용산구 장교숙소 5단지 내 홍보관을 찾은 시민들이 용산공원 일대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2026.08.23. 정효진 기자

정부가 서울 용산어린이정원을 포함한 용산공원 부지 일부에 대규모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환경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간 개발 찬반 갈등이 부각되며 부지의 토양오염 실태와 정화 계획이 논의에서 밀려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지 활용 전 면밀한 조사와 충분한 오염 정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용산공원, 주거지 토양오염 우려기준 초과

23일 취재를 종합하면 과거 미군기지였던 용산공원은 부지 반환 과정에서 토양과 지하수 등의 오염이 확인됐지만, 아직까지 모든 부지에 대한 조사와 정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을 위해 검토 중인 후보지는 어린이정원(30만㎡)과 장교숙소 5단지(4만9000㎡), 옛 방위사업청(7만3000㎡), 군인아파트(4만4000㎡) 등이다. 경향신문 분석 결과 가장 면적이 큰 어린이정원 부지에만 최대 1만5600가구의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된다.

어린이정원은 과거 미군기지 내 학교와 체육시설 등이 있던 사우스포스트 일대에 위치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곳에 어린이정원을 조성해 2023년 5월 임시 개방했다.

문제는 해당 부지에서 심각한 수준의 토양오염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2021년 기후에너지환경부(당시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과 미군이 공동으로 실시한 ‘환경조사 및 위해성평가’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비소, 크실렌, 아연, 납, 수은 등 다양한 오염물질이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

용산어린이정원에 조성된 어린이환경생태교육관. 반기웅 기자

특히 어린이정원이 들어선 학교·숙소 부지에서 비소가 1지역 토양오염 우려기준의 39.9배, 다이옥신이 34.8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독성 복합물질인 TPH는 23.4배, 크실렌은 7.3배, 벤조피렌은 6.3배까지 검출됐다. 토양환경보전법은 토지 용도에 따라 오염 우려기준을 1~3지역으로 나눠 정한다. 1지역은 주거지역과 학교, 공원, 어린이 놀이시설 등에 적용되는 토양오염 우려기준이다.

위해성 평가에서도 주거지로서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토양의 다이옥신과 비소, 벤조피렌은 암 발생 위험을 평가하는 발암 위해도 기준치를 넘어섰다. 암 이외의 건강 영향을 평가하는 비발암 위해도 역시 허용 기준을 초과했다. 어린이와 성인 거주자 모두 토양의 다이옥신으로 인한 비발암 위해도가 기준치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부지는 오염물질이 법령상 기준치를 초과했기 때문에 정화작업을 거치지 않고서는 공원이나 주거지로 조성할 수 없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오염 토양 위에 15㎝ 이상 흙을 덮는 등 정화 조치를 취했고, ‘임시 개방’이기 때문에 관련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개방을 강행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토양오염을 이유로 개방에 반대하고 개방을 막기 위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기도 했다.

“아파트 활용하려면 철저한 정화작업 필요”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사람이 거주하는 주택은 공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안전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토양 접촉은 물론 지하수와 토양가스, 비산먼지 등 다양한 노출 경로를 고려한 정밀 조사와 충분한 정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상윤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은 “어린이의 경우 아주 작은 노출과 변화로도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원보다 주거지로 사용할 때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정밀 조사와 정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오염돼 안전하지 않다”던 용산어린이정원…정권 교체 뒤 ‘전면 개방’[정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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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해당 부지의 오염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다만 주택 건설 과정에서 굴착을 통해 오염토를 반출하는 방식으로 정화를 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은 지난 19일 TV조선 인터뷰에서 “만약 여기 일부를 주택으로 쓴다고 하면 땅을 파야 하지 않나. 그러면 그 땅을 파서 흙을 딴 데로 반출해 정화 작업을 할 수 있다”며 굴착과 정화를 병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땅 파서 부지 정화?…“오염토 일부 반출로 정화 불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택 건설을 위한 굴착과 토양 정화는 다른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땅을 파는 것만으로는 오염 범위를 모두 제거할 수 없고, 오염물질의 분포와 지하수 오염 여부를 고려한 정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승우 군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오염토 일부를 반출하는 것과 부지 전체를 정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주택 부지만 굴착한다고 해도 주변에 남아 있는 오염토와 지하수 오염이 계속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용산공원 대상지 전체에 대한 조사와 정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윤석열 정부 당시 토양오염을 이유로 용산어린이정원 개방을 반대했다가 주택 공급으로 입장을 바꾼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박은정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정부가 바뀌었다고 토양오염의 위해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택 공급에 앞서 용산기지 전체의 오염 실태를 확인하고 정화 계획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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