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해결조차 '운' 따라간다… 새 형소법 시대, 지역 따라 달라지는 '수사 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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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사의 직접 수사와 직접 보완수사가 폐지되면서 경찰은 대부분 민생 수사에 대해 온전한 책임을 지게 됐다.
"어느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해 어떤 경찰서가 수사하느냐에 따라 수사 품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었다.
경기 남부지역의 일선서 형사과장은 "전국에서 수사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관은 약 3만8,000명인데 이들의 수사 경력과 경험한 범죄 유형, 법률 지식과 노하우는 제각각"이라며 "전국 수사관의 능력을 균질하게 담보하는 건 비현실적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너무 차이가 나 문제"라고 꼬집었다.
경찰청 한 중간간부는 "기본적으로 수사관 한 명 한 명이 탄탄할 수 있도록 경찰 내부적으로 진통에 가까운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며 "어느 지역에 살든, 어느 경찰서에서 사건을 맡든, 누가 담당 수사관이 되든 비슷한 수준의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새 형사사법체계에서 경찰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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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찰 수사도 ‘K양극화’
새 형사소송법, 경찰 수사 간부 30명 인터뷰
서울 15명·지방 15명 대상 수사역량 물었더니
30명 중 24명 "지역마다 수사 품질 편차 있다"
지방은 숙련자 부족, 수도권은 사건 과부하
30명 전원 '보완수사 1개월 부족' 우려 제기
편집자주
오는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사의 직접 수사와 직접 보완수사가 폐지되면서 경찰은 대부분 민생 수사에 대해 온전한 책임을 지게 됐다. 지역과 관서에 따라 수사 품질이 극명하게 갈리는 '수사 양극화' 속에서 인력 재배치의 한계와 보완수사 시한 압박까지 맞물리면서 현장에서는 수사 지연과 부실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새 형소법 시대'를 맞아 경찰 수사 역량의 현주소와 과제를 짚어본다.

경남의 한 지역 경찰서 수사과장인 A씨는 지역 금융기관 관계자들의 횡령·배임 의혹을 담은 고발장이 접수된 때를 잊지 못한다. 술 취한 주민들이 싸웠다거나 논밭 앞에 세워둔 푯말이 사라졌다는 정도가 그곳의 일상 업무. 지역 금융기관의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꼼꼼히 살펴야 하는 건 분명 낯선 사건이었다.
수사팀은 손부터 얼어붙었다. '어떤 자료를 확보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로 어떻게 수사를 이어가야 할지' 등 수사의 'ABC'부터 자신 없는 듯했다. 결국 과장인 A씨가 나서야 했다. 그는 "수사관들이 횡령·배임 사건을 해본 경험이 없어 수사에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며 "오죽하면 기록을 들고 검사를 찾아가 수사 방향을 물어봐야겠다고 했겠느냐"고 털어놨다.
이는 서울 일선 수사과의 풍경과 사뭇 다르다. 그곳에선 횡령·배임이나 사기 사건 고소가 하루에도 몇 건씩 몰려든다. 투자 사기부터 대출·중고거래 사기, 법인자금 유용까지, 변형된 각종 범죄 유형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복잡한 경제범죄라도 낯설거나 두려움을 느끼는 현장 경찰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한 서울 일선서 수사과장은 "횡령·배임이나 사기는 워낙 많아 질릴 정도"라며 "이곳 직원들은 복잡한 사건이라고 절대 겁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간간부 30명 중 24명 "지역 따라 수사 품질 달라"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사의 직접수사와 직접 보완수사는 이제 불가능하다. 수사라는 형사 절차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그리고 경찰이라는 '세 바퀴'로 굴러가게 된다. 이 가운데 중수청은 기존 검찰 조직 내 소위 '특수부'가 맡던 7대 중대범죄 사건,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범죄 사건 등 대상이 제한되는 반면, 경찰은 전체 사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민생 관련 형사 사건을 떠안아야 한다.
한국일보는 이 같은 새 형사사법체계 시행을 앞두고 전국 수사·형사과장과 팀·계장급 수사 중간간부 30명(서울 15명, 지방 15명)을 인터뷰했다. 그들에게 경찰 수사의 준비상태와 수사역량에 대한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우선 이들을 통해 지역·관서나 담당 수사관의 경험에 따라 수사 품질과 결과에 편차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뷰 대상 30명 중 무려 24명이 이 같은 문제 의식에 공감하고 동의했다. 경북 지역의 한 일선서 형사과장은 "서울과 경기권의 경우 일선서 수사 퀄리티가 조금씩 차이가 나는 데 비해 수도권과 지방은 그 차이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어느 지역에서 사건이 발생해 어떤 경찰서가 수사하느냐에 따라 수사 품질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었다. 사건 피해자로서는 '운'에 기대야 하는 상황, 여기에 지방의 경우 그 운이 없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우려이기도 했다.
문제는 개정 형소법 시행 이후 이런 운의 영역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검사와의 협력 관계가 이전 같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건 실체를 파악하고 필요한 증거를 모아 결론을 내야 할 일선 경찰 판단과 역량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 남부지역의 일선서 형사과장은 "전국에서 수사업무를 맡고 있는 경찰관은 약 3만8,000명인데 이들의 수사 경력과 경험한 범죄 유형, 법률 지식과 노하우는 제각각"이라며 "전국 수사관의 능력을 균질하게 담보하는 건 비현실적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너무 차이가 나 문제"라고 꼬집었다.
지방 수사력 밀리는 이유는?

지방과 서울을 포함하는 수도권의 수사력 격차가 크게 나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 대상 간부들은 지방 수사부서의 기피 현상을 첫손에 꼽았다. 전남 지역의 형사과장은 "지방 일선서 수사관 중에는 불송치 결정서에 자신의 이름이 달려 나가는 게 부담스러워 다른 기능으로 옮기는 경우가 꽤 있다"며 "경찰 지휘부에서는 어떻게 바라볼지는 모르겠지만 현장에선 책임진다는 걸 상당한 압박으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인 2021년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검찰 개혁 기조에 따라 경찰에도 불송치 결정 권한이 생기면서 수사관 개인이 사건 처리 결과에 느끼는 책임도 커졌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경찰은 당초 사건을 자체적으로 불송치 결정해 1차 종결할 수 없었다.
이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방의 경우 수사가 아닌 다른 기능으로 눈을 돌리면 이런 압박에서 얼마든지 벗어날 수 있다. 충남경찰청 소속 한 간부는 "충청도 지역 소도시만 가도 지구대 파출소에 112 신고가 하루에 10건을 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신고 내용도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어 "각종 수사로 생기는 고소·고발인의 압박, 사건 처리에 대한 책임 등과 비교하면 한결 수월한 게 사실이라 지구대 파출소로 많이들 빠져나간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선택은 악순환의 시작이다. 수사부서 이탈이 이어지면서 경험이 부족한 직원이 사건을 맡게 되고, 이들에게는 복잡한 사건을 제대로 풀어본 경험이 부족하니 업무는 또 어려워진다. 그러면서 수사부서가 힘들다는 인식은 더 강해지고, 다시 지원자는 줄고, 그사이 숙련자가 떠나면서 조직에 쌓인 노하우는 끊기는 식이다.
한 농촌 지역 일선서 수사과장은 가축분뇨 관련 사건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했다. 가축분뇨 사건은 지방에서 종종 발생하는 만큼 지역에서 오래 수사해온 수사관이라면 관련 법 지식이나 노하우가 쌓여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숙련자가 줄면서 이 같은 지역 특화 사건조차 수사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B 과장은 "환경 관련 수사는 특별법이나 관련 법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이 법들이 법, 시행령, 규칙, 고시까지 복잡하게 연결돼 의무 조항과 처벌 조항이 완성되는 경우가 꽤 있다"며 "이런 법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은 수사관이 많다 보니 의무 행위를 추려내는 단계부터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은 '사건 양'이 문제
지방이 경험과 역량의 문제라면, 서울과 수도권은 '속도'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서울에서는 경험 많은 수사관이 있어도 사건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 피해자 입장에서는 "결론이 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아우성이다. 서울 일선서 한 수사과장은 "사건 피해자든, 변호인이든 수사관에게 언제 사건을 처리할 것이냐는 전화가 수시로 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일선경찰서 수사과장은 "야근을 아무리 해도 사건이 줄지 않는다"며 "처리하고 나면 또 들어오고, 처리하면 또 들어온다. 오늘 몇 건 끝냈다고 내일 들고 있는 사건이 그만큼 줄어드는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일에 치이다 보니, 개인의 역량을 끌어올릴 여유가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서울경찰청 한 중간 수사간부는 "지금도 서울 어떤 일선서 수사관 중에는 사건을 100개 가까이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지방과 다르게 수사 능력이 있어도 사건에 파묻혀서 어느 사건을 언제 처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당연히 서울·수도권에서도 수사 역량에 대한 고민이 상당하다. 일선서 수사과장을 지낸 한 경기 남부지역 간부는 "경찰 수사관이라는 게 1, 2년 교육으로 베테랑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수사부서에서 최소한 3, 4년은 경험을 해야만 고소인이나 피의자들이 말하는 의도, 거짓말하는지 등을 알 수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인터뷰 대상 30명 모두 수사 전문성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경찰청 한 중간간부는 "기본적으로 수사관 한 명 한 명이 탄탄할 수 있도록 경찰 내부적으로 진통에 가까운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며 "어느 지역에 살든, 어느 경찰서에서 사건을 맡든, 누가 담당 수사관이 되든 비슷한 수준의 수사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새 형사사법체계에서 경찰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라고 꼬집었다.
지역 달라도 공통 걱정은 '보완수사 한 달'
서울과 지방의 수사 여건은 달랐지만 인터뷰한 수사간부 30명 전원이 공통적으로 우려한 것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원칙적으로 1개월 안에 처리하도록 한 규정이었다. 간단한 사실 확인을 넘어 피의자·참고인 재조사나 압수수색, 계좌추적, 디지털포렌식, 전문기관 감정 등이 필요한 사건까지 한 달 안에 끝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성남 일선서 한 수사과장은 "포렌식이나 계좌추적 등 외부 회신을 기다려야 하고, 고소인과 피의자를 다시 조사해야 할 수도 있다"며 "두 사람 조사 일정만 잡아도 한 달이 넘어갈 수 있다"고 했다. 대구 일선서 한 형사과장도 "금융 영장이 가면 열흘, 20일씩 걸리고 피의자도 바로 나오지 않는다"며 "한 달 안에 사람을 만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30명 중 24명은 보완수사 한 달 기한이 기존 사건 적체나 전체 처리기간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한이 정해진 보완수사를 우선 처리하면 일반 고소·고발 사건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것이다. 수원 일선서 한 수사과장은 "수사관들이 보완수사건만 들고 있는 게 아니다"며 "일반사건 민원 전화받고 조사하고 종결하면서 보완수사까지 같이 해야 한다. 두 마리 토끼를 못 잡는 것"이라고 했다.
수사 품질 저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우려했다. 30명 중 17명은 완성도보다 기한을 충족하다 수사를 제대로 못 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천경찰청 한 간부는 "수사하는 입장에서 기간의 압박이 가장 신경 쓰인다"며 "신속함과 완결성은 한 번에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고 했다. 반면 보완수사 기간을 1회에 한해 1개월 연장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신속성과 완결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새 형소법 시대…경찰 수사를 점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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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1> 경찰 수사도 'K양극화'
◆ '경찰 수사 점검' 특별취재팀
팀장=이상무 기자
취재=이재명·공병선·권정현·이정혁·나민서·남병진 기자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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