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해상軍, 호르무즈로 떠나자… 소말리아 해적 다시 활개

이민준 기자 2026. 8. 2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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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 새 상선 최소 6척 납치
지난 2024년 1월 이란 선박 두척을 납포했던 소말리아 해적들이 인도 해군에 공격을 받고 붙잡혀 있다./ 인도해군 X

에리트레아 국적 유조선이 최근 예멘 인근 해상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이를 포함해 소말리아·예멘 근해와 아덴만 일대에서 무장 해적의 상선 납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납치된 유조선·화물선만 최소 6척에 달한다.

이 지역에서는 미국·영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가 주도하는 다국적 연합 해상군 함정들이 해적 활동을 단속해 왔다. 그러나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함정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재배치되면서 해상 치안에 공백이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틈을 타 해적들이 마음 놓고 상선 사냥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해적질, 15년 만에 가장 심각”

23일 AP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에리트레아 국적 유조선 시부 1호는 지난 20일 예멘의 항구 도시 알무칼라에서 동쪽으로 252㎞ 떨어진 해상에서 무장 해적에 납치됐다. 시부 1호는 이란산 원유를 밀수출하는 ‘그림자 선단’에 소속돼 지난해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해적들은 이 배를 납치해 소말리아 북동부의 반(半)자치주 푼틀란드로 끌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푼틀란드는 소말리아 해적의 근거지로 알려진 곳이다.

소말리아 해적의 상선 납치는 최근 활발해지는 추세다. 지난 4월 팔라우 국적 유조선 아너 25호가 소말리아 해역에서 납치된 것을 시작으로 상선들이 연이어 해적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4월 26일 세인트키츠네비스 국적 화물선 스워드호가, 5월 2일엔 토고 국적 유조선 유레카호가, 7월 17일엔 탄자니아 국적 유조선 아사나호가 잇따라 납치됐다. 해적은 지난 17일 튀르키예군 무기를 실은 카메룬 국적 민간 화물선 루투프호도 납치했다. 넉 달 사이에 상선 6척을 나포한 것이다.

해양 정보 회사 윈드워드의 지난 5월 보고서에 따르면, 아너 25호 이전 소말리아 해적이 상선 납치에 마지막으로 성공한 것은 2023년 12월이다. 2024~2025년에도 간헐적으로 해적 활동이 있었지만 최근의 대형 상선 납치와 같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영리 해양 안전 단체 옥실리움 월드와이드의 이언 랄비 회장은 뉴욕타임스(NYT)에 “최근의 해적 활동 급증 양상은 15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 대체 항로 노려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발발 후 국가 경제가 사실상 붕괴하며 등장한 해적은 아덴만과 소말리아 연안 일대에서 선박을 납치해 화물을 빼돌리고 선원들의 몸값을 뜯어냈다. 유엔(UN)은 해적의 전성기였던 2011년 공개한 보고서에서 연간 손실액이 70억달러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런 손실을 메우기 위해 천문학적인 보험료가 지급됐다.

미국 등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소속 국가들을 주축으로 한 47국 연합 해상군의 단속으로 해적 활동은 한때 사실상 중단됐다. 미군은 항공모함 전단 등 핵심 자산까지 투입해 작전 구역을 넓히는 등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2월 28일 시작된 이란 전쟁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과 미국의 ‘최전선’이 되면서 해적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미군을 비롯한 연합 해상군 함정 상당수가 이란과 호르무즈 해협 인근으로 이동하면서 소말리아 인근 해역의 단속 활동은 자연스럽게 약화됐다는 것이다. 미국·이란 전쟁의 최대 수혜자가 소말리아 해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덴만이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 항로로 떠오른 점도 해적 행위가 빈번해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아덴만은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의 길목에 해당하는 요충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자 동부의 유전지대에서 홍해에 접한 서부 얀부항까지 원유를 송유관으로 이송한 뒤 아덴만을 거쳐 수출하고 있다. 이를 비롯해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 대신 아덴만으로 우회하는 배가 늘어나면서 이를 노린 해적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전쟁의 여파로 원유 가격이 올라 ‘범죄 수익’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컨설팅 회사 옵시디언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브렛 에릭슨 대표는 미국 매체 폴리티코에 “원유 가격이 오르고 시장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해적질은 매우 수익성 높은 사업”이라며 “미국의 대응에 직면할 위험이 훨씬 낮아진 지금은 해적에겐 기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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