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이사람] "과학수사는 시간을 되감는 일… 현장보존 가장 중요해"

최승한 2026. 8. 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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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흔적이 남는다.

처음부터 과학수사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지만, 현장에서 피해자와 유족을 마주하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그에게 과학수사는 장비로 단서를 찾는 일을 넘어 현장을 관찰하고 사건 당시의 시간을 되감아보는 일이다.

현장에서 절망감에 빠진 이들을 봐도 과학수사관이 건넬 수 있는 위로는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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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진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장
과학수사 초기부터 일한 베테랑
후배들에 늘 '보존과 기록' 강조
미제사건 해결했을 때 가장 뿌듯
작은 지문으로 15년만에 범인 덜미
한경진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장 서울경찰청 제공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흔적이 남는다. 넘어진 물건, 흩어진 혈흔, 작게 남은 지문, 타고 남은 재. 누군가에게는 지나간 장면이지만 한경진 서울경찰청 과학수사대장(경정·사진)에게는 사건이 멈춰 선 시간이다.

한 대장이 현장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사람은 유족이다. 한 대장은 23일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의혹을 해소해 주는 것"이라며 "증거를 찾아 진실을 밝혀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는 사람이 과학수사관"이라고 말했다.

1998년 경찰에 입직한 한 대장은 2000년부터 과학수사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감식반으로 불리던 조직이 과학수사라는 이름을 갖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처음부터 과학수사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지만, 현장에서 피해자와 유족을 마주하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그에게 과학수사는 장비로 단서를 찾는 일을 넘어 현장을 관찰하고 사건 당시의 시간을 되감아보는 일이다. 한 대장은 "사실이 현재 있는 상태라면, 진실은 그 이면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며 "사망사고의 경우 사고사인지 타살 혐의가 있는지 구분이 안 되는 순간이 있는데, 현장 관찰과 경험을 통해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후배들에게 현장 보존과 기록을 반복해 강조한다. 현장은 한 번 흐트러지면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기록을 해놔야 하나하나 보면서 빠뜨리지 않는다"며 "범죄 사실 입증의 출발점은 현장 보존과 기록"이라고 했다. 경험에 기댄 예단도 경계한다. 과거에 경험했던 사건과는 전혀 다른 상황으로 보고, 객관적인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마음에 가장 오래 남는 것은 20년도 더 된 미제 사건이다. 한 대장이 현장에 나갔던 2002년 살인 사건은 당시 작게 남은 지문을 특정하지 못해 장기 미제로 남았다. 그러나 기술 발전과 재검색 끝에 15년 만에 피의자가 확인됐다.

약 30년 경력의 베테랑인 그도 언제나 유족을 마주하는 일은 어렵게 느낀다. 현장에서 절망감에 빠진 이들을 봐도 과학수사관이 건넬 수 있는 위로는 많지 않다.

한 대장은 "유족은 항상 마음에 걸리는 존재"라며 "검시를 할 때도 예의를 갖추고 불필요하게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의혹을 풀 수 있는 단서를 찾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위로라고 믿기 때문이다.

현장 감식 업무는 그의 일상도 바꿔놨다. 담뱃불 화재를 수차례 보고 20년 넘게 금연을 이어오고 있다. 또 집을 나설 때는 전기제품의 코드가 연결돼 있는지 몇 번이고 확인한다. 주택가를 걸을 때도 창문과 가스관을 보며 침입 가능성을 습관처럼 살핀다.

시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한 대장은 "국가와 경찰의 역할도 있지만,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있으면 더 안전해질 수 있다"며 "매뉴얼만 지켜도 줄일 수 있는 사고가 많다"고 당부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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