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사이클’ 꺼지면 위기···미래대응기금, 재원 지속성과 운용 투명성 과제

윤기은·김경민 기자 2026. 8. 2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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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비공개 당정협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으로 늘어난 세수를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기로 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아 보인다.

반도체 경기 하락기에도 지속 가능하냐는 의구심, 왜 남는 세수를 국가 채무 상환에 먼저 쓰지 않느냐는 비판에 답해야 한다. 기금 용처에 복지와 기후위기가 빠졌다는 지적과 기금 운용이 국회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극복할 과제로 꼽힌다.

기획예산처가 지난 21일 발표한 미래대응기금은 남는 세수로 기금을 만들어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 등 4개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첫해인 내년에 100조원 넘는 기금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다음 달 3일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미래대응기금 신설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문제는 세수 여건에 따라 기금 재원이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추가 세수는 반도체 호황 덕분인데, 반도체는 3~5년 단위로 사이클을 타는 업종이다보니 몇년 후에는 기금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 주거·결혼·출산·양육 지원과 농어촌 기본소득 등 지속적인 재원이 필요한 사업을 세수 변동성이 큰 재원에 의존할 경우 안정적인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호황기에는 재원을 적립하고 미달할 때는 푸는 저수지 기능을 활용하는 구조”라며 “산업 구조와 세수 여건이 변하더라도 이후 호황기에 다시 재원을 축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추가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활용하는 대신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쟁도 있다. 국고채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는 채무 상환을 통해 향후 이자 부담을 줄이는 것이 재정 건전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견해도 있다. 지난 21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4.369%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날보다 1.52%포인트 올랐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국가 채무는 10~20년 뒤 상환 부담이 생기는 만큼, 미래세대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기금의 목적이라면 지금 국가 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추가세수를 단기적인 소비성 지출이나 채무 상환에 사용하는 것보다 AI 확산 등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에 활용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은 편이 아니고, GDP가 증가하면서 비율도 낮아지고 있어 빚을 황급히 갚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 미래대응기금

기금에 많은 돈이 모이면서 복지 여력이 줄어든다는 걱정도 있다. 정부가 제시한 안에는 노인·장애인 빈곤이나 보건·의료 등 전통적인 복지 분야가 포함되지 않았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는 확대되지만, 그 이면에서 벌어질 사회 격차를 해소하는 내용은 빠졌다고 볼 수도 있다.

김현동 교수는 “반도체 산업에 편중된 경제 구조로 인해 물가 상승과 자산·소득 격차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회보장과 복지에도 추가 세수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위기 대응 분야도 기금 운용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기금 주요 사용처로 AI 데이터센터, 3대 메가프로젝트를 위한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 등을 지목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연구기관 등은 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과 수자원을 소비하며, 탄소 배출, 전자폐기물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기금이 국회의 재정 통제를 벗어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금운용계획은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되지만, 국가재정법에 따라 비금융성 기금은 주요항목 지출금액의 20% 이내에서 국회에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제출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 당장 내년에 정부가 100조원 넘는 기금 중 상당 부분을 국회 동의 없이 변경해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전문가들은 거액의 재원을 장기간 운용하는 만큼 성과평가와 운용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유찬 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기금 사용에 대한 주기적인 성과평가가 필요하다”며 “평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국회나 감사원 등 외부 기관이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초과세수 쌓아 AI·청년에 투자한다···“미래대응기금, 이렇게 걷어, 이렇게 쓸겁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8211620001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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