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믿었는데 백골 시신”…분통 터뜨린 ‘장미란 실종’ 판박이 사건 유족

이혜영 기자 2026. 8. 2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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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장기 실종된 장미란씨(37)의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경찰관이 또 다른 실종 사건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장씨 역시 최초 신고 당시 수색이 시작됐지만 담당 경찰관의 일방적인 사건 종결로 약 두 달간 수색이 끊겼고, 실종 100일이 넘도록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재신고가 접수되면서 경찰은 뒤늦게 두 사건의 담당자가 같은 B경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A씨 사건 역시 실제 소재 확인 없이 종결됐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A씨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를 살릴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며 "지난달 2일 실종 신고 직후 '아버지가 무사하다'고 담당 경찰로부터 들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아 이후 두 차례 더 도움을 요청했다. 담당 경찰관은 '아버지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그 설명을 믿고 아버지를 기다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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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됐다” 믿었던 유족, 두 번 더 경찰 찾았지만 51일 만에 결국 시신으로
장미란씨 사건과 같은 경찰관이 처리…실종 확인 않고 잇달아 허위 종결
국수본장 제주 급파·총리 진상조사 지시…장씨는 100일 넘게 행방 묘연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실종신고 허위 종결 등 부실 대응 속에 3개월째 행방이 묘연한 장미란씨를 찾기 위해 8월20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서 경찰이 집중 수색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제주에서 장기 실종된 장미란씨(37)의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경찰관이 또 다른 실종 사건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두 번째 사건의 60대 남성은 최초 신고 51일 만에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의 말을 믿고 기다렸던 유족은 "사람이 백골이 될 때까지 경찰은 뭐했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장씨 역시 최초 신고 당시 수색이 시작됐지만 담당 경찰관의 일방적인 사건 종결로 약 두 달간 수색이 끊겼고, 실종 100일이 넘도록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60대 남성 A씨 가족은 지난 7월2일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신고를 담당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B경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족에게 연락해 A씨와 통화했으며 "무사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A씨가 가족에게 자신의 소재를 알려주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B경장은 이후 경찰 내부 실종자 관리 시스템에서도 A씨 사건을 해제했다.

가족은 경찰의 말을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A씨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유족은 A씨의 소재를 확인해달라며 경찰에 거듭 도움을 요청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다 최근 언론을 통해 장씨 실종 사건을 접했다. 실종자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경찰관이 가족에게 "연락이 됐다"고 설명한 뒤 사건을 끝냈다는 대목이 자신들이 겪은 일과 흡사했다.

가족은 다시 경찰을 찾았다. 지난 21일 재신고가 접수되면서 경찰은 뒤늦게 두 사건의 담당자가 같은 B경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A씨 사건 역시 실제 소재 확인 없이 종결됐다는 정황을 파악했다. 경찰이 다시 수색에 나섰지만 A씨는 다음 날인 22일 제주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로부터 51일이 지난 뒤였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 등 범죄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8월23일 제주서부경찰서 앞에서 실종 신고 후 51일 만에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60대 실종자의 유족들이 기자회견을 하며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 믿었는데…살릴 시간 충분했다" 울분 

뒤늦게 시신을 마주한 가족은 울분을 토했다. A씨 유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아버지를 살릴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며 "지난달 2일 실종 신고 직후 '아버지가 무사하다'고 담당 경찰로부터 들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아 이후 두 차례 더 도움을 요청했다. 담당 경찰관은 '아버지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고, 그 설명을 믿고 아버지를 기다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후에도 계속 아버지가 연락되지 않아 다시 경찰을 찾았지만 경찰은 '실종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가족들이 개인적으로 알아보라'고 했을 뿐"이라며 "우리 가족은 경찰을 믿었지만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A씨 아들은 "(장미란씨) 실종 허위 종결 뉴스가 아버지 사례와 비슷해 다시 실종 신고를 하게 됐는데, 곧바로 다음 날 아버지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면서 "최초 신고 당시 어떤 판단이나 조치가 적절했는지, 적극 수색이 이뤄졌는지를 밝혀달라. 잘못된 대응이 있으면 책임 또한 물어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유족은 "사람이 백골이 될 때까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될 때까지 경찰은 대체 뭘 한 거냐"고 성토했다. 

A씨 실종 사건을 맡았던 B경장은 장씨 실종 신고를 접수한 후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허위종결 처리했다. 100일 넘게 행방이 묘연한 장씨는 현재까지 생존 여부를 추정할 수 있는 생활 반응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장씨는 5월12일 오후 10시15분께 제주시 한림읍 자택을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사흘 뒤인 15일 오후 6시43분께 장씨의 남자친구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당시 한림파출소 경찰관들은 신고자를 직접 만나 장씨의 휴대전화 위치값 등을 토대로 한림항 주변 숙박업소 등을 탐문하며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수색은 불과 2시간30여 분 만에 중단됐다.

신고를 처리한 B경장이 오후 9시16분께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112 신고를 종결했기 때문이다. 장씨가 자신의 위치를 남자친구에게 알리지 않기를 원한다는 취지의 설명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장씨를 찾던 경찰관들은 실종자의 안전이 확인된 것으로 알고 철수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이 확인한 통신기록에는 B경장과 장씨가 실제 통화한 흔적이 없었다. 장씨 휴대전화에서는 실종 이후 경찰과 통화한 기록 자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내부 조사에서도 B경장이 장씨와 연락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B경장이 실제 장씨의 안전이나 소재를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종 사건을 끝내기 위해 필요한 절차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실종 수사 매뉴얼은 다른 사람이 실종자 행세를 하는 등의 상황을 막기 위해 사건을 종결할 때 원칙적으로 실종자를 직접 대면해 안전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장씨 사건에서 이 같은 대면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조사 결과 장씨 관련 내용은 경찰 내부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한때 입력됐다가 사건 종결과 함께 관리 목록에서도 해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시스템은 실종자의 신고·발견 이력과 경찰 조치 등을 관리하는 전산망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허위 정보가 입력됐는지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

장씨 가족이 다시 경찰을 찾았을 때는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였다. 가족은 장씨와 계속 연락되지 않자 7월 다시 실종 신고에 나섰고, 같은 달 19일 가족의 신고가 다시 접수되면서 경찰 수사가 본격 재개됐다. 최초 신고가 허위 종결된 지 두 달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경찰은 뒤늦게 한림항 주변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육상과 해상을 수색하고 있지만 장씨는 여전히 발견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전날 B경장을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B경장이 지난해부터 처리한 다른 실종 사건들까지 들여다보며 비슷한 방식의 허위 종결이 더 있었는지 확인하고 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제주경찰청을 찾아 장씨 수색 상황과 B경장 수사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홍 본부장은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국민에게 당연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한편 제도 개선 전이라도 현장 경찰관들의 사건 처리 태도를 다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경찰청에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긴급 지시했다. 한 총리는 "실종신고 접수와 처리 과정에서 허위로 사건을 종결하는 등의 행위가 없는지 면밀히 확인하라"며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장씨 수색에도 가용 경찰력을 최대한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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