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커버스토리]中은 내수 업고 추격…K부품업계, AI·전장·로봇으로 맞선다

차현정 기자 2026. 8. 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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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자부품 업체들이 범용 제품을 넘어 인공지능(AI)·전장 등 고부가 시장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스마트폰·전기차 등 자국 세트업체의 성장을 발판으로 생산 경험과 기술력을 쌓은 영향이다.

중국은 스마트폰과 가전은 물론 전기차와 데이터센터 등 전자부품 수요가 많은 산업에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과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부품업계의 사업 환경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고부가 제품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고객사와 생산거점을 다변화해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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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내수시장·세트산업 성장 발판삼아 부품 자립 '속도전'
삼성전기, AI용 MLCC·FC-BGA 강화…LG이노텍, 로봇 센싱 공략
미중 공급망 재편 속 고객·생산거점 다변화도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삼성전기

중국 전자부품 업체들이 범용 제품을 넘어 인공지능(AI)·전장 등 고부가 시장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고 있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스마트폰·전기차 등 자국 세트업체의 성장을 발판으로 생산 경험과 기술력을 쌓은 영향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AI·전장·로봇 등 기술 난도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中 세트산업 성장에 부품업계도 몸집 키워

중국은 스마트폰과 가전은 물론 전기차와 데이터센터 등 전자부품 수요가 많은 산업에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AI 산업의 성장은 부품 수요의 양뿐 아니라 종류도 바꾸고 있다. 전기차에는 스마트폰보다 많은 MLCC가 필요하고, AI 서버 역시 높은 소비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량·고신뢰성 MLCC를 사용한다. AI 가속기와 서버 중앙처리장치(CPU)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고다층·대면적 FC-BGA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첨단산업 자립 정책도 현지 부품업체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확정된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서 전자정보 산업의 전 산업망 혁신을 추진하고 핵심 부품·전자부품·전용 소재의 기술 개발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아직 고부가 부품 시장에서 한국·일본 업체와 대등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서버용 MLCC와 FC-BGA 등은 높은 수율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데다 글로벌 고객사의 장기간 인증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중국 업체들은 자국 스마트폰·전기차·AI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해 양산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특별한 강점이 있다.

삼성전기 MLCC./삼성전기

◆삼성전기, AI·전장용 고부가 제품으로 격차 유지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전기는 범용 제품보다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AI와 전장용 부품 비중을 높이고 있다. MLCC에서는 AI 서버용 초고용량·고온·고전압 제품 공급을 확대하는 중이다. AI 가속기의 연산 성능과 소비전력이 높아질수록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MLCC의 성능도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30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와 주요 반도체 업체 등 10여개 고객사와 MLCC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추가 계약을 요청한 고객사와도 협의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AI 서버용 최선단 MLCC의 경우 높은 용량과 내열·내압 성능, 신뢰성이 요구돼 공급 가능한 업체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FC-BGA에서도 AI용 제품 비중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2분기 신규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에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용 FC-BGA 공급을 시작했다. 3분기에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의 신규 AI 가속기와 서버 CPU용 제품 양산을 확대할 예정이다.AI 데이터센터용 고부가 기판 수요에 대응해 국내외 생산능력도 늘릴 계획이다.

LG이노텍 마곡본사./LG이노텍

◆카메라에서 '로봇의 눈'으로…LG이노텍, 신사업 '박차'

LG이노텍은 스마트폰 카메라모듈에서 확보한 광학 기술을 전장과 로봇으로 확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특정 고객사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성장성이 높은 신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로봇 부품에서는 비전 센싱을 중심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달 일본 TDK와 로봇용 비전·촉각 센싱 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양사는 카메라모듈과 TDK의 센서 기술을 결합한 비전 센싱 모듈과 로봇의 접촉 정보를 감지하는 촉각 센싱 모듈을 공동 개발해 2027년 출시한다는 목표다.

생산 기반도 확대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베트남 반도체기판 공장 증설에 착수했다. 신공장은 2027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며 RF-SiP와 FC-CSP, FC-BGA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앞서 베트남 하이퐁에는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해 카메라모듈 V3 신공장을 구축했고 지난해 가동을 시작했다.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전자부품 업계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형상화한 이미지. /챗GPT.

◆미중 갈등에 공급망 재편…'비중국' 수요는 기회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변화는 국내 업체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외국산 첨단 로봇을 국가안보 위협 장비 목록인 '커버드 리스트'에 추가했다. 대상은 특정 국가로 한정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중국산 로봇의 미국 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규제 강화는 로봇 완제품뿐 아니라 부품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휴머노이드용 비전센싱 모듈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삼성전기도 연내 휴머노이드용 카메라모듈 초도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산 로봇의 미국 시장 진입이 제한되면서 국내 업체들도 북미 고객사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 추격과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부품업계의 사업 환경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며 "국내 업체들은 고부가 제품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고객사와 생산거점을 다변화해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