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현수 “'킬쇼2' 사투리 연기, 대본 통으로 다 외웠죠”

배우 유현수(26)가 디즈니+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를 통해 글로벌 시청자도 사로잡는 잠재력을 증명했다.
최근 모든 회차가 공개된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는 혹독한 인수인계 끝에 쇼핑몰의 수장이 된 김혜준(지안)이 살아 돌아온 이동욱(진만)과 손잡고 바빌론 글로벌 세력에 맞서는 반격을 그린다. 시즌2는 공개 첫날 기준 전 세계 디즈니+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등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유현수는 극 중 김혜준(정지안)이 신분을 숨기고 머물게 된 섬마을 하남도의 주민 김우진 역으로 분해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통영 사투리를 쓰는 순박한 섬마을 청년으로 등장해 반전의 1회 엔딩을 거쳐, 딱딱하게 굳어버린 김혜준의 마음을 녹이는 미소까지 보여주며 시청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고향이 경상도 쪽인가요. 사투리가 자연스럽던데요.
“경상도 지역에서 살아본 경험은 전혀 없어요. 부모님도 모두 서울 분이세요. 캐스팅 소식을 듣고 통영에서 첫 촬영을 하기까지 약 2주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거의 잠자는 시간 빼고는 사투리 선생님과 붙어서 계속 연습했어요. 통영에 내려가서도 촬영이 끝나면 숙소에서 자기 전까지 계속 사투리를 연습했고, 선생님을 만나지 못할 때는 통화로 3시간 이상씩 연습했어요. 그렇게 3개월 동안 사투리 수업에 전념했던 것 같아요.”
“가능한 시간에는 계속 함께해 주셨어요. 현장에 계시지 않을 때 감독님께서 갑작스럽게 추가 대사를 주문하시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럴 때는 급하게 선생님께 전화해서 도움을 받았어요. 본 촬영에 들어갈 때는 2·3·4부 대사를 통으로 다 외울 정도로 수차례 연습했어요. 계속 사투리 연습을 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대부분 외워졌던 것 같아요.”

-우진을 위한 사투리를 맞춤으로 제작했다고요.
“우진이를 위해 사투리를 맞춤 제작했어요. 감독님께서 캐스팅이 되고 나서 사투리 선생님께 직접 자문을 요청하셨고, 대본의 단어 선택이나 표현에 대해서도 함께 검수했던 것 같아요. 일반적인 경우에는 사투리를 녹음한 걸 배우가 여러 번 반복해서 뱉는 식으로 연습하는데, 이번에는 제가 사투리 선생님 앞에서 직접 연기를 보여드리고 거기에 맞게 사투리를 제작해주셨어요. 현장에서 상대 배우에 따라 제 연기 톤이 바뀌면 그에 맞춰 사투리도 유동적으로 바꿔주셨고요. 어려웠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처음 오디션을 볼 때부터 사투리 연기를 준비했나요.
“처음에는 비대면으로 감독님께 독백 영상을 보내드렸어요. '갯마을 차차차'에서 김선호 선배님이 연기했던 섬 청년과 우진이 캐릭터의 대사를 모든 장면별로 서울말과 사투리 버전으로 찍어서 보냈어요.그런데 당시에는 경상도 사투리 정도로만 알려주셔서 부산 사투리로 준비했어요. 이후 통영 사투리를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되면서 교정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하는 사투리가 보통 부산 사투리인데, 통영 사투리는 또 다르더라고요. 그 차이를 바로잡는 작업이 중요했어요.”
-바이크 액션이 멋지던데요.
“바이크 액션 연기를 위해서 2종 소형 면허를 따야 했어요. 촬영 전 2주 동안 운전면허 학원을 다녔어요. 그런데 비 오는 날 시험을 보다가 탈선을 해서 재시험을 보게 됐어요. (첫 촬영을 위해) 통영에 내려가기 5일 전이었는데 재시험은 3일 후에 볼 수 있어서 정말 떨렸어요. 결국 통영에 내려가기 이틀 전에 면허를 취득했어요.”
-거의 무면허로 촬영할 뻔했네요.
“그랬으면 아마…. 상상하고 싶지 않더라고요.(웃음) 대역을 해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토바이가 전복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직접 촬영했기 때문에 다행이었어요.”
-배를 직접 운전하는 장면도 있었죠.
“통영 촬영 전날 미리 내려가서 현지 선장님께 배를 조작하는 법을 배웠어요.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제가 직접 배를 조작했고, 옆에 선장님께서 계셨어요. 실제로는 선장님과 동행한 상태에서 촬영했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우진이가 밀수에 연루되면서 느끼는 당혹감이나 초조함 정도의 연기를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감독님께서는 조금 더 악역의 면모를 드러내고 미스터리함을 보여주는 연출을 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실제 우진이 버전의 연기와 시즌1의 배정민을 떠올리게 하는 버전, 두 가지 연기를 촬영했어요. 감독님께서 나중에 선택해서 사용하시겠다고 하셨어요. 당시에는 우진이라는 캐릭터의 일관성을 너무 벗어난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더 악역처럼 해달라고 요청하셔서 그 순간만큼은 거의 바벨론에서 파견된 첩자처럼 연기했던 것 같아요. 우진이 캐릭터를 잠시 버리고요. 나중에 편집본을 보면서 감독님께서 극의 재미 요소와 장르를 순간적으로 뒤엎는 요소를 만드셨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 '나무가 아니라 숲을 봐야겠다'는 걸 배운 것 같아요.”
“아마 제 연기를 보시고 조금 더 강렬하게 요청해주셨던 것 같아요. 수위를 좀 더 높여달라고 하셔서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최종본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밀수를 해명하기 위해 아린이 집 앞에 우진이가 찾아가는 장면에서 문을 세차게 두드리는 액팅도 요청하셨거든요. 그런 식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던 것 같아요.”

-우진은 정지안의 마음을 조금씩 녹이는 역할이기도 하죠.
“편안함이나 따뜻함이 경계를 풀게 하는 포인트가 아니었나 싶어요. 특히 삼겹살을 먹는 장면에서 보여준 순박하고 편안한 느낌이 사실 우진이라는 캐릭터와 제가 가진 가장 높은 싱크로율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부분이 아린(정지안)의 마음을 열게 한 게 아닌가 싶어요.”
-우진과 실제 본인의 모습도 비슷한가요.
“상당히 유사한 것 같아요.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던 것 같고요. 따뜻하고 정이 많고, 어르신들에게 리더십을 보이는 부분도 비슷해요. 또 우진에게 위험이 닥치고 나서 아린이를 무조건 지켜내야겠다는 목표로 앞만 보고 달리는 저돌적인 모습도 제 목표 지향적인 성격과 닮은 것 같아요.”
-실제로도 앞만 보고 달렸던 경험이 있나요.
“지금까지의 삶이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인 연기를 하면서 다른 것들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연기만 생각하면서 지냈던 것 같아요.”
-정지안을 연기한 김혜준에게 조언을 받기도 했나요.
“직접적인 조언을 해줬다기보다는 제가 많이 물어봤던 것 같아요. 특히 쫓기는 장면이나 큰 폭발을 맞이하는 장면처럼 상상에 의존해서 연기해야 하는 장면들이 많았어요. 그런 장면을 할 때 급박한 호흡이나 거친 호흡의 수위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궁금했는데, 혜준 선배님께서 그런 부분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또 정서적인 연기를 할 때 자신의 연기보다 상대방이 연기하면서 불편한 지점은 없는지 먼저 체크하고, 리허설 때 하나씩 맞춰가며 동선을 잡는 과정에서도 많이 리드해주셨어요. 그런 부분이 정말 고마웠어요.”
“제가 바이크 신을 할 때 혜준 선배님을 뒤에 태우고 달려야 해서 선배님이 무서우셨을 것 같아요. 면허를 딴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쫓기는 상황이라 꽤 빠른 속도로 비탈길을 달려야 했어요. 남양주 숲길을 내려갈 때도 바닥이 굉장히 거칠었고요. 혜준 선배님은 저를 한 팔로 붙잡고 다른 한 팔로 총을 쏘셨는데, 그 총이 성인 남자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반동이 컸어요. 그런데도 이를 악물고 촬영하시는 모습이 정말 카리스마 있고 놀라웠어요. 제가 누나를 뒤에 태우고 있다는 부담감이 보였는지 선배님이 농담도 많이 해주셨어요. '여기서 다치면 보험 처리할 거야', '고소할 거야'라고 농담하면서 긴장을 풀어주셨어요.”

-매체 연기를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한 2년 정도 된 것 같아요. 그전에는 학교나 독립 단편영화 같은 작업을 계속했어요.”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면 지치지 않게 해주는 무언가가 필요할 텐데.
“연기를 공부하고 훈련하는 시간이 저에게는 너무 큰 행복이자 취미생활이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공연을 만들고 파트너와 장면 연기를 만들어 나가는 시간, 영화과 친구들과 촬영하는 시간이 저에게 큰 행복감과 희열을 줬어요. 학교에 있는 동안 연기적인 부분을 최대한 많이 준비하고, 많은 '총알'을 준비해놓으면 졸업하고 나서 길게 봤을 때 연기를 더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학교에 대한 애착이 좀 더 컸던 것 같아요.”
“그동안 선하고 풋풋한 느낌으로 많이 써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풋풋한 학생물 같은 작품에서 잘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동시에 학교에 다닐 때 교수님께서 자신의 이미지는 나중에 상업 작품에서 그 이미지 위주로 쓰이게 될 테니 자신에게 없는, 상반되는 부분을 채워나가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악역이나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을 많이 준비했어요. 스릴러나 미스터리 같은 장르의 인물도 보여드리고 싶은 게 많아요. 악역을 너무 좋아해요. '킬러들의 쇼핑몰'을 할 때도 바빌론의 선배님들을 보면서 '저런 빌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박해일 선배님이에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에 대한 로망이 커요. 제가 박해일 선배님을 처음 스크린에서 뵌 게 '괴물'에서 거친 삼촌 역할을 하셨을 때였어요. 어릴 때 봤는데 그 역할이 가장 기억에 남았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는 '덕혜옹주'나 '헤어질 결심'에서 보여주신 우직하고 다정한 모습을 보면서 정말 저렇게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라는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 그런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요.
“다채로운 얼굴을 매번 보여드리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번에 OTT 작품을 하면서 해외의 많은 분들에게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소통할 수 있었는데, 세계적인 무대에서 연기력으로 인정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거대한 꿈이 생겼어요.”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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