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종결’ 두 실종사건…장미란씨는 행방 묘연, 60대는 숨진 채

원소정 기자 2026. 8. 2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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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신고에 드러난 허위 종결…A경장 긴급체포
장씨 수색 두 달여 늦게 시작…동선 추적 난항
제주에서 실종된 장미란씨(37)를 찾기 위한 수색이 이어지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에서 한 경찰관이 실종사건을 잇따라 허위로 종결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부실 수사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30대 여성 장미란씨는 석 달 넘게 행방이 묘연한 데 이어 같은 경찰관이 맡았던 또 다른 실종자는 최초 신고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다.

경찰은 해당 경찰관을 긴급체포해 구체적인 사건 처리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실종수사팀 근무 당시 처리한 1년치 실종사건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 또 다른 실종자는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

23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 22일 긴급체포됐다.

A경장은 지난 5월 접수된 장미란(37)씨 실종사건을 담당하면서 실제 장씨와 연락이 닿지 않았음에도 연락이 된 것처럼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씨 사건에 이어 A경장이 맡았던 또 다른 실종사건에서도 비슷한 정황이 확인됐다.

지난 7월2일 가족으로부터 실종 신고가 접수된 60대 남성 B씨 사건 역시 당시 실종수사팀에서 근무하던 A경장이 담당했다.

A경장은 당시 가족에게 "B씨와 통화했지만 가족에게 소재를 알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장씨 사건과 같이 B씨를 이미 발견한 것처럼 보고하고,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도 사건을 해제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B씨는 이후에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장씨의 장기 실종과 경찰의 허위 종결 의혹이 알려지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B씨 가족이 지난 21일 경찰에 다시 실종 신고를 했다.

재신고를 받은 경찰은 당시 사건을 처리한 담당자가 장씨 사건을 맡았던 A경장과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또 다른 허위 종결 정황을 파악했다.

경찰은 곧바로 B씨의 행방을 추적하고 수색에 나섰지만, B씨는 다음 날인 22일 제주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51일 만이다.

잇따라 허위 종결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은 A경장이 실종수사팀에서 근무한 약 1년 동안 처리한 실종사건 전체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청 차원에서도 전국 실종사건을 대상으로 허위 종결 사례가 있는지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 두 달 지나 시작된 수색…CCTV 삭제·동선 추적 난항

경찰의 뒤늦은 수사와 수색에도 장씨의 행방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장씨 가족의 재신고가 접수된 지난 7월19일부터 본격적인 수사와 수색에 나섰지만, 한 달이 넘도록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이미 두 달여가 지난 뒤에야 본격적인 수색이 시작되면서 장씨의 동선을 추적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장씨의 마지막 휴대전화 기지국 신호는 지난 5월16일 오전 9시44분께 한림항 인근에서 잡혔다. 장씨가 거주지를 나선 지 나흘가량 지난 시점이다.

다만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 기록은 GPS와 달리 정확한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워 실제 위치와 상당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수색 범위가 넓은 데다 해상 실족 등 여러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어 수색에도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경찰은 오는 25일부터 26일까지 수색 범위를 도내 해안가로 확대해 장씨의 흔적을 찾을 계획이다.

CCTV를 통한 동선 추적에도 한계가 있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을 당시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 CCTV 영상 대부분이 보관 기간을 넘겨 삭제된 상태다.

현재까지 확보된 CCTV에서 확인되는 장씨의 마지막 모습은 지난 5월12일 오후 10시15분께 제주시 한림읍 거주지를 나서는 장면이다. 이후 장씨의 행적을 보여주는 CCTV 영상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 국수본장 제주로…전국 실종사건 '허위 종결' 전수조사

사태가 커지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이날 직접 제주를 찾아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

홍석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오전 8시께 제주경찰청을 방문해 약 2시간 동안 수사회의를 주재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실종사건 허위 종결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제주경찰청에도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고, 가용 인력을 최대한 동원해 장씨에 대한 현장 수색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수사회의를 마친 홍 본부장은 장씨 수색 현장을 찾아 수색 범위와 진행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

홍 본부장은 현장 경찰관들에게 "내 가족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실종자의 안전과 소재 발견을 위한 단서 발견에 노력해달라"며 "실종사건은 하나하나 모두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장씨는 키 158㎝가량의 마른 체형이며, 거주지를 나설 당시 카키색 조거팬츠, 빨간니트, 검정 후드집업을 입고 슬리퍼를 신은 상태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