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LG이노텍, ‘효자’ 된 반도체 기판…해외 거점 대형 투자로 격차 벌린다
수익성·성장성 동시에 챙겨 글로벌 생산라인 증설 박차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인공지능(AI)과 전장(차량용 전기·전자 장비) 시장의 성장에 힘입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반도체 패키지기판 사업을 미래 핵심 성장축으로 확실히 굳히고 있다. 양사는 폭증하는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주요 해외 거점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생산능력(CAPA)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 AI 가속기가 당긴 '고부가 기판' 수요…가동률 90% 육박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메쉬 형태의 범프(Bump)로 연결하는 고집적 패키지기판이다. AI 서버용 초고성능 반도체(CPU·GPU·AI 가속기)는 수천 개 이상의 회로선과 높은 전력 소모를 견뎌야 해 면적이 넓고 층수가 20층 이상으로 두꺼워진 '대면적·고다층' 기판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일반 카메라모듈이나 모바일용 기판보다 진입장벽이 훨씬 높고 부가가치가 큰 이유다. 이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 호조는 양사의 실적 고공행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기의 올해 상반기 패키지솔루션 사업 매출은 1조4966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22.5%를 차지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가속기 및 서버용 CPU 신제품 공급이 본격화되며 반도체 패키지기판의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년 대비 18.7%나 올랐다.
상반기 패키지기판 공장 가동률 역시 89%를 기록, 전체 생산능력 36만6000㎡ 중 32만5000㎡를 가동하며 주력인 카메라모듈(70%) 가동률을 크게 웃돌았다.
LG이노텍 역시 패키지솔루션 사업에서 올 상반기 매출 9356억 원, 영업이익 996억 원을 달성했다. 전체 매출 비중은 8.5% 수준이지만, 전체 영업이익의 18.4%를 차지하는 알짜 사업으로 거듭났다. 패키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은 10.7%로, 메인 사업인 광학솔루션(4.5%)과 모빌리티솔루션(3.2%)을 두 배 이상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기판 공장 가동률도 2024년 75.7%에서 지난해 80.8%, 올 상반기 94.0%(생산능력 46만5000장 중 43만7000장 생산)까지 매년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원재료인 동박적층판(CCL) 가격 상승 악재 속에서도 두 자릿수 수익성을 지켜낸 셈이다.
◆ 베트남부터 멕시코까지…해외 비유동자산 1조 원 대폭 늘어
수요가 급증하자 양사는 해외 생산라인 신·증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글로벌 공급망 강화 및 고객사 대응력 높이기에 나섰다.
삼성전기의 상반기 말 해외 비유동자산은 4조7266억 원으로 1년 만에 약 1조400억 원 증가했다. 동남아 자산이 6388억 원 늘어난 3조527억 원을 기록했고, 중국(1조6105억 원)과 미주(593억 원) 지역 자산도 큰 폭으로 늘었다.
삼성전기는 상반기에만 생산능력 확대 등에 6828억 원을 투자했으며, 이 중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기판 등을 포함한 컴포넌트·패키지 부문에 대부분을 집중시켰다.
베트남 법인을 통해 AI 서버용 FC-BGA 생산능력을 확장하는 한편, 필리핀에는 AI·전장용 MLCC 신공장을, 멕시코(자산 663억 원)에는 북미 시장을 겨냥한 전장용 카메라모듈 생산 거점을 다지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최대 가로·세로 110㎜, 26층 수준의 첨단 FC-BGA 기술력을 확보한 상태다.
LG이노텍 또한 중국, 베트남 등을 포함한 해외 비유동자산이 상반기 말 1조3266억 원으로 늘어났다. 핵심 거점인 베트남 하이퐁에 약 1조3000억 원을 투입해 카메라모듈 V3 신공장을 구축한 데 이어, 최근에는 베트남 반도체기판 공장 증설에 착수했다.
내년 5월 준공을 목표로 하는 베트남 기판 신공장은 무선주파수 시스템인패키지(RF-SiP), 플립칩 칩스케일패키지(FC-CSP), FC-BGA 등을 집중 생산할 예정이다.
LG이노텍은 구미 공장과 베트남 생산 거점의 이원화를 바탕으로 패키지솔루션 사업 매출을 지난해 1조7200억 원 수준에서 2030년 3조 원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아울러 멕시코 전장 부품 신공장 역시 가동을 본격화하며 북미 완성차 업계에 공급할 차량용 카메라모듈과 조명 부품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칩의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기판 역시 대면적·고다층 구조로 진화해 수율을 잡고 안정적으로 양산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며 "AI 서버용 부품과 전장 부품 시장이 동반 성장하는 만큼,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와 가까운 거점에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해외 투자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