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쓰다듬고 다른 동물 돌보는 원숭이…영장류에 숨겨진 ‘집사 본능’?

이예리 기자 2026. 8. 2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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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긴팔원숭이가 작은 쥐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어린 영장류는 다른 동물과 노는 행동이 두드러졌고, 성체 암컷은 털을 골라주는 등 친화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원숭이들은 다른 영장류뿐 아니라 개, 사슴 등 여러 동물과 놀거나 털을 골라주는 행동을 보였다.

연구진은 다른 동물과 놀고 돌보며 관계를 맺는 성향이 인간 이외의 영장류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에서, 인간이 반려동물을 아끼고 돌보는 행동의 뿌리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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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컷 긴팔원숭이가 작은 쥐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쥐는 편안하게 손길에 몸을 맡긴다. 사람이 집에서 키우는 햄스터를 쓰다듬는 모습과 닮았다.

이처럼 다른 종의 동물과 놀고 털을 골라주며 때로는 돌보기까지 하는 행동이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이 반려동물과 관계를 맺게 된 행동적 토대가 영장류의 진화 과정에도 존재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시릴 그루터 박사는 옥스퍼드대에서 영장류학과 생물인류학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학생 시절 중국 상하이 동물원에서 긴팔원숭이가 쥐를 돌보는 장면을 본 것을 계기로 서로 다른 종 간의 상호작용 연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논문과 사진·영상, 영장류 연구자 설문 등을 통해 영장류가 다른 종과 교류한 사례 427건을 모아 분석했다. 이 가운데 303건은 기존 학술문헌, 58건은 사진·영상 등 미디어 자료, 66건은 연구자 설문에서 수집됐다.

● 어린 개체는 놀고, 성체 암컷은 털 골라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구 결과 영장류가 다른 종에게 보인 가장 대표적인 행동은 ‘놀이’ 139건과 ‘털 고르기’ 136건이었다. 두 행동만 합쳐 전체 사례의 약 64%를 차지했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서도 행동 양상이 달랐다. 어린 영장류는 다른 동물과 노는 행동이 두드러졌고, 성체 암컷은 털을 골라주는 등 친화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성체 수컷은 성체 암컷보다 다른 종에게 친화적인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유의하게 낮았다.

이런 행동은 사람의 손에 키워진 영장류에만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연구진이 모은 사례 상당수는 야생에서 관찰됐다. 원숭이들은 다른 영장류뿐 아니라 개, 사슴 등 여러 동물과 놀거나 털을 골라주는 행동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영장류가 먼저 다가간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누가 먼저 상호작용을 시작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 가운데 66%는 영장류가 먼저 접근했다. 다른 동물이 먼저 시작한 경우는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연구진은 영장류의 높은 사회적 동기와 인지적 유연성, 탐색이나 돌봄 성향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 “새끼라 귀여워서?” 예상과 달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영장류가 다른 종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새끼 특유의 귀여운 외모가 돌봄 행동을 유발해 영장류가 어린 동물을 더 선호할 가능성도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결과는 달랐다.

상대 동물의 나이를 확인할 수 있었던 81건을 분석한 결과 성체를 향한 친화적 행동은 44건, 어린 개체를 향한 행동은 37건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특히 성체 암컷 영장류가 먼저 접근한 34건만 따로 보면 성체 동물을 향한 경우가 25건으로, 어린 동물을 향한 9건보다 오히려 많았다. 단순히 ‘아기처럼 보여서 돌본다’는 설명만으로는 이런 행동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다른 종과 친해지는 데 상대의 나이보다 서로의 행동에 얼마나 잘 반응하고 관계를 받아들이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봤다.

같은 종의 동료를 만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다른 동물을 교감할 상대로 찾는 경우도 있었다. 서식지가 훼손돼 무리가 흩어진 야생 영장류나 함께 지낼 동료가 부족한 사육 환경에서 이런 사례가 관찰됐다. 사람만 동물을 친구나 가족처럼 대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다른 동물과 놀고 돌보며 관계를 맺는 성향이 인간 이외의 영장류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에서, 인간이 반려동물을 아끼고 돌보는 행동의 뿌리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번 연구는 영장류의 행동을 동일한 조건에서 직접 관찰한 실험이 아니라 기존 논문과 연구자 제보, 사진·영상 등을 종합한 탐색적 연구다. 연구진도 눈에 띄거나 사람과 닮아 보이는 행동이 상대적으로 많이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결과를 영장류에서 이런 행동이 얼마나 흔한지를 보여주는 자료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영장류학 학술지 ‘프라이메이츠(Primates)’에 7월 21일 게재됐다.

관련 논문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0329-026-01281-0

이예리 기자 celset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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