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곰팡이 없애는 화학자의 청소법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 2026. 8. 23.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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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어려운 단어 '화학'.

우리가 청소하는 동안 화장실 벽 또는 바닥에 물을 뿌리거나 곰팡이 핀 벽지를 걸레로 닦아내면 포자들이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

우리가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용변을 보는 이상 곰팡이 증식을 원천 봉쇄할 방법은 없다. 화장실 벽과 바닥을 자주 청소해 곰팡이나 세균의 먹이가 되는 오염물을 제거하는 것이 그나마 곰팡이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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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렬의 화학 생활] 계면활성제·락스로 박멸 후 과탄산소다 알갱이 뿌려 생성 억제

멀고도 어려운 단어 ‘화학’. 그러나 우리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화학이 크고 작은 마법을 부리고 있다. 이광렬 교수가 간단한 화학 상식으로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는 법, 안전·산업에 얽힌 화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벽면 곰팡이는 벽지를 이루는 셀룰로오스를 분해해 증식에 필요한 양분을 얻는다. GETTYIMAGES
방 벽지와 화장실 구석구석에 곰팡이가 생긴다. 아무리 청소해도 금세 피어오른다. "너도 생명체니까 살아야지"라는 관대한 마음을 가지기가 어렵다. 곰팡이는 왜 이렇게 잘 생기고 없애기가 힘든 걸까.

물 뿌리며 청소하면 곰팡이 포자 더 퍼질 수도

곰팡이의 모습부터 살펴보자. 곰팡이는 세포막만 있는 우리 세포와 달리 세포벽도 갖고 있다. 세균, 즉 박테리아의 세포벽이 약 15㎚인데 곰팡이 세포벽은 100㎚에 육박할 수 있다. 다당류인 키틴질, 글루칸, 만난이 만든 견고한 결정구조가 곰팡이의 세포벽을 이룬다. 세균은 묽힌 락스로 한 번 닦아내기만 해도 박멸되지만 화장실 구석에 검게 핀 곰팡이는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두껍고 조밀한 세포벽이 곰팡이를 공격하는 물질을 잘 막아주기 때문이다.

세균은 서로 연결돼 있지 않다. 하지만 곰팡이 세포들은 서로 연결돼 균사체라고 부르는 실 모양을 만들어낸다. 먹을 것이 많으면 무성생식을 하면서 포자를 만들어 마구 증식한다. 먹을 게 없으면 유성생식으로 감수분열을 해 포자를 만든다. 유성생식을 통해 만들어진 포자들은 아주 단단한 세포벽을 지닌 채 동면 상태에 빠져 있다.

우리가 청소하는 동안 화장실 벽 또는 바닥에 물을 뿌리거나 곰팡이 핀 벽지를 걸레로 닦아내면 포자들이 공기 중으로 퍼질 수 있다. 아주 작고 가벼운 곰팡이 포자들은 공기 중에 떠다니면서 집 안 곳곳 물건 표면에 매달린 채 자신들이 증식하기 좋은 상황이 오기를 기다린다. 수분이나 먹을 것이 공급되는 상황 말이다.

벽지에 붙은 곰팡이 포자는 습기만 있으면 자랄 수 있다. 벽지를 이루는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면서 필요한 양분과 에너지를 얻는다. 화장실 벽이나 구석에 붙어 있는 포자는 증식 기회가 더 많다. 변기 물을 내리면 변기 속 물이 작은 비말이 돼 떠오른다. 아주 잘게 부서진 변이 함유된 비말이 날아와 곰팡이 포자 위에 앉으면 포자는 기꺼운 마음으로 이를 먹어치우면서 증식한다. 우리가 화장실에서 샤워하고 용변을 보는 이상 곰팡이 증식을 원천 봉쇄할 방법은 없다. 화장실 벽과 바닥을 자주 청소해 곰팡이나 세균의 먹이가 되는 오염물을 제거하는 것이 그나마 곰팡이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이미 만들어진 곰팡이를 제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급 암모늄 이온을 가진 계면활성제는 곰팡이 세포막에 붙으면 소수성을 띠는 계면활성제의 꼬리 부분이 세포막 안으로 들어가 세포막을 흩트린다. 시중에 파는 곰팡이 제거제에는 이러한 4급 암모늄 이온을 가진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다. 다만 이러한 계면활성제를 고농도로 사용하면 인체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곰팡이 제거제를 사용할 때는 호흡기를 통해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4급 암모늄 계면활성제는 환기하며 사용해야

실리콘 줄눈에 깊이 박힌 검은 곰팡이는 락스로 지울 수 있다. 다만 한 번 쓱 닦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젤 형태 락스 제품을 곰팡이가 핀 줄눈 등에 바르고 그 위에 종이테이프를 덮어둔다. 그럼 강력한 산화력을 지닌 락스가 곰팡이의 세포벽을 뚫고 들어가 세포막이나 세포 속에 있는 단백질 성분 및 화합물의 구조를 파괴해 곰팡이를 죽일 것이다. 에센셜오일, 알코올, 과산화수소를 바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면 이 물질들이 서서히 스며들면서 곰팡이 세포막이나 단백질 구조를 망가뜨려 곰팡이를 죽일 수 있다. 

락스를 사용할 때는 건강을 위해 반드시 환기해야 한다. 또 청소를 마쳤다면 과탄산소다 알갱이를 곰팡이가 잘 생기는 곳에 소금 치듯 조금 뿌려두기를 권한다. 물방울이 날아오면 과탄산소다가 녹아 과산화수소를 내어 놓는데 이것이 곰팡이 포자 성장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공기 청정기를 사용하면 실내에 날아다니는 곰팡이 포자 수를 줄일 수 있다.

곰팡이가 잘 생기지 않게 하려면 화장실을 주기적으로 청소하고 건조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집 안에 결로가 생기지 않도록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곰팡이와의 전쟁에서 이기기를 바란다.

이광렬 교수는… KAIST 화학과 학사, 일리노이 주립대 화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03년부터 고려대 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서로 '게으른 자를 위한 수상한 화학책' '초등일타과학' '사춘기는 처음이라' 등이 있다.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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