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달러 중동 재건의 그늘…"자금보다 정치·제도 역량이 관건"

김수현 기자 2026. 8. 2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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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보 포털 'EMERiCs 아프리카·중동'에 따르면, 병원과 학교, 상하수도 등 기초 인프라 파괴로 중동 전역의 재건 비용이 1조5000억달러(약 2097조원)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요 자금줄로 기대받던 걸프 산유국은 올해 이란 전쟁의 여파로 자국 에너지 시설 복구에만 350억~600억 달러(약 49조원~84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대외 지원 여력이 줄어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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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시리아·레바논 등 지역별 제도적 병목 상존
걸프 재원 위축 속 투기 변질·주민 소외 우려도
전쟁 후 중동지역 도시 이미지. (사진=모션엘리먼츠)

[더구루=김수현 기자] 중동 전역에서 천문학적인 전후 복구 수요가 제기되는 가운데, 재건 사업의 성패가 "재원 확보보다 정치적 안정과 제도적 집행 역량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보 포털 'EMERiCs 아프리카·중동'에 따르면, 병원과 학교, 상하수도 등 기초 인프라 파괴로 중동 전역의 재건 비용이 1조5000억달러(약 2097조원)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요 자금줄로 기대받던 걸프 산유국은 올해 이란 전쟁의 여파로 자국 에너지 시설 복구에만 350억~600억 달러(약 49조원~84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대외 지원 여력이 줄어든 상태다. 다만 아랍권 상업은행의 예치금이 약 4조 달러(약 5593조원)에 달하는 만큼, 본질적인 문제는 자금 규모가 아니라 민간 자본을 유인하고 투명하게 집행할 제도적 기반의 부재로 지적된다.

재건 국면에 진입한 주요국들은 각기 다른 병목 현상에 직면해 있다. 가자 지구는 10년간 714억 달러(약 100조원)의 재건 수요 속에 유럽연합(EU)이 '팀 가자 이니셔티브'를 출범시키며 8억8360만 유로(약 1조4326억원)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가자 통제(약 70%)와 하마스 무장 해제 지연으로 과도 기구(NCAG)의 통치권 인수가 가로막혀 있다.

시리아는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저법 폐지와 540억 달러(약 76조원) 규모의 걸프 투자 협정 체결 등 규제 완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의 테러지원국(SST) 해제 심사와 국제자금세탁방지지구(FATF) 회색명단 잔류로 금융기관들의 거래 기피가 지속되는 실정이다.

레바논 사례는 국제사회의 조건부 지원 모델이 지닌 한계를 보여준다. 과거 120억 달러(약 17조원) 이상을 조성한 파리 공여 회의는 자금을 먼저 지원한 뒤 개혁을 유도하려다 실패했고, 110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CEDRE(레바논 국제지원그룹)는 개혁을 먼저 이행하는 사전조건을 걸었다가 정정 불안으로 자금 집행 자체가 무산됐다. 이에 따라 지원금 집행과 실질적 개혁 이행을 현실적으로 맞물리게 하는 제도적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수단은 9920억 달러(약 1387조원), 리비아는 1900억 달러(약 266조원), 예멘은 190억 달러(약 27조원)에 달하는 복구 비용에도 불구하고 정치 분열과 단일 정부 부재로 인해 국제사회의 관심 밖에서 방치되고 있다.

또 재건 사업이 엘리트 간 정치적 거래나 부동산 개발 투기로 왜곡될 경우 주민 소외와 강제 이주 압박을 부를 수 있는 만큼, 주민의 실질적 참여와 제도적 투명성 확보가 중동 재건의 핵심 열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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