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프로·시리 200명 감원…AI 뒤처진 ‘혁신의 아이콘’ 전략 수정 [이규화의 글로벌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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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혁신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비전프로(Vision Pro)와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Siri) 개발 조직에서 200명 이상의 인력을 감원한다.
미 IT매체 더버지(The Verge)에 따르면 애플은 시리와 소프트웨어 관련 조직에서 약 100명, 비전프로 조직에서 약 100명의 일자리를 줄이는 등 모두 200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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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프로팀 사실상 해체…몰입형 콘텐츠 인력도 축소
시리·소프트웨어 조직도 대규모 감원…AI 역량 재편
구글 제미나이에 손 내민 애플…자체 AI 한계 드러내
비전프로 대신 스마트글라스·차세대 AI에 중심 이동

애플이 ‘혁신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비전프로(Vision Pro)와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Siri) 개발 조직에서 200명 이상의 인력을 감원한다.
이는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애플이 그동안 추진해온 공간컴퓨팅과 AI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생성형 AI 경쟁에서 애플이 구글·오픈AI·메타 등에 뒤처진 가운데, 비전프로 역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회사의 미래 전략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IT매체 더버지(The Verge)에 따르면 애플은 시리와 소프트웨어 관련 조직에서 약 100명, 비전프로 조직에서 약 100명의 일자리를 줄이는 등 모두 200명 이상의 인력을 감축한다.
비전프로에서는 게임 개발팀이 사실상 해체되고, 헤드셋용 몰입형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조직도 축소된다. 애플은 이번 조치가 일부 프로젝트를 포기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새로운 제품과 사용자 경험에 인력을 재배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전프로의 부진은 애플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2024년 출시 당시 3499달러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이후 애플의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을 열 제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높은 가격과 무게, 제한적인 콘텐츠 생태계 등으로 대중적인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따라 애플은 비전프로 자체를 당장 포기하기보다는 규모를 축소하면서 보다 가볍고 대중적인 차세대 제품으로 방향을 돌리는 모습이다.
특히 메타가 스마트글라스 시장에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고 삼성전자와 구글이 스마트글라스 동맹을 맺고 연내에 제품 출시를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애플 역시 스마트글라스에 전략적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시리와 AI 조직의 감원이다. 시리는 애플 생태계의 핵심 소프트웨어였지만, 챗GPT 등장 이후 생성형 AI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낡은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애플은 2024년 애플 인텔리전스를 내놓으며 시리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지만, 개인화와 앱 제어 등 핵심 AI 기능의 출시가 기술적 문제로 지연되면서 신뢰에 타격을 입었다. 결국 애플은 자체 AI 모델 개발의 한계를 인정하듯 2026년 구글의 제미나이를 시리 등 AI 기능에 활용하는 다년간의 협력에 나섰다.
이번 감원은 바로 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애플이 AI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AI에 더 집중하기 위해 기존 조직과 인력을 다시 짜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시리와 소프트웨어 조직의 일부 인력을 줄이는 대신 새로운 AI 아키텍처와 차세대 제품 개발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실제 애플은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새로운 역할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번 감원 사태는 애플이 ‘잘하는 것’과 ‘시장이 원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애플은 하드웨어와 운영체제를 정교하게 결합하는 데 강점을 보여왔지만,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경쟁의 장에서는 구글이나 오픈AI처럼 거대 AI 모델을 앞세운 기업들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비전프로 역시 기술적으로는 뛰어났지만 소비자가 기꺼이 3499달러를 지불할 만큼의 대중적 효용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비전프로에서 축적한 공간컴퓨팅 기술을 스마트글라스로 옮기고, 구글 제미나이의 힘을 빌린 시리가 업그레이드 되면 애플이 차세대 전략 시장에서 낙오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애플이 이번에는 얼마나 빠르게 변화하느냐에 달렸다. 과거처럼 기술적 완벽성을 고집하며 시장에 대응하는 방식만으로는 AI 시대의 주도권을 되찾기 어렵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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