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 위해 책 사재기 후 파괴"…美 시민단체, 빅테크 기업 조사 촉구

이수진 2026. 8. 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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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픽·아마존도 유사 방식으로 책 파기 의혹
앤트로픽이 AI 학습용 도서를 스캔하기 위해 운영한 시설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시민사회단체들이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해 도서를 대량 구매한 뒤 스캔하고 원본을 폐기하는 빅테크의 관행에 대해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 시민단체 '디맨드 프로그레스 교육기금'과 미국소비자연맹(CFA) 등 18개 기관은 21일(현지시간) FTC의 앤드루 퍼거슨 의장과 마크 미도어 상임위원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AI 기업들의 도서 구매·파괴 행위가 불공정 경쟁에 해당하는지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고 연합뉴스가 22일 보도했다.

단체들은 AI 기업이 종이책을 대량으로 사들여 스캔한 뒤 원본을 영구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경쟁사들이 동일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공급원을 차단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후발 AI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공급원 봉쇄'에 해당한다며 FTC가 연방법상 불공정 경쟁 금지 규정을 적용해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공동 서한에서 AI 기업들이 도서를 대량으로 영구 파괴하면서 해당 자료에 대한 대중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며 “가장 부유한 기존 기업들만 고품질 AI 모델을 구축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또 저작물 원본을 없애면서 특정 기업만 인류의 기록을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미래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AI가 학습하는 도서 상당수가 생성형 AI가 대중화되기 전에 출간됐다는 점에서 이들 자료를 유한하고 희소한 인류의 자원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일부 빅테크 기업에서는 이 같은 방식의 AI 학습용 데이터 확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은 수백만 권의 책을 구매한 뒤 책등을 잘라내고 스캔한 후 파괴된 책을 폐지로 재활용하는 이른바 '파나마 프로젝트'를 통해 AI 학습 자료를 구축했다.

아마존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AI 모델을 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북미와 유럽, 호주 등의 헌책방에서 기계가 선별한 것으로 보이는 헌책 대량 구매 사례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404미디어는 대량 주문을 받은 서점의 책 1000권에 추적장치를 부착한 결과, 해당 도서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아마존 물류창고의 도서 스캔 시설로 향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번 논란은 AI 학습과 저작권 문제를 넘어 AI 기업 간 경쟁의 공정성 문제로도 확산하고 있다.

앞서 미국 연방법원은 작가들이 앤트로픽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소송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도서를 AI 훈련에 사용하는 것은 '공정 이용'에 해당해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더라도 도서를 사들여 파괴하는 행위는 불공정 경쟁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앞서 작가들과의 저작권 소송에서 미국 저작권 소송 사상 최대 규모로 알려진 15억 달러(약 2조원)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지난달 합의를 통해 사건을 종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