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와 민주당의 아파트 보유세

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2026. 8. 22. 15:2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국가들로부터 오는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예고하면서 여러 차례 통상협상을 벌였던 것이 2025년이다.

일정한 상황에서 보유세가 전월세 인상을 부추길 수 있지만, 세금 인상 > 세금 전가 공포 > 세금 반대 이런 논리로 모든 세금을 반대할 수 없다.

실제로 전가가 그렇게까지 크다면, 국가들이 자국산업을 보호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외국의 관세 인상에 항의하지도 않을 것이며, 비거주 부동산에 보유세를 올려도 집주인들이 항의하지도 않을 것이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슈 속의 경제학]

[미디어오늘 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 2026년 7월22일(미국 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마리에타의 휠러 고등학교에서 '트럼프 계좌(Trump Accounts)'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Flickr(white house)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국가들로부터 오는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예고하면서 여러 차례 통상협상을 벌였던 것이 2025년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전세계적 반감이 상당해졌고, 트럼프를 조롱하는 제일 명료한 논리가 “관세는 수입하는 외국기업이 아니라 자국 소비자가 낸다”는 것이었다. 이를 한국의 아파트 보유세에 적용해 보면, 한국의 아파트 보유세도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가 내는 것이 된다.

사실은 둘 다 틀렸다. 경제학에서 둘 모두 조세의 전가(혹은 귀착)이라는 용어로 설명되는 현상으로, 상품의 거래에 관련되는 세금을 부과할 경우 세금을 내는 주체와 세금을 부담하는 주체가 서로 달라지는 원리를 설명하는 용어이다. 많은 경우 조세의 전가가 어느 정도 발생하기 때문에 조세의 전가를 고려하여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조세의 전가가 발생한다고 해서 세금을 부과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간단하게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가지 원인을 고려해야 하지만 경제학원론 수준에서 나오는 중요한 요인은 탄력성이다. 탄력성이 높으면 사람들이 거래를 포기하게 되고, 그 결과 탄력성이 낮은 쪽이 세금을 더 부담하게 된다. 그리고 어느 쪽이 탄력성이 높은지 낮은지는 상품의 특성과 시장경쟁의 정도, 국내기업의 존재 여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관세의 경우 트럼프가 추진했던 것처럼 모든 수입품에 대해서 관세를 매긴다면 외국기업이 거래를 포기하거나 가격을 올리기 쉬워지며 소비자 부담이 늘어나지만 수요탄력성이 높거나, 관세부담이 없는 국내기업이 있다면 해외기업의 부담이 늘어난다. 또한 치열하게 경쟁하는 첨단산업의 상품 또는 독과점이 심한 업종에서는 국내기업의 단기 및 장기적 이익이 상당해지며 소비자의 피해보다 관세의 국가적인 이익이 커질 수 있다. 비록 관세가 전세계 차원에서는 손해이지만 국가 내부적으로는 이익이 될 수 있다. 보호무역론을 단순하게 경제학을 몰라서 만들어지는 주장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관련 칼럼 : 이슈 속의 경제학) 자유무역과 공공질서의 경제학]

▲ 사진은 서울 성동구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보유세의 경우는 어떠한가. 먼저 실거주 보유세는 전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다. 비거주 보유세의 경우에 문제가 되는데, 집주인과 세입자의 경우 어느 쪽이 탄력성이 높을까. 세입자에게 더 불리할 여지는 있지만 집주인 역시 무조건 가격을 올리면 그만큼 세입자를 찾기 어려워지며, 2022년처럼 고금리 시기에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찾는 것을 더욱 어려워하게 되기도 한다. 일정한 상황에서 보유세가 전월세 인상을 부추길 수 있지만, 세금 인상 > 세금 전가 공포 > 세금 반대 이런 논리로 모든 세금을 반대할 수 없다.

무역 정책도 어떤 경우에는 관세를 올리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관세를 낮추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어떻게 하든, 국민 모두가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이익과 손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이익이 더 큰 경우를 택해야 하는 상황이 있다. 보유세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세입자에게 피해로 돌아가는 정책이 아닌데, 세금에 대한 공포 때문에 세금 반대로 이어지면 정작 집값이 더 오르면서 전세 인상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충분하다(찬반 양론이 있지만 보유세가 집값을 안정시키는 것을 긍정하는 연구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여론조사를 보면 보유세 인상을 찬성하는 사람의 비율은 집 소유 여부와 거의 관계가 없이 비슷하게 나타난다(한국갤럽 여론조사 참고 ①②). 직접적으로 세금 납부를 하는 사람이 아닌 사람도 본인의 신념이나 공포에 의해서 보유세 인상을 반대하며 그 수준이 찬반이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다. 보유세 대상이 되는 고가 주택에 전월세로 입주한 사람의 걱정은 어느 정도 실제다. 하지만 직간접 영향권이 아닌 사람들의 반대는, 세금폭탄 논리와 세금전가 논리를 통한 불안과 공포 선동의 영향도 상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① 한국갤럽 여론조사) 2025년 10월 4주 전망=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부동산 세제 관련 인식 등
② 한국갤럽 여론조사) 2026년 03월 1주 전망=지방선거 결과 기대, 장래 정치 지도자 선호도, 부동산 정책 평가와 집값·임대료 전망 등

또 하나 비슷한 예시는 최저임금이다. 적당한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는 주장에도 두 가지 층위가 있다. 하나는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므로 불평등 완화를 위해 최저임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부 실직을 초래할 수 있지만, 불평등 완화를 통한 사회적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저임금 노동자들 중 2%가 해고당하고, 대신 기존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이 40% 오른다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해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다른 보호망을 강화하는 것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보유세 역시 상황과 정도에 따라 일정 부분 피해나 이익이 갈린다. 그러나 피해보다 이익이 더 크고 불평등 완화에 기여한다면 보유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 2026년 7월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세제개혁안도 이를테면 다주택자 및 비거주 1주택자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전가가 우려된다는 반대 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세금 인상에 대해 반사적으로 세금폭탄 혹은 전가에 대한 공포를 떠올리는 분위기는 매우 우려스럽다. 정부는 국방과 치안, 인프라 투자와 사회복지 등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 충분한 세금이 필요한데 조세저항이 높아지면 정부가 시장경제를 제대로 제어할 수 없다.

실제로 전가가 그렇게까지 크다면, 국가들이 자국산업을 보호하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외국의 관세 인상에 항의하지도 않을 것이며, 비거주 부동산에 보유세를 올려도 집주인들이 항의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부에 대한 과도한 불신은 결국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다가오기 쉬우며, 공포를 자극하는 세금 반대로부터 벗어나 조금 더 면밀한 토론과 접근이 필요하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