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이기는 개미 드물다”…패시브 투자에 주목하라 [김학균의 시장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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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마코위츠와 윌리엄 샤프, 유진 파마는 시장의 효율성에 천착한 경제학자들이다. 수많은 투자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시장가격에는 이용 가능한 정보가 효율적으로 반영돼 있다고 봤다.
좋은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있다면 개별 주식 투자로 시장을 웃도는 수익을 얻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것의 중요한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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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도 가족에겐 S&P500 권해…“한계 아는 투자자가 이긴다”
(시사저널=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해리 마코위츠와 윌리엄 샤프, 유진 파마는 시장의 효율성에 천착한 경제학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수많은 투자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시장가격에는 이용 가능한 정보가 효율적으로 반영돼 있다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과도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개별 종목을 골라 시장 평균인 주가지수보다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인덱스펀드를 대중화한 뱅가드의 존 보글에 의해 현실이 됐다. 보글의 유명한 말인 '모든 주식에 투자하라'에는 패시브 투자의 철학이 담겨 있다. 어떤 기업이 미래의 승자가 될지 알 수 없다면 시장 전체를 사라는 것이다.

개별 종목 투자의 냉혹한 현실
물론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의 완전한 효율성에 대한 믿음은 많이 약해졌다. 시장이 비효율적이라는 뜻이라기보다 시장이 언제나 합리적이지는 않다는 인식이 커졌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오래전부터 변덕스럽게 움직이는 시장을 '미스터 마켓'이라고 불렀다. 대니얼 카너먼과 리처드 탈러 등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의 투자 판단이 탐욕과 공포, 손실 회피와 과도한 자신감에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들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필자 역시 시장이 항상 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살 수 있다면 개별 주식 투자로 시장을 웃도는 수익을 얻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다만 대다수 투자자는 투자금의 일정 부분을 주가지수에 투자하는 패시브 투자를 기본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유는 단순하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표 주가지수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해 왔다. 코스피는 1972년 이후 올해까지 55년 가운데 38년 상승했고 17년 하락했다. 2000년 이후에는 2년 연속 하락한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S&P500 역시 1928년 이후 98년 가운데 68년 상승했고 30년 하락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S&P500이 2년 연속 하락한 경우도 드물었다. 큰 폭의 조정은 반복됐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표지수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왔다.
주가지수가 장기적으로 상승한 이유 중 하나는 지수가 일종의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미국 다우지수는 1896년에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 전 기간에 걸쳐 지수에 남아있는 기업은 하나도 없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빠지고 그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이 새로 들어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부실해진 AIG가 빠진 자리에 크래프트가 들어왔고, 2024년에는 인텔이 빠지고 엔비디아가 편입됐다. 올해는 버라이존 대신 알파벳이 들어왔다. 시장의 승자가 계속 교체되면서 지수는 새로운 승자를 품어왔다.
코스피는 다우지수처럼 우량기업만 골라 만든 지수는 아니지만 상장 폐지를 통해 부실기업은 지속적으로 제외된다. 내가 가진 종목이 상장 폐지되면 투자금 대부분을 잃을 수 있지만, 지수에서는 그 기업이 사라지고 살아남은 기업들이 자리를 이어간다. 개별 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것의 중요한 차이다.
반면 개별 종목 투자의 결과는 훨씬 냉혹하다. 2016년 6월말부터 올해 6월말까지 코스피는 1970포인트에서 8476포인트로 330% 넘게 상승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주가가 오른 종목은 573개였고, 하락한 종목은 1274개였다. 148개 종목은 부도 등의 이유로 상장 폐지됐다. 지수는 크게 올랐지만 아무 종목이나 오래 가지고 있었다고 돈을 번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액티브 투자가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워런 버핏은 코카콜라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애플과 같은 훌륭한 기업을 골라 장기간 보유함으로써 막대한 부를 쌓았다. 개별 기업을 분석하고 적정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액티브 투자는 충분히 훌륭한 방법이다. 그러나 버핏이 자신의 부인에게 남긴 조언은 흥미롭다. 자신이 남긴 자산의 90%를 S&P500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라고 했다. 세계 최고의 액티브 투자자가 가족에게는 패시브 투자를 권한 셈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처럼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준비 없는 액티브 투자는 문제
많은 이에게 액티브 투자의 문제는 액티브하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준비 없이 액티브하다는 데 있다. 개별 종목에 투자하려면 최소한 그 기업이 무엇으로 돈을 버는지, 경쟁력은 무엇인지, 이익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 그리고 현재 주가가 그 가치에 비해 싼지 비싼지에 대한 나름의 판단이 있어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투자와 투기의 차이도 여기에 있다. 기업의 적정 가치에 대한 판단을 가지고 그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는 것은 투자다. 반면 적정 가치에 대한 판단 없이 내가 산 가격보다 누군가 더 높은 가격에 사줄 것이라는 기대만으로 매수한다면 투기에 가깝다.
적정 가치에 대한 판단이 없으면 좋은 주식을 골랐더라도 오래 보유하기 어렵다. 20~30% 오르면 큰돈을 벌었다는 생각에 팔아버린다. 그런데 그렇게 판 기업이 이후 두 배, 세 배 오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반대로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을 인정하기 싫어 팔지 못한다. 결국 좋은 기업은 짧게 보유하고, 나쁜 기업은 '비자발적 장기 투자'로 오래 들고 있게 된다.
주식시장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투자자에게는 의외로 관대하다. 어떤 기업이 승자가 될지 모르겠다고 인정하고 시장 전체에 투자해 오랫동안 기다린 투자자에게 대표지수는 역사적으로 합당한 보상을 해왔다. 그러나 충분히 알지 못하면서 자신이 시장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투자자에게 시장은 잔인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주식 투자의 기본은 패시브 투자에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투자 자금의 일정 부분은 시장 전체에 맡기고, 그 위에서 정말 잘 아는 기업이 있을 때만 개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기업을 찾았다면 아무 가격에나 사는 것이 아니라 합당한 가격에 사고, 기업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한 기다려야 한다.
주식을 통해 돈을 버는 방법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다. 시장 전체의 성장에 올라타거나, 자신이 잘 아는 좋은 기업을 적정한 가격에 사서 오래 기다리는 것. 그 밖의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돈을 버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도 투자이고, 그 한계를 넘어 액티브 투자를 하려면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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