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내내 앉아 쉬는 게 휴식?…뇌는 늙어갑니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소파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다시 TV를 보거나 컴퓨터 앞에 앉는다. 점심을 먹은 뒤에도 특별히 외출하지 않는다면 소파에 기대 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주말 하루를 돌아보면 걷거나 서 있었던 시간보다 앉아 있었던 시간이 훨씬 길다. 사실 평일 회사에서도 일하고 있다는 이유로 좌식 생활은 쭉 이어진다.
오래 앉아 있는 생활이 허리와 다리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익숙한 이야기다. 그런데 최근에는 좌식생활이 뇌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인지기능도 떨어졌다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에이징 뉴로사이언스’에 발표된 좌식행동과 인지기능, 뇌 건강의 관계를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을수록 인지기능과 뇌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 구조나 기능을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확인한 7개 연구 가운데 5개 연구에서도 좌식행동과 뇌 건강 악화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뇌 영상 연구에서는 좌식행동이 많은 사람에게서 백질 손상과 백질 미세구조 변화, 뇌혈류 감소, 뇌 기능 네트워크 연결성 저하 등이 나타났다. 5년 뒤 백질 부피가 감소하는 것과 좌식행동이 연관됐다는 종단 연구도 있었다. 단순히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픈 것을 넘어 장시간 앉아 있는 생활이 장기적으로 뇌의 구조와 기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알츠하이머스 앤드 디멘시아’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좌식시간이 많았던 사람에게서 해마 부피 감소가 더 빠르게 나타났다. 이름을 말하는 능력과 정보처리 속도도 더 크게 떨어졌다. 특히 신체활동량이 많은 사람에게서도 좌식시간 증가와 신경퇴행의 연관성이 나타났다. 운동을 하고 있더라도 하루 대부분을 앉아서 보내는 생활은 별도로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뇌혈류에도 영향을 준다
왜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뇌 건강과 연결될까. 뇌는 몸무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많은 산소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신체활동을 하면 심박수와 혈액순환이 증가하면서 뇌혈류에도 변화가 생긴다. 반대로 움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혈관 기능과 혈류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좌식생활과 뇌혈류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에서는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뇌혈류가 감소하는 현상이 보고됐다. 물론 몇 시간 앉아 있었다고 뇌 기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런 생활이 매일 반복되는 것이다. 장시간 앉아 있는 동안 나타나는 혈관 변화가 장기간 반복되면 뇌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래 앉아 지내면 자연스럽게 신체활동량도 줄어든다. 이는 체중과 혈당 조절, 인슐린 감수성, 혈압, 혈중 지질, 염증 등 여러 대사·심혈관 요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고혈압과 당뇨병, 비만, 이상지질혈증은 뇌혈관질환과 인지기능 저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그렇다면 운동을 많이 하면 인지기능도 좋아질까. 미국의학협회(AMA) 산하의 국제학술지인 ‘자마 네트워크 오픈’에는 104개 연구, 총 34만1471명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메타분석이 실렸다. 신체활동량이 많은 사람은 인지기능 저하나 인지장애 위험이 낮았고, 삽화기억과 언어 유창성에서도 긍정적인 연관성이 나타났다.
걷기와 정신건강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도 있다. 또 다른 메타분석에서는 하루 걸음 수가 많을수록 우울 증상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루 7000보 이상 걷는 사람은 7000보 미만인 사람보다 우울증 위험이 낮았다.
중요한 것은 하루 전체의 움직임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에게 일주일에 중강도 유산소 신체활동 150~300분 또는 고강도 신체활동 75~150분을 권고한다. 주요 근육을 사용하는 근력운동도 일주일에 최소 2회 하도록 권한다. 이와 함께 하루 동안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가능한 한 자주 몸을 움직일 것을 강조한다.
실천 방법은 어렵지 않다. 업무 중 틈틈이 자리에서 일어나 걷고, 가까운 거리는 차 대신 걸어간다. 점심 식사 뒤에는 잠시 산책하고, 전화 통화를 할 때는 걸어 다니는 것도 좋다. TV를 보다가 광고가 나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는 것도 방법이다. 거창한 운동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을 조금씩 줄이고 몸을 자주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지윤 기자 ju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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