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수연의 워킹맘 인사이트 [20] 경력단절맘 한번 채용해보세요. 일 진짜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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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맘 한번 채용해봐. 책임감도 강하고 일 진짜 잘해."
나 역시 경력단절을 경험해봤고, 회사를 운영하며 직원도 채용해봤지만 경력단절 후 다시 일을 시작한 엄마들의 책임감과 집중력에 놀랄 때가 많았다.
내가 함께 일해본 경력단절맘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한 강점은 '책임감과 집중력'이었다.
경력단절맘을 채용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특별한 배려를 베푸는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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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단절맘 한번 채용해봐. 책임감도 강하고 일 진짜 잘해."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가 요즘 직원 문제로 힘들어하기에 내가 해준 말이다.
진심이다. 나 역시 경력단절을 경험해봤고, 회사를 운영하며 직원도 채용해봤지만 경력단절 후 다시 일을 시작한 엄마들의 책임감과 집중력에 놀랄 때가 많았다.
사실 회사에 출근했다고 해서 근무시간 내내 업무에만 집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커피도 한 잔 하고, 동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잠시 쉬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직장에서의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내가 함께 일해본 경력단절맘들은 조금 달랐다.
아침에 아이를 등원시키고 9시에 출근하면 컴퓨터 앞에 앉는 순간부터 일에 집중했다. 오후 3시가 되면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하니 그 전에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는 퇴근하려던 직원이 갑자기 "어머!" 하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출근해서 마시려고 타놓은 커피를 깜빡하고 못 마셨어요."
아이를 데리러 가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도 잊고 일에 집중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짠했다.
나 역시 경력단절 후 다시 일을 시작했을 때 그랬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화장실도 뛰어다녔고, 점심시간이 아까워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사 와 컴퓨터 앞에서 먹으며 일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그 직원의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했다.
기혼여성 7명 중 1명이 경험하는 경력단절
그런데 이렇게 다시 일하고 싶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 엄마들에게 취업시장의 문은 여전히 높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지역별고용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5~54세 기혼여성 가운데 경력단절여성은 110만 5천 명이다. 전체 기혼여성의 14.9%, 기혼여성 7명 중 1명꼴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경력단절의 가장 큰 이유는 '육아'로 44.3%를 차지했다. 임신·출산도 22.1%였다.
더 눈여겨볼 숫자가 있다. 경력단절 기간이 10년 이상인 여성이 42.1%나 된다는 것이다.
"아이 조금만 키워놓고 다시 일해야지."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낼 즈음 둘째가 태어나기도 하고, 두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이 몇 년을 보내고 나면 어느새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이제는 좀 괜찮겠지 싶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은 오히려 엄마 손이 더 많이 필요하다. 하교 시간은 빠르고 방학은 길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아이를 키우다 보면 1년, 2년이 지나고 어느새 5년, 10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문제는 경력단절 기간이 길어질수록 다시 일을 시작할 자신감은 떨어지고, 자신의 경력을 인정받으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도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경력단절맘에게는 기업이 놓치고 있는 강점이 있다
경력단절맘은 경력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경력이 잠시 멈춰 있었던 사람이다.
내가 함께 일해본 경력단절맘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견한 강점은 '책임감과 집중력'이었다. 다시 얻은 일할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고, 정해진 시간 안에 맡은 일을 끝내기 위해 누구보다 집중했다. 등·하원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육아를 하며 얻은 문제해결 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고 여러 일정을 조율하면서 예상치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힘도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무엇보다 경력단절맘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미 직장에서 일하며 업무 경험과 조직생활의 노하우를 쌓은 경력자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력서에 적힌 5년, 10년의 공백이 먼저 눈에 들어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간'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사람의 삶에서 가장 치열하게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책임지며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 온 시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업무 감각은 조금만 시간을 주면 다시 찾을 수 있다. 오히려 현장을 떠나 있는 동안 일할 수 있다는 것과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절실하게 느낀 엄마들도 많다. 그래서 다시 주어진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의 몫을 해내려고 노력한다.
경력단절맘을 채용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특별한 배려를 베푸는 일이 아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이미 경험과 능력을 갖춘 좋은 인재를 다시 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좋은 직원을 찾고 있는 회사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력서의 공백 기간보다 그 사람이 살아온 경험과 다시 시작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먼저 봐주시라고. 어쩌면 회사가 찾고 있던 좋은 인재가 그 공백 뒤에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수연의 워킹맘 인사이트는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이 워킹맘·워킹대디의 현실적인 고민과 해법을 전하는 칼럼이다.
이수연 |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
일하는 부모의 삶과 커리어, 육아를 주제로 강의와 칼럼, 방송 활동을 하며 일·가정 양립을 위한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일하는 엄마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일하면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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