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고 떠난 그 소방관님께”…보내지 못한 익명의 편지 [따만사]

박태근 기자 2026. 8. 22. 09: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에 사는 박모 씨(20대·남)의 어린 시절엔 잇지 못할 기억이 남아있다.

아이가 안전한 곳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소방관은 다시 몸을 돌려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가수 송가인은 자신의 노래에 담긴 메시지를 빌려 "꽃이 아니면 어떤가, 피고 지면 그뿐이지. 질긴 게 죄는 아니지, 그만큼 살아낸 거야"라고 응원했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사는 20대 남성 박모 씨가 어린 시절 소방관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진 내용을 ‘심플사서함’에 남겼다. (챗GPT 생성 이미지)

서울에 사는 박모 씨(20대·남)의 어린 시절엔 잇지 못할 기억이 남아있다. 집을 집어삼킬 듯 번지는 불길과 매캐한 연기,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울고 있던 아이. 그때 소방관이 화마를 뚫고 들어왔다.

소방관은 아이를 품에 안고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이가 안전한 곳에 도착한 것을 확인한 소방관은 다시 몸을 돌려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 그것이 아이가 본 소방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소방관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세월이 흘러 아이는 어른이 됐다. 누군가 대신 내어준 삶을 살아가면서 마음 한편에는 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었다.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지만 자신을 품에 안았던 그 사람에게 꼭 전하고 싶었던 말이다.

“그분의 희생 덕분에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오랫동안 마음속에 머물던 이 이야기는 LG유플러스의 AI 기반 참여형 캠페인 ‘심플(Simple) 사서함’에 녹음됐다. 사서함에는 이렇게 미처 전하지 못했던 수많은 말이 쌓이고 있다.

평생 가슴에 묻어둔 한마디, 광화문을 밝히다

동아일보·동아닷컴과 LG유플러스가 지난달부터 ‘심플 사서함’에 모인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를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외벽에 설치된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룩스(LUUX)’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동아일보·동아닷컴과 LG유플러스는 지난달부터 ‘심플 사서함’에 모인 시민들의 메시지를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외벽에 설치된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룩스(LUUX)’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룩스는 가로 50m, 높이 60m에 이르는 거대한 미디어 공간이다.

직접 전하기에는 쑥스럽고,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쓰기에는 너무 무거워 몇 번이고 ‘전송’ 버튼 앞에서 망설였던 짧은 말들이 도심을 지나는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부모 품을 떠나 타지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딸은 직접 돈을 벌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아빠 제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부족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그 풍족함은 아빠가 먹고 싶은 거, 아빠가 하고 싶은 것을 저에게 대신 주면서 살아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서울 20대 임모 씨-


누군가는 이름도 모르는 직장인에게 말을 건넸다.

“매일 텅 빈 새벽 집을 나서고 늦은 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오는 당신, 그 거친 길을 매일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당신은 정말 책임감 있는 사람입니다. 치열한 하루가 반드시 빛나는 결실로 돌아올 겁니다.” -광주 20대 윤모 씨-

사랑 때문에 힘든 누군가를 위한 목소리도 있었다.

“누가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지금 사랑이 아파하고 있다면 조금 더 성장하고 있다는 거예요. 조금 더 나은 사람을 만나기 위한 발판이고, 더 나은 선택을 하기 위한 걸음입니다.” -인천 20대 임모 씨-

출근길과 점심시간, 퇴근길 하루 세 차례 흘러나오는 메시지는 그 앞을 지나던 누군가를 위로하는 한마디가 된다.

가수 송가인이 ‘심플사서함’에 참여한 목소리가 광화문 디지털 사이니지 ‘룩스(LUUX)에 송출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대중문화계 스타들도 릴레이에 동참했다.

가수 송가인은 자신의 노래에 담긴 메시지를 빌려 “꽃이 아니면 어떤가, 피고 지면 그뿐이지. 질긴 게 죄는 아니지, 그만큼 살아낸 거야”라고 응원했다.

가수 온유는 “살다 보면 괜찮은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지만, 억지로 괜찮은 척 하지 않아도 되고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했고, 그룹 키스오브라이프는 “가끔은 잘하고 있는지 의심되는 순간도 있지만 여러분은 충분히 멋진 하루를 만들 수 있다”고 위로했다.

가장 디지털적인 기술로 되살린 ‘아날로그적 온기’

‘세상에서 가장 큰 편지’ 캠페인. 전광판 화면에 QR코드를 찍고 ‘하트’, ‘엄지‘, ‘축하’ 등 6종 이모지 보내기 버튼을 누르면 사연자에게 응원을 보낼수 있다. 보낸 이모지는 실시간으로 화면에 표출된다. (LG유플러스 제공)

이메일, 숏폼 등 빠르고 가벼운 소통이 범람하는 시대에, 음성메시지(사서함)가 가진 특유의 아날로그적 온기를 AI의 기술로 전달하는 것이 이 캠페인의 핵심이다.

지난 6월 처음 선보인 ‘심플 사서함’은 전화로 익명의 누군가에게 응원을 남기거나 다른 사람이 남긴 응원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통신사와 관계없이 전용번호로 전화하면 약 1분간 자신의 이야기를 녹음할 수 있다. 공개 3일 만에 1000건이 넘는 메시지가 모였다.

녹음된 목소리는 AI가 텍스트로 변환하고 문맥을 분석한다. ‘진로·취업’, ‘직장·업무’, ‘인간관계’, ‘번아웃·무기력’ 등 12개 유형으로 분류한 뒤 이용자의 상황에 어울리는 응원을 연결해준다. 부적절한 표현도 AI가 걸러낸다.

1초면 메시지가 도착하고 이모티콘 하나로 감정을 대신할 수 있게되며 긴 호흡으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거나 자신의 마음을 말로 꺼낼 기회는 줄어들었다. 이때 첨단 기술로 오래된 ‘음성 사서함’의 감성을 되살리고, 사람의 온기를 더하는 것이 캠페인의 목적이다. 글자로는 표현하기 힘든 머뭇거림과 떨림, 웃음과 울먹임까지 전달하는 ‘목소리의 온도’가 그대로 담긴다.

전날(21일)부터는 ‘세상에서 가장 큰 편지’라는 주제로 ‘실시간 참여형 캠페인’으로 확대했다. 농구장 7개 크기의 거대한 미디어 공간을 편지지처럼 표현했다. 특징은 편지를 쓴 사람뿐 아니라 길을 지나던 시민들도 실시간으로 이 편지에 마음을 보탤 수 있다는 점이다. QR코드를 찍고 ‘하트’, ‘엄지‘, ‘축하’ 등 6종 이모지 보내기 버튼을 누르면 된다. 시민들이 보낸 이모지는 화면에 나타나 거대한 편지를 함께 채우게 된다.

박태근 기자 ptk@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