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돔도 못 막는다”는 매독 공포···질병청은 왜 ‘폭증’ 우려에 제동을 걸었나[대신알아봄]

김찬호 기자 2026. 8. 2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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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독 2기의 대표적인 증상인 손바닥 발진. AI 생성이미지

“콘돔으로도 못 막는다.” “키스만 해도 옮는다.” “사라진 줄 알았던 매독의 습격.”

이번 주 내내 쏟아진 매독 관련 기사 제목들입니다. 국내 매독 신고가 2022년 401명에서 2024년 2790명으로 2년 새 7배 급증했고, 서울의 해외유입 감염병 83건 가운데 매독이 39건으로 1위라는 통계가 근거가 됐습니다. 여기에 가까운 일본에서 매독 환자가 1만명을 넘었다는 소식까지 얹혔습니다. 여러 통계와 해외 유행 소식이 맞물리며, 매독이 해외에서 유입돼 국내에서도 번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매독 유행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자 지난 19일 저녁 이례적으로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습니다. 환자가 급증했다는 분석을 겨냥해 “통계상 단순 비교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질병청이 문제 삼은 것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집계한 숫자를 한데 놓고 ‘2년 새 7배 급증’으로 해석한 대목이었습니다.

사실, 매독과 관련해 질병청이 이러한 설명 자료를 낸 것은 처음이 아닙니다. 2024년에도, 지난해에도 같은 오해, 같은 설명이 되풀이됐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상황이 빚어지는 걸까요. 국내 매독 발생은 정말 늘고 있는 게 맞을까요. 콘돔을 써도 못 막는다는 말은 어디까지 맞는 걸까요.

지금껏 매독을 둘러싼 수치는 넘쳐나지만, 정작 어떤 기준에서 그 수치가 만들어지는지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질병청 설명과 공개된 통계를 토대로 이를 대신 알아봤습니다.

Q. 국내 매독 발생 건수가 ‘2년 새 7배 급증했다’는 말은 사실인가요?

2022년 401명과 2024년 2790명이라는 숫자 자체는 맞습니다. 401명에서 2790명으로 약 7배가 된 것도 산술적으로는 맞습니다. 문제는 두 숫자를 같은 기준으로 센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2022년에는 질병청이 지정한 표본감시기관에서 매독 환자를 신고했습니다. 신고 대상도 1기, 2기, 선천성 매독 등 세 종류였습니다. 하지만 2024년부터 전국 모든 의료기관에서 매독 환자를 신고하는 전수감시로 바뀌었습니다. 신고 대상에도 기존 세 종류에 3기 매독과 조기 잠복 매독이 추가됐습니다. 즉 환자를 세는 병원도 크게 늘고, 세는 범위도 넓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2024년 2790명 가운데 조기 잠복 매독이 1220명, 3기 매독이 51명이었습니다. 전체의 45.6%인 1271명이 2024년부터 새로 신고 대상에 포함된 병기입니다. 이것이 질병청이 “표본감시 기간(2020~2023년) 동안 신고 건과 2024년 이후 신고 건의 통계상 단순 비교는 불가하다”고 한 이유입니다.

Q. 매독 발생 건수를 세는 방식은 왜 이렇게 바뀐 건가요?

매독 감시체계는 2019년까지 전수감시를 하다가 2020~2023년 표본감시로 전환했고, 2024년 다시 전수감시로 돌아왔습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더 많이 찾아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해외 여러 나라에서 매독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내 발생 규모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감시를 강화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매독 관련 수치가 커 보일 가능성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닙니다. 질병청 관계자에 따르면, 2024년 감시체계를 바꿀 당시 의료계 등에서 “조기 잠복 매독까지 신고받으면 국내에 매독이 갑자기 많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매독을 더 촘촘하게 감시하려고 개선한 제도가 해마다 ‘환자 폭증’ 논란을 만드는 배경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Q. 그렇다면 실제 국내 매독은 늘고 있나요, 줄고 있나요?

추세를 파악하려면 같은 잣대로 비교해야 합니다. 질병청이 전수감시를 했던 2019년과 2024년의 신고 병기를 1기, 2기, 선천성 매독으로 맞춰 비교했습니다. 2019년 1753명이던 신고는 2024년 1519명으로 13.3% 줄었습니다. 2025년은 1182명으로 2019년보다 32.6% 적었습니다.

2024년과 지난해는 신고체계와 신고 대상이 같습니다. 전체 신고는 2024년 2790명에서 지난해 2211명으로 약 20.8% 줄었습니다. 질병청 관계자는 “단순 추세로 보면 환자가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며 “건강보험 진료·청구 자료에서도 감소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는 어떨까요. 질병청이 주 단위로 공개하는 신고 동향으로 보면, 지난 1월부터 8월18일까지 매독 환자 1288명이 신고됐습니다. 그러나 이는 확정 통계가 아닙니다. 질병청은 1년 치 신고를 다 받은 뒤 역학조사서를 확인해 병기를 분류하고 중복을 걸러냅니다. 연말에 마감하고도 두세 달이 더 걸립니다. 결국 올해 1288명을 지난해 확정치 2211명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다만 지금 공개된 숫자만으로 국내 매독이 ‘2년 새 7배 폭증했다’고 말할 근거는 없습니다.

질병관리청 제공
Q. ‘서울 해외유입 감염병 1위가 매독’이라는데, 해외에서 주로 걸려 오는 병 아닌가요?

‘83건 중 39건’은 올해 서울에서 확인된 해외유입 감염병만 모아놓고 비교했을 때 매독이 가장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국내에서 발생한 매독 전체를 놓고 해외감염 비중을 계산한 숫자가 아닙니다.

질병청이 학술지 ‘주간건강과질병’에 실은 ‘2024년 매독 역학적 특성’을 보면, 전체 매독 2790명 가운데 국외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 사람은 117명으로 4.2%였습니다. 추정 감염국은 필리핀 22명, 라오스 19명, 태국 14명 순이었습니다. 일본은 13명으로 네 번째였습니다. 질병청 연구진은 추정 감염경로는 대부분 국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해외유입 감염병 가운데 매독이 가장 많다’와 ‘매독 환자 대부분이 해외에서 걸려 온다’는 다른 말입니다. 최근 일본에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해외유입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는 있지만, 현재 국내 매독 발생을 해외여행 탓으로 돌릴 만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Q. 국내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걸리나요? 지역사회에 이미 퍼지고 있는 건가요?

2024년 확정 자료에서는 남성이 2177명으로 감염자의 78.0%를 차지했습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853명(30.6%), 30대가 783명(28.1%)으로 20~30대가 전체의 절반 이상이었습니다. 수도권 신고가 1631명(58.5%)으로 가장 많았지만, 인구 10만명당 발생률로 비교하면 수도권 5.9명과 다른 권역 사이의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매독이 특정 성별이나 연령대 사람만 걸리는 병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매독은 매독균에 감염된 사람과의 성접촉이 주된 감염 경로인 만큼 성생활을 하는 누구나 감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현재 국내 통계상 20~30대 남성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확인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역사회 확산 여부에 대한 질병청의 답은 비교적 단호했습니다.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매독은 주로 성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만큼 감기나 코로나19처럼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집단적으로 확산하는 감염병과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입니다.

Q. “콘돔을 써도 매독은 못 막는다”는 말은 사실인가요?

이에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콘돔을 사용한다면 전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성관계 도중 콘돔이 찢어지거나 벗겨지는 등의 상황입니다. 또 매독 병변은 성기뿐 아니라 항문 주변이나 입술, 입안 등 콘돔이 덮지 않는 부위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병변과 직접 접촉하면 콘돔을 사용했더라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Q. 그렇다면 키스나 변기나 수건, 목욕탕 같은 일상접촉으로도 옮나요?

질병청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의 접촉만으로 감염된 사례는 현재까지 보고된 것이 없습니다. 매독균이 조건에 따라 몸 밖에서 일정 시간 살아 있을 수는 있지만, 침이 튀는 정도의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변기나 수건, 식기, 목욕탕, 수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예외가 없지는 않습니다. 1기 매독은 성기 주변에 증상이 나타나지만 2기 매독은 온몸에 발진이 생깁니다. 이때 생긴 수포가 터지면서 나온 진물이 상대방의 벌어진 상처에 닿으면 전파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키스만 해도 옮는다”는 표현은 부정확합니다. 키스나 구강성교로 전파되려면 피부나 점막에 상처가 있거나, 상대가 세균을 많이 배출하는 시기 등 특정 조건이 맞아야 합니다. 이런 조건이 맞지 않는 가벼운 입맞춤만으로 옮는 병은 아닙니다.

Q.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매독일 수 있나요? 검사는 언제 받아야 하나요?

가능합니다. 2024년 신고된 매독 가운데 가장 많은 병기는 조기 잠복 매독이었습니다. 진단 당시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지난해에도 조기 잠복 매독이 979명으로 44.3%를 차지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감염은 일반 건강검진에서도 잘 잡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매독 감염 여부를 확인하려면 따로 검사를 해야 합니다. 검사 시점도 중요합니다. 항원을 확인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는 위험한 접촉이 있고 2~3일이 지나면 가능합니다. 다만 비용이 비싼 것이 부담입니다. 항체 검사는 최소 3주 이상 지나야 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접촉 직후 음성이 나왔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임신부는 한 번 더 챙겨야 합니다. 산전검사에 매독이 포함돼 있는데도 선천성 매독은 2024년과 지난해 각각 12명씩 나왔습니다. 질병청 관계자는 검사 시점에 아직 항체가 나오지 않은 경우, 페니실린이 아닌 다른 약제를 쓰는 등 치료를 끝내지 못한 경우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언제 받았는지와 치료를 완벽히 끝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행히 매독은 치료가 가능한 감염병입니다. 1기·2기와 조기 잠복 매독은 벤자틴 페니실린을 한 차례 근육주사하는 것으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기를 놓치면 달라집니다. 후기 잠복 매독이나 3기 매독은 페니실린 주사를 주 1회씩 3주간 맞아야 하고, 신경매독이 의심되면 입원해 정맥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한 번 치료했다고 면역이 생기는 것도 아니어서 이후 다시 노출되면 재감염될 수 있습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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