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호카' 국내 신규 총판 사업자로 선정 기존 사업자 '조이웍스'와 국제 분쟁 속 사업 개시 시점 미정 내년 뉴발란스코리아 직진출 속 '호카' 새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호카' 국내 판매 홈페이지 갈무리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를 고속 성장 시킨 이랜드그룹이 또 다른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호카'의 국내 유통을 맡는다. 뉴발란스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호카' 역시 연매출 1조원 규모의 대형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다. 다만 기존 호카 국내 총판사와 글로벌 본사 간의 계약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출발부터 적잖은 잡음이 예상된다. 또 자체 브랜드가 아니다 보니 사업의 지속 성장 가능성 역시 미지수다.
지난 20일 '데커스' 아시아 태평양 법인은 "한국 공식 총판사로 이랜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사진=이랜드 제공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호카' 브랜드를 보유한 '데커스'의 아시아 태평양 법인은 지난 20일 "한국 공식 총판사로 이랜드를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데커스는 기존 국내 총판사인 조이웍스 전 대표가 폭행 사건에 휘말리는 등 물의를 일으키자 계약 해지를 선언하고 신규 유통사를 물색해 왔다. 이랜드를 비롯해 신세계인터내셔날, LF, 무신사 등 국내 굴지의 패션ㆍ유통 기업들이 줄줄이 후보군으로 거론됐으나 데커스는 이랜드를 최종 선택했다.
이랜드가 뉴발란스를 국내에 들여와 연매출 1조원 규모의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킨 점이 가장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랜드는 2008년 뉴발란스 국내 사업을 시작했는데, 당시 250억원 규모에 불과했던 연매출이 지난해 기준 1조2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사업 첫 해 보다 매출이 무려 48배 뛴 것이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가 '호카' 역시 국내 연매출 1조원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데커스 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기업들이 연매출 3000억원 수준의 성장안을 내놓은 것과 차이가 컸던 부분이다. 호카의 현재 국내 매출은 1000억원 규모다.
이랜드 측은 뉴발란스를 성공시킨 자신감을 내세웠지만 신규 판권을 따야한다는 절박함도 컸다. 매출 비중이 큰 뉴발란스가 한국 지사를 설립하고 내년부터 국내 직진출을 예고 하고 있어서다. 이랜드 측은 "뉴발란스와의 계약은 2030년까지이며 뉴발란스 한국 지사와 업무 분장을 통해 장기 파트너십을 이어갈 계획"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업의 주도권을 뉴발란스코리아가 가져가는 만큼 이랜드의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뉴발란스 매출 공백을 메울 신성장동력이 시급한데, 당장 올해 혹은 내년 안에 이랜드가 호카 유통을 시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조이웍스는 호카 국내 판권 계약이 내년까지 유지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국제분쟁해결센터에서도 지난 4월과 6월 조이웍스의 한국 내 호카 사업권을 유지하는 취지의 긴급명령을 두 차례 내린 바 있다.
조이웍스 임직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0일 열린 조성환 전 대표의 기자회견장 앞에서 '호카' 국내 사업권 보장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최보윤 기자
조이웍스 측은 데커스가 국제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 속 성급하게 신규 사업자 발표에 나선 것을 두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조이웍스 임직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호카를 국내 연매출 1000억원 브랜드로 키운 것은 8년간 현장을 지켜온 임직원들이 만든 것"이라며 "국제 분쟁의 결론이 나오기 전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움직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계약 해지의 전제가 된 사건은 전 대표 개인 사건이며 그 시비는 법이 가릴 일"이라며 "개인 사건의 결론이 나오기도 전에 아무 관련 없는 임직원들이 일자리로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올 초 폭행 물의를 일으켜 자리에서 물러났던 조성환 전 조이웍스 대표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호카 사업권을 빼앗기 위한 경쟁 업체의 기획 폭행 사건에 휘말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울러 비대위 측은 이 같은 상황을 알고도 신규 판권 확보에 뛰어든 이랜드의 행태를 정면으로 규탄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일단 판권부터 차지해 힘없는 중소기업을 고사시킨 뒤 법적 문제가 생기면 돈으로 배상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계산이라면 이는 140여 임직원과 협력업체의 생계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극도로 오만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조이웍스 비대위 측은 국회에 이번 사안을 공식 제보하고 관련 대기업을 규탄하는 집회와 대국민 서명운동 등에 순차적으로 돌입할 계획이다.
조이웍스가 운영 중인 호카 직영 매장 7곳과 더불어 140여 임직원 고용 승계 여부도 관심사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호카 판권과 관련해서는 데커스 아시아 태평양 측과의 계약 사안으로 조이웍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조이웍스와 데커고 간 분쟁은 양측이 해결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랜드가 뉴발란스 총판 사업자로서 단순 유통에 그치지 않고 제품 기획 및 마케팅을 펼치며 연매출 1조원의 메가 브랜드로 키우자 글로벌 본사가 한국 직진출을 선언했듯, 호카도 비슷한 전철을 밟게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뉴발란스 뿐만 아니라 과거 '푸마'도 이랜드가 국내 사업을 전개하며 연매출 2000억원 규모 브랜드로 키웠으나 독일 본사가 한국 법인을 설립해 직진출한 사례가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미쏘나 스파오, 후아유, 로엠 등 이랜드가 자체 브랜드도 가지고 있지만 전체 패션 매출에서 뉴발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로 높다"면서 "자체 브랜드보다 수입 글로벌 브랜드의 존재감이 큰 부분은 이랜드의 지속 성장 가능성면에서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