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변하지 않았다 [인류세의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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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활동이 지구환경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들어섰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입니다. 다른 고양이가 쳐들어오지 않도록 이 녀석이 제자리를 잘 지키라고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배력이 공고해지면서, 역설적으로 야생 보전에 대한 낭만적 관념이 부상했고, 그때부터 고양이는 순수한 자연의 이상을 어지럽히는 '나쁜 동물'이 되기 시작한다. 인간을 거스르지 않는 동물은 자연의 상징으로 승격되고, 끝내 통제되지 않은 고양이는 그 자리를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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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인류의 활동이 지구환경을 좌지우지하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로 들어섰다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이제라도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으려면 기후, 환경, 동물에 대해 알아야겠죠. 남종영 환경논픽션 작가가 4주마다 연재하는 ‘인류세의 독서법’이 길잡이가 돼 드립니다.

20여 년 전, ‘도둑고양이’로 불리던 길고양이에 대한 ‘포획 뒤 중성화, 방사’(TNR) 시범 사업을 경기 수원시에서 한다기에 밤샘 포획 작업에 동행했다. 야심한 새벽, 포획인이 통덫에 닭고기를 집어넣고, “나만의 비법”이라며 냄새 진한 무언가를 주변에 흩뿌렸다. 유혹을 참지 못한 길고양이가 통덫에 들어갔다. 철컹. 차가운 철문이 닫히는 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다음 날 동물병원에서 재회한 녀석은, 간밤의 달콤했던 닭고기 만찬이 ‘강제 독신’이라는 운명의 청구서로 날아왔음을 실감하지 못한 표정이었다. 포획인이 무심하게 던진 말이 생생하다. “고양이는 영역 동물입니다. 다른 고양이가 쳐들어오지 않도록 이 녀석이 제자리를 잘 지키라고 하는 겁니다.”
최근 전남 홍도에서 길고양이가 야생 새를 사냥하는 유튜브 영상으로 논란이 뜨겁다. 길고양이 급식을 사유지 외에서 금지하고 소유자 없는 고양이(길고양이)는 유기견처럼 보호소에 보내 야외에서 생활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캣맘금지법’ 국민동의청원도 국회 심사를 앞뒀다.
이즈음 서재에서 꺼낸 책이 베서니 브룩셔의 ‘나쁜 동물의 탄생’이다. 한때 유능한 통신병으로 융숭한 대접을 받던 비둘기는 인간의 필요가 사라지자 돌연 ‘날개 달린 쥐’로 전락했고, 새알을 훔친다고 미움받던 영국의 붉은청설모는 미국산 ‘침입종’ 청설모가 숲에 등장하자 이에 대항하는 착한 민족주의자로 거듭났다. 동물이 생태계의 골칫거리로 취급받는 과정 이면에는 늘 인간의 변덕스러운 잣대가 존재한다.

고양이는 그저 자신만의 삶을 살아왔을 뿐이다. 최초의 조상은 곡물 창고에서 쥐를 잡으며 거주권을 획득했고, 어떤 녀석은 안락한 거실에 들어갔으며, 어떤 녀석은 다시 뛰쳐나갔고, 개척자를 따라 들어간 섬에서는 경쟁자 없이 새를 먹어 치웠다. 1만 년 동안 고양이는 개와 달리 특유의 독립성을 잃지 않았다. 어릴 적 일 년을 함께 살다 나가버린 우리 집 고양이도 사냥 본능 덕에 도시 생태계에 입주해 살아냈을 것이다.
고양이는 인간이 쳐 놓은 자연과의 경계선을 거리낌 없이 드나든다. 그리고 인간의 자연에 대한 지배력이 공고해지면서, 역설적으로 야생 보전에 대한 낭만적 관념이 부상했고, 그때부터 고양이는 순수한 자연의 이상을 어지럽히는 ‘나쁜 동물’이 되기 시작한다. 역설은 여기에 있다. 인간을 거스르지 않는 동물은 자연의 상징으로 승격되고, 끝내 통제되지 않은 고양이는 그 자리를 얻지 못한다. 호주에서 포유류 25종의 멸절에 기여했고, 미국에서 한 해 최고 40억 마리의 새를 죽인다는 연구 결과도 쏟아졌다. 고양이가 토착종에 심각한 위협인 것은 사실이지만, 책에 인용된 한 야생생물학자의 비판도 새겨들을 만하다. “그런 수치의 진짜 목적은 과시예요. 과학적 수치라기보다 정치적 수치죠. 대중에게 어떤 충격적 사실을 전달하기 위함이지, 딱히 정확하다고 생각해서는 아닙니다.”
우리는 자연을 인간의 개입이 소거된 교과서 속 풍경화로 상상한다. 순수한 야생과 인간의 영토. 그 중간 지대의 삶은 잡종이고 퇴치 대상이 된다. 저자는 말한다. “생존은 얌전히 숲이나 풀밭에 머무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진화적 성공은 인간의 쓰레기를 뒤지고, 인간의 건물에 둥지를 틀고, 인간의 정원을 모조리 먹어 치우는 일에 가깝다.”
고양이는 한 번도 우리 바람대로 행동한 적이 없었다. 고양이답게 살아왔을 뿐이다. 급식을 끊고 포획하면 개체 수가 줄 거라는 주장 앞에서 녀석들은 코웃음 치지 않을까. 옆 동네 고양이들이 사라졌다고요? 그럼 우리가 가겠습니다.

남종영 성공회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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