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조 미래기금, 나랏빚 안 갚고… 국회동의 필요 없는 ‘정부 쌈짓돈’ 되나

김승현 기자 2026. 8. 22.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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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대응기금 조성]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가운데)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재정운용전략협의회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 박 장관, 최교진 교육부 장관./뉴스1

기획예산처는 21일 반도체 호황으로 더 걷힐 추가 세수 등을 모아 청년·인공지능(AI) 분야 등에 투자하는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기금 규모는 내년에 최소 120조원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기금 설립 이유를 AI 확산 등 대전환 시기에 추가 세수를 단기 경기 부양을 위해 쓰기보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신속하게 투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금은 주요 항목 지출액의 20~30%를 국회 의결 없이 운용 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미래 투자를 구실로 ‘재정 쌈짓돈’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사전 동의 없이 쓰는 ‘쌈짓돈’ 우려도

미래대응기금 재원은 최근 10년간 내국세 추세치보다 더 걷힌 세수를 의미하는 ‘추가 세수’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초과 세수(매년 9월 세입 재추계 시 더 집계된 세수)와 세계잉여금(쓰고 남은 돈) 잔여 재원, 채권·주식 투자 이익 등도 넣는다. 정부가 공개한 산식에 따르면, 미래대응기금은 최소 1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추가 세수 추정치 ‘98조원 플러스 알파(+α)’에 지방재정교육교부금 개편으로 추가될 수 있는 20조원, 올해 초과 세수 등을 포함했을 경우다.

앞서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달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내년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보다 10% 이상 늘린 800조원 플러스 알파(+α) 수준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미래 대응 기금은 ‘800조원+α’인 내년 예산의 약 15% 넘게 차지하게 돼, ‘예산안 속 미니 예산’으로 잡히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 기금이 사실상 정부가 원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쌈짓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통상 정부 기금의 연간 운용 계획은 국회 심사를 받는다. 하지만 계획상 주요 항목 지출액의 20~30%는 국회에 변경안을 내지 않고 바꿀 수 있다. 정부가 국회의 사전 동의 없이 사실상 자의적으로 일부 금액을 집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는 “국회 승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한다는 것은 국회가 예산을 승인해야 한다는 헌법적 원칙에 어긋나는 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박 장관은 “기금은 기금 운용법이라든가 국가재정법 등 통제와 절차에 따르는 것이지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당연히 국회의 심의와 법률적 근거에 따라 집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기금을 통한 정부 투자가 비효율적이고 자의적으로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사용처에 대한 통제 장치가 현재보다는 더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기금을 청년·성장 동력·지방·교육 및 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입해 잠재성장률 회복과 국가 경쟁력 향상에 쓰겠다고 밝혔다. 첨단·선호 분야에 대한 청년 직업훈련 및 일 경험 확대, SMR(소형모듈원자로), 우주항공 등 7대 기술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세수 많을 때 나랏빚 갚아야”

올해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가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추가 세수로 나랏빚을 갚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초과 세수 등으로 세계잉여금이 생기면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 공적자금 상환, 국채 상환 등 순서로 지출해야 한다. 초과 세수가 미래 대응 기금으로 흘러가면 국채를 갚을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세수는 해마다 계속 들어오는 안정적인 재원이 아니라 일시적인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며 “세수가 많이 걷힐 때 부채를 갚지 않으면 어느 정부가 국가 부채를 줄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대규모 추가 세수 전액을 빚 갚기에만 쓸 경우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재정 비효율이 나타난다고 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 큰 규모의 재원을 전부 재정 건전성에만 투입하면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수입과 지출에 차이가 있어 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호황으로 세금이 많이 들어온 해에 채무를 갚고 기금 등으로 남겨두지 않으면, 향후 경기 침체로 세수가 부족해졌을 때 다시 나랏빚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박 장관은 “필요한 경우 (미래대응기금으로) 국채를 상환할 수 있다”며 국채 상환에 대한 여지는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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