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파의 앞날이 캄캄한 이유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정치학 교수 2026. 8. 22.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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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장부승의 海外事情]
방향 잃고 분열한 보수 우파
이념·정책·사람부터 다시 세워야
현재 한국 정치에서 좌파가 폭주하는 것은 우파가 방향성을 잃은 채 분열했기 때문이다. 보수를 재건하려면 우파가 지향할 이념을 분명히 세우고, 이를 실현할 정책과 사람이 필요하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뉴스1

개혁신당이 출범했을 때 뭔가 새로운 이념과 정책을 추구할 거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최근 정이한 부산시장 후보 테러 자작극 사건을 보니 실망이다. 사건 이후 벌써 석 달이다. 책임 소재, 재발방지책 등 대응이 나왔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다. 개혁신당 이기인 사무총장은 “(정 후보가) 쎄하긴 했는데 … (공천 과정에) 관상가를 넣어야 했나”라며 농담을 한다.

정 후보가 부산시장에 적합한가? 정 후보는 1년 학비가 1억원이 넘는 미국 사립대에 들어갔다 중퇴하고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다. 아버지가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고등학교에 학적만 두고 출석은 안 했다 해서, 담임 교사가 학생부 위조로 징역형(선고유예)을 받았다. 놀랍게도 이 교사는 교감으로 승진했다. 정 후보가 국회의원 비서관을 지내고 국무총리실에서 근무했다는데, 전형적인 ‘도련님 낙하산’으로 보인다.

정 후보 부친은 정근 온병원그룹 회장이다. 안과 의사로 출발해 의료는 물론 건설·금융 등 계열사를 거느린 대형 그룹을 일궜다. 정치에 뜻을 두고 좌우파를 기웃거리다가 무소속으로 두 번 총선에 출마해 모두 낙선했다. 최근에는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고법에서 벌금 200만원(피선거권 5년 상실)을 선고받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 회장 회사 직원들이 개혁신당 조직에 침투했다고 하며, 정 회장 가족들이 추진하는 공공병원 위탁경영 사업이 정이한 후보 1호 공약이었다고 한다. 개혁신당이 정씨 가족들에게는 만만한 숙주였나 보다. 아니면 지방 토호 자제를 유력 후보로 미는 것이 개혁신당의 이념인가?

정이한 후보는 가짜 테러로 뇌진탕 진단을 받았는데, 하필 자기 아버지 병원이다. 진단서 위조는 형사처벌 대상일 뿐 아니라 의사들에게는 직업적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로서 커다란 치욕이다. 자당 후보 부친에게 이런 의혹이 제기된다면, 의사로서 개혁신당의 간판인 이주영 의원은 의사 직업윤리의 관점에서 뭐라도 한마디 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무 말도 없다. 같은 의사끼리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인가?

국민의힘 소장파들은 어떨까? 박상수 변호사라고 있다. 국민의힘 대변인을 하고 지난 총선 출마도 했었다. 그가 최근 SNS상에서 의료 전문가들과 싸우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

박 변호사는 모친이 어깨가 아파서 수술 없이 치료하는 방법을 찾았는데, 다들 수술을 권해서 결국 자기 뜻에 맞는 의사를 찾아 대학병원을 다섯 군데나 돌았다고 한다. 그러다 막상 수술을 받으려니 대학병원은 오래 기다려야 해서 일반 병원에서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은 전문의가 부족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황당한 주장이다. 어깨 통증으로 대학병원 다섯 곳을 갈 수 있는데 무슨 의사 부족인가? 다른 나라라면 한 곳 가기도 힘들다. 박 변호사의 행태는 ‘의료쇼핑‘으로 볼 여지가 크다. 불법은 아니지만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해 온 의료 이용 행태다. 그런데 문제를 지적하자, 박 변호사는 ‘효도’를 강조하면서 “당신이라면 부모가 아픈데 그렇게 안 하겠느냐”라더니 ‘어디 두고 보자’는 식이다. 경청할 준비가 안 돼 있다. 이렇게 의료정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막무가내 ‘의대 정원 2000명’을 외치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뭐가 다른가? 게다가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공공재정 문제 지적에 웬 ‘효도’인가? 효도가 그리 중요하면 정치를 그만두고 효도에 전념해야 하지 않을까?

또 다른 국민의힘 소장파로 이소희 의원이 있다. 변호사인 이 의원은 어려서 척추측만증 수술을 받다 장애를 얻었다고 한다. 그런 이 의원이 의사들의 의료사고 형사처벌 기록을 공개하자는 법안을 내놨다.

NHS(National Health Service·국민보건서비스)가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나라 영국에서 NHS 의사들은 의료 사고 관련 민사 재판에서 면제된다. 형사 처벌은 이론상 가능하나 처벌 기준이 높아서 실제 처벌은 연평균 1명도 안 된다. 사실상 면제라 봐도 무방하다. 뉴질랜드도 무과실책임이라고 해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국가가 보상해 준다. 의사는 민사 책임에서 면제된다. 형사 처벌은 역시 이론상 가능하나 뉴질랜드는 지난 20여 년간 의사에 대한 의료 과실 형사 처벌이 전무하다.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의료 사고에 대한 형사 고소를 추계하는 데이터베이스 자체가 없다. 케이스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의사 상대 형사 고소는 검경 단계에서 대부분 기각되고 고소돼도 대개 벌금형으로 끝난다. 대부분 문명국에서 의사의 형사처벌에 소극적인 이유는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이다. 처벌 위주 규제로 의사가 수술에 소극적이 되면 살릴 수 있는 환자도 못 살리기 때문이다.

현재 보건복지부가 이소희 의원 법안에 반대하고, 다른 의원 중에 지지자도 거의 없다. 그러니 이 의원이 ‘혹시 개인적 감정 때문에 저러는 것 아니냐’ ‘변호사들 밥그릇 늘려주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이 의원의 법안은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이념에 부합하나? 이럴 거면 과거 윤석열 정부의 의료 정책 실패에 대해 사과는 왜 했나? 이 의원은 대체 누가 공천한 것인가?

현재 한국 정치에서 좌파가 폭주하는 이유는 우파가 방향성을 잃고 분열했기 때문이다. 보수를 재건하려면 우파의 이념을 재설정하고 이를 실현할 정책과 사람이 필요하다. 개혁신당과 국민의힘 소장파 일부를 보니 누구는 관상가를 찾고, 누구는 직업적 양심 훼손에 침묵하거나 혹은 ‘효도 타령’을 하고, 그것도 아니면 문명국의 상식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뛰고 있다. 보수 우파의 앞날이 참으로 캄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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