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먹고 마시려 찾지 않는다… 한숨 돌리며 편안함 맛보러 간다
日 에도 시대부터 이어진
도시 서민의 쉼터 ‘이자카야’

이자카야(居酒屋)는 술과 여러 안주를 함께 내고 손님이 자리를 잡고 머무는 일본식 술집이다. 일본 이자카야의 뿌리는 에도(江戶)에 있다. 에도는 도쿄의 옛 이름.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603년 에도에 연 막부가 1868년 메이지 유신으로 붕괴할 때까지 약 265년간 이어진 평화롭고 안정된 시기를 에도 시대라고 부른다. 에도 시대 말기 술가게들이 손님에게 술과 간단한 안주를 내면서 ‘술집에 머물러 마신다’는 형태가 퍼졌다. 근대 이후에는 공장 노동자와 상인, 직장인이 퇴근 뒤 들르는 대중 주점으로 이어졌다.
이자카야는 주력 음식(안주)과 운영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닭꼬치를 중심으로 하는 ‘야키토리야(焼き鳥屋)’, 어묵과 국물을 내는 ‘오뎅야(おでん屋)’, 화로에서 구운 요리를 제공하는 ‘로바타야키(炉端焼き)’, 곱창과 내장을 굽는 ‘호루몬야(ホルモン屋)’가 대표적이다. 작은 공간에서 정성스러운 계절 안주를 내는 ‘고료리야(小料理屋)’, 서서 간단히 마시는 ‘다치노미(立ち飲み)’, 서민적이고 저렴한 ‘다이슈사카바(大衆酒場)’도 있다. 붉은 초롱을 내건 전통형은 ‘아카초친(赤提灯)’, 맥주 중심의 대형 주점은 ‘비아호루(ビアホール·비어홀)’, 다양한 메뉴를 표준화해 제공하는 곳은 ‘체인 이자카야(チェーン居酒屋)’로 분류한다.
일본에서 ‘이자카야의 달인’이라 불리는 오타 가즈히코(太田和彦·80)는 “이자카야는 단순히 술과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런던의 펍, 프랑스의 카페, 독일의 호프집, 미국의 스낵바 등 세계의 도시에는 사람들이 한숨 돌리기 위한 술집이 있다”며 “일본에서는 그곳이 바로 이자카야”라고 했다.
좋은 이자카야는 처음 온 사람을 시험하면서도 배척하지 않는다. 손님은 가게가 쌓아 온 호흡을 읽고 그 안에 조용히 자리를 얻는다. 긴 설명 없이 주문하고, 남의 술자리를 침범하지 않으며, 오래 머물러 자리를 독차지하지 않는 것이 도쿄식 멋으로 여겨졌다. 주인과 단골은 규칙을 법처럼 내세우지 않고 눈빛과 짧은 말로 가게의 질서를 지켰다. 주인과 손님이 오랜 시간 함께 만든 질서, 혼자 있어도 내버려 두는 거리감, 지역의 평범한 재료를 물리지 않게 내는 솜씨가 있어야 한다.
‘일본 이자카야 유산’은 40여 년간 일본 전역의 이자카야를 순례한 오타가 펴낸 책이다. 그는 “유산이란 그 가치를 보호하지 않으면 사라질 위험이 있는 것을 뜻한다”며 ‘창업 시기가 오래됐고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일 것’ ‘대대로 변함없이 이어오고 있을 것’ ‘오래된 노포이면서도 서민들의 가게로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는 세 조건을 만족시키는 일본 전국 이자카야 26곳을 소개하고 있다. 옛날 맛집 모음이라기보다, 이자카야의 표준 모델이자 오랜 시간 끝에 정점에 도달한 곳들의 목록에 가깝다.
도쿄의 이자카야를 돌아보는 것은 일본 이자카야 문화의 대강을 알 수 있는 일이다. 책에 실린 도쿄 이자카야 중 폐점된 ‘란만(らんまん)’을 제외한 아홉 곳과 그가 최근 찾았다는 ‘하나와사비(花わさび)’를 추가해 총 열 곳을 소개한다. 정보는 지난 1일 확인 기준. 노포는 임시 휴업과 조기 마감이 잦으니 방문 전 전화나 웹사이트 등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

오하시(大はし·센주): 1877년 정육점으로 창업한 서민형 대중 주점. 소고기와 두부를 함께 조린 ‘니쿠도후(肉とうふ)’가 간판이다. 소고기 조림도 대표 안주로 꼽힌다. 주문과 응대가 빠르다. 東京都足立区千住 3-46, 월~금요일 16:30~21:00(주문 마감 20:30), 토·일요일과 공휴일 휴무.

미마스야(みますや·간다): 1905년 문을 연 도쿄에서 가장 오래된 이자카야이자 가장 대표적인 대중 주점. 넓은 홀과 다다미방이 있어 노포가 처음인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들어간다. 오타가 초심자에게 먼저 권한 곳이기도 하다. 대표 안주로 사쿠라사시(말고기 회)와 도조나베·야나가와나베(미꾸라지 요리)가 꼽힌다. 東京都千代田区神田司町 2-15-2, 월~금요일 11:30~13:30·17:00~23:00, 토요일 17:00~22:00, 일요일·공휴일과 여름 휴가·연말연시 휴무.


아카쓰카(赤津加·소토칸다): 1954년 창업해 아키하바라의 변화를 지켜온 술집이다. 화려한 전자상가 한복판에서 나무 카운터와 다다미방 같은 고전적인 분위기와 계절 요리를 지켜오고 있다. 대표 안주는 도리모쓰니(닭내장 조림)와 와카도리 다쓰타아게(닭튀김). 東京都千代田区外神田 1-10-2, 월~금요일 11:30~13:30·17:00~22:00(주문 마감 21:15), 토요일 17:00~21:00, 일요일·공휴일과 첫째·셋째·다섯째 토요일 휴무(12월은 토요일 영업).


가기야(鍵屋·네기시): 1856년 창업한 술가게가 2차 대전 이후 이자카야로 자리 잡았다. 다이쇼 시대 목조 주택을 고쳐 쓰며 구리 술 데움통과 오래된 차림표를 간직한다. 대표 안주로 우나기 구리카라야키(장어 꼬치구이), 미소 오뎅, 다타미이와시(어린 정어리를 네모난 종이 형태로 얇게 펼쳐 말린 전통 수산 가공품) 등이 있다. 東京都台東区根岸 3-6-23-18, 월~토요일 17:00~21:00, 일요일·공휴일 휴무.

후쿠베(ふくべ·야에스): 1939년 창업한 일본주 중심의 노포. 이름은 술을 담던 표주박을 뜻한다. 일본 전역의 사케와 오뎅, 시메사바(고등어 초절임), 구사야(염장 건조 생선) 등 전통 안주를 낸다. 東京都中央区八重洲 1-4-5, 월~금요일 16:30~22:30, 토·일요일과 공휴일 휴무.

기시다야(岸田屋·쓰키시마): 술가게에서 출발해 전시 체제 시기(1937년 중일전쟁 발발부터 1945년 태평양전쟁 패전까지)에는 국민주점으로 영업했다. 작은 ㄷ자 카운터와 진한 소고기 조림으로 이름났다. 오타가 오래된 술집의 가치를 발견한 출발점이다. 대표 안주로 규니코미(소고기·내장 조림), 시메사바, 생선회 등이 있다. 東京都中央区月島 3-15-12, 화~토요일 17:00~21:30, 일·월요일과 공휴일 휴무.

신스케(シンスケ·유시마): 1920년대 술가게에서 주점으로 전환해 4대째 이어진다. 단맛과 감칠맛, 둥근 식감을 특징으로 하는 아키타현의 료제키(両関) 사케를 중심으로 낸다. 술 한 홉(180mL)을 정확히 따르는 ‘쇼이치고(正一合)’를 지킨다. 따라주는 술의 양을 속이는 경우가 있었던 과거 일본 술집에서는 쇼이치고가 품질과 신뢰의 표시처럼 사용됐다. 이와시노 간세키아게(いわしの岩石揚げ·정어리 다짐 요리), 기쓰네 라클레트, 계절 생선 등이 대표 안주. 東京都文京区湯島 3-31-5, 월~토요일 16:30~21:00(주문 마감 20:20), 일요일·공휴일 휴무.

이세토(伊勢藤·가구라자카): 1937년 창업했다. 푸른 사과 향이 나는 하쿠타카(白鷹)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케를 낸다. 하쿠타카는 사케의 메카인 효고현 나다고고 지역의 전통 양조장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사케 브랜드다. 큰 목소리와 소란을 삼가게 하는 절제된 분위기로 알려졌다. 일즙삼채(一汁三菜) 형식으로 내는 절임·두부·계절 안주가 대표적이다. 東京都新宿区神楽坂 4-2, 월~금요일 17:00~21:30, 토·일요일, 공휴일 휴무.

사이토사카바(斎藤酒場·가미주조): 1928년 술가게로 시작해 종전 후 대중 주점이 됐다. 역 앞 골목에서 값이 부담스럽지 않은 술과 소박한 안주, 합석 테이블의 공동체를 지킨다. 대표 안주 감자샐러드, 고로케, 꼬치튀김, 계절 반찬 등. 東京都北区上十条 2-30-13, 월~토요일 16:30~23:00(주문 마감 22:30), 일요일·공휴일 휴무.
하나와사비(花わさび·에비스): 33년 역사의 이자카야. 3명의 여주인이 운영하며 교토 니시키 시장과 농가에서 직송한 10여 가지 제철 채소와 해산물로 정갈한 교토 가정식 안주를 낸다. 대표 안주로는 6600엔(약 6만원) 제철 오마카세, 가모 가지 요리, 대합과 봄 양배추 요리 등이 꼽힌다. 東京都渋谷区恵比寿 1-8-7 三恵8ビル 6층, 화~금요일 17:30~23:00, 토요일 16:00~22:00, 일·월요일과 공휴일 휴무.
[일본 전역 이자카야 40년 순례… “단골 돼가는 즐거움 커”]
‘이자카야의 달인’ 오타 가즈히코

일본에서 ‘이자카야의 달인’이라 불리는 오타 가즈히코(太田和彦·80)는 본래 디자이너다. 도쿄교육대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고 일본 화장품 기업 시세이도에서 오래 일하다 자신의 디자인 업체를 차려 독립했다. 마흔 무렵부터 이자카야를 본격적으로 기록해 40여 년간 ‘이자카야 대전(居酒屋大全)’ ‘일본 이자카야 방랑기(ニッポン居酒屋放浪記)’ ‘일본 이자카야 유산(日本居酒屋遺産)’ 등을 썼고, 각종 방송에서 일본 전역의 이자카야를 소개하고 있다.
지난달 도쿄 시로카네다이에 있는 그의 집필실을 찾았다. 책과 LP판이 방을 채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두 시간, 간다(神田)의 이자카야 ‘미마스야(みますや)’에서 다시 두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질문이 끝나도 그는 곧장 답하지 않았다. 길게는 1분 넘게 생각을 고른 뒤 짧게 말했다. 설명은 차분했지만 판단은 분명했다. 맞지 않는다고 여기는 대목에서는 말을 늘이지 않았다. 칼 대신 펜을 쥔 사무라이 같았다.
―가장 최근 찾은 이자카야는 어디인가요.
“도쿄 에비스의 ‘하나와사비(花わさび)’입니다. 도쿄에서는 드문 교토풍 요리를 내는 집이고 30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집에서 가까운데도 이런 좋은 가게를 몰랐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오래된 곳만 찾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중요한 것은 연도가 아닙니다. 자기 방식과 손님에 대한 태도를 지키는가를 봅니다.”
―이자카야의 매력은 뭔가요.
“라면집은 먹으면 끝이지만 이자카야는 다릅니다. 술 한 잔을 앞에 놓고 머무는 편안함 자체를 맛보러 가는 곳입니다. 또 이자카야는 지역에 뿌리내린 곳입니다. 땅의 성격이 다르듯 전국의 이자카야도 모두 다릅니다.”
―1980년대 후반 ‘노스탤지어가 한 바퀴 돌아 트렌디하게 느껴지는 시대가 온다’고 예견했습니다.
“도쿄 3대 모츠니코미(곱창·내장 조림) 맛집으로 꼽히는 고전적 이자카야 ‘기시다야’에서 편안함과 음식에 더해 ‘역사’가 이자카야의 가치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가게와 30년 된 가게는 다릅니다. 오래된 가게에는 역사가 쌓여 있고, 그것을 맛보는 일도 이자카야의 즐거움입니다. 시세이도에서 새 유행을 만드는 일을 했지만, 새로운 유행 안에 노스탤지어를 넣으면 오히려 더 새로운 감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시다야에서 깨달았습니다. 새 가게도 존중하지만 저는 변하지 않는 쪽이 훨씬 존엄하고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찾은 이자카야가 좋은 곳인지 아닌지 무엇으로 판단합니까.
“먼저 건물과 실내, 차림표를 봅니다. 어떤 음식과 술을 내는지, 주인은 어떤 사람인지, 마지막으로 어떤 손님들이 있는지를 봅니다. 혼자 가야 차분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두 번 다시 가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손님에게 무례하거나 주인이 거드름을 피우는 곳입니다. 기본 안주인 오토시(お通し)도 좋은 기준입니다. 호화로울 필요는 없습니다. 콩을 조렸을 뿐이어도 ‘이 집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버블기 미식 붐에 반발해 “비싼 재료가 맛있는 것은 당연하다. 비싼 재료 없이 자기 손으로 얼마나 맛있게 만드는가, 그것이 요리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이자카야 안주에서는 무엇을 보십니까.
“이자카야 음식과 가정요리는 전혀 다릅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입니다. 가정요리에는 어머니의 맛 같은 아마추어의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는 평범한 재료를 쓰면서도 한두 단계 높은 맛으로 완성해야 합니다. 같은 재료로 전혀 다른 맛을 보여주는 것이 프로입니다.”
―도쿄 이자카야를 오사카·교토의 술집과 결정적으로 구별하는 차이는.
“도쿄 이자카야만의 특징이 따로 있다기보다, 어디에나 있는 것이 한곳에 모였다는 점입니다. 완고한 노포도 있고 최신 유행의 개성적인 가게도 있습니다. 다만 도쿄 사람은 급합니다. 주문하면 바로 나와야 하고, 빨리 먹고 마십니다. 의외로 술은 약해서 곧 취하지만 다음 날 또 옵니다.”
―일본 전역을 두 바퀴, 세 바퀴 돌면서 ‘재방문의 즐거움’이 생겼다고요.
“한두 번 갔던 이자카야를 몇 년 뒤 다시 찾았을 때 ‘아, 선생님’ 하며 이름을 불러주면 참 기쁩니다. 다시 찾아 단골이 되어 가는 즐거움을 가장 잘 채워주는 곳이 이자카야입니다.”
―처음으로 도쿄의 노포 이자카야 문을 여는 한국 독자에게 조언한다면.
“지나치게 긴장할 필요도, 허세를 부릴 필요도 없습니다. 큰소리를 내지 말고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하세요. 일본어를 못 한다면 현지 사람이나 통역과 함께 가는 편이 좋습니다. 저도 외국의 뒷골목 술집에 들어가 주인과 이야기하고 싶어도 말이 통하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일본 이자카야 유산]

‘일본 이자카야 유산(日本居酒屋遺産)’은 오타 가즈히코가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일본 전역의 이자카야 26곳을 소개한다. 선정 기준은 세 가지로, “창업이 오래되고 옛 건물이 남아 있을 것” “같은 집안이 대를 이어 운영할 것” “노포가 된 뒤에도 서민의 가게를 지킬 것”이다.
오타가 직접 확인한 가게의 역사와 주인·단골의 말, 술과 안주, 700장이 넘는 사진과 저자가 직접 그린 점포의 구조도까지 실렸다. 여행 안내서이자 오래된 식당을 어떻게 지키고 다음 세대에 넘길 것인가를 묻는 음식 문화 자료집이기도 하다.
책을 읽다 보면 도쿄 뒷골목을 개와 늑대의 시간에 어슬렁거리는 중년 남자의 뒷모습이 떠오른다. 한국어판은 동일본편과 서일본편 두 권으로 지난해 12월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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