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의 어부바] '찐녹지'만 남기고 다 청년주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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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공은 정부가 용산공원에 들이댄 잣대를 되돌려준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장교숙소와 군인아파트, 옛 방위사업청 부지처럼 현재 건물이 들어서 “녹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지역”을 활용하겠다고 했다. 공원 전체를 미는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그 잣대가 현재 이용도와 기능 재배치 가능성, 교통 여건과 공급 효과라면 세종으로 이사할 국회의사당은 어떤가. 아니면 현충원, 서울숲, 서울교대, 서초 법조타운, 김포공항은? 이들도 비교를 피하기 어렵다. 소유 구조는 달라도 공공 기능을 수행하는 서울 내 핵심 부지다. 기능을 옮기거나 복합개발하면 상당한 주택 물량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주 기능이 아니더라도 현충원의 건물과 광장 또한 추모 기능의 일부를 수행한다. 서울숲의 방문자센터와 체육시설, 야외무대도 시민이 공원을 이용하는 데 필요하다. 부분만 떼어내더라도 공간 전체의 기능이 흔들린다.
용산공원과 같은 잣대로 볼 때, 서울 내 모든 건물과 부지를 착공 가능 여부로만 판단해야 한다. 기존 노후 청사와 주차장은 얼마나 이용되고 있으며 언제 착공할 수 있는가. 공공기관과 국립대 가운데 기능을 재편할 곳은 없는가. 공급량과 사업 기간, 이전 비용과 기반시설 확충비를 비교하면 용산공원은 몇 번째 후보인가.
용산공원은 군사기지와 각종 건축물이 들어선 땅을 장기간에 걸쳐 공원으로 되돌리는 사업이다. 건물이 있다는 이유로 주택용지가 된다면 처음부터 공원으로 만들 땅은 거의 없었다.
정부가 후보로 거론한 곳은 아직 공원으로 조성하지 않은 땅이다. 현재 모습만 보고 녹지 기능을 잃었다고 판단하면 앞으로 만들 공원의 가치는 사라진다.
국토부는 2021년 용산공원 면적을 243만㎡에서 300만㎡로 넓혔다. 옛 방위사업청과 군인아파트 부지도 일부러 공원에 편입했다. 남산과 용산공원을 잇는 녹지공간을 만들고 가치 있는 기존 건축물에는 문화·예술 기능을 넣기로 했다.
5년 전 공원에 편입한 땅을 아직 녹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택 건설 대상에 올린 셈이다. 정부의 필요에 따라 녹지의 정의가 달라졌다.
용산공원 300만㎡ 가운데 일부에 주택을 넣어도 상당한 녹지를 남길 수 있다는 주장은 검토할 만하다. 일자리와 교통이 몰린 서울 한복판에 청년주택을 공급할 필요도 크다.
정부는 예정된 녹지축에 미치는 영향과 대체부지를 밝혀야 한다. 주택 순증량과 공급 시기, 정화 비용과 사업비도 공개해야 한다. 장교숙소와 군인아파트, 옛 방위사업청 부지를 지도에 표시하고 남길 건축물을 제시해야 한다.
용산공원과 청년이라는 이름 사이에서 1만가구니 2만가구니 뜬 구름 같은 숫자만 오간다. 정부는 공급 유형과 임대료, 거주 기간과 전용면적을 제시하지 않았다. 관리비와 보증금 보호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청년주택이 들어선다고 해도 어떤 청년들이 어떻게 살지 그려질 리 없다.
정부가 공급 숫자에 빠져 있을 때 2017년 준공한 노원구 에너지제로주택은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준다. 7층 아파트와 2~3층 연립주택을 섞은 121가구 단지는 외단열과 3중 창호, 태양광·지열 설비를 적용해 유의미한 관리비 절감을 입증했다. 초기 건축비를 더 들이면 친환경은 청년의 주거비를 낮추는 정책이 된다.
설마 청년주택이라고 원룸만 넣을 생각은 아닐 거라 믿는다. 서울에 막 올라온 무일푼 청년이라도 학업이나 직업훈련을 거쳐 직장을 갖게 되고, 사회의 일원이 된다. 이들을 포용할 생애순환형 모델도 고려할 만하다. 청년주택은 나이가 찼다고 밀려나는 임시숙소가 아니라 한 동네에서 삶을 시작하는 첫 입구여야 한다.
용산이라는 좋은 주소에 작은 집을 많이 넣는다고 좋은 청년주택이 되지는 않는다. “금싸라기 땅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청와대 말처럼 당위성과 속도만 집착할 게 아니라 다른 가능성과 주택의 내용에도 고민이 담겨야 한다.
정부는 어떤 집을 지을지 답하지 않았다. 정부가 만들려는 것은 정말 청년이 오래 살 집인가. 다음 부동산 대책에 ‘용산공원에도 공급했다’고 내걸 간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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