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 빗물 새는데…" 7억 전기료 체납에 아파트 주민들 '분통'

광주CBS 한아름 기자 2026. 8. 21.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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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가 낸 관리비가 다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지난해 3월 관리비 횡령 혐의로 경리직원이 구속된 이후 입주자대표회의가 무력화되는 등 아파트는 그야말로 초토화된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매달 관리비를 꼬박꼬박 내왔는데 도대체 왜 비 새는 집에서 살아야 하고 전기가 끊기지 않을지 전전긍긍해야 하느냐"며 "사고를 낸 사람은 따로 있는데 피해는 애꿎은 주민 몫으로 돌아오니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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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 횡령 파문에 전기료 7억 미납…도색은 꿈도 못 꿔
35년 된 1500세대 대단지, 벗겨진 외벽에 누수로 '얼룩'
안방 천장에 흐르는 빗물 받던 주민들 "관리비 꼬박 냈는데" 배신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의 한 아파트 외벽 곳곳이 벗겨져 있다. 한아름 기자


"도대체 우리가 낸 관리비가 다 어디로 갔단 말입니까."
 
21일 오전 찾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의 한 아파트.

14개 동 1500여 세대가 모여 사는 아파트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짙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1990년대 초 준공돼 지어진 지 35년이 넘은 이 아파트는 빛바랜 외벽이 군데군데 뜯겨 나가 콘크리트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상단에 큼지막하게 적혀있던 이름도 글자 형태만 겨우 알아볼 정도로 희미해졌다. 단지 앞 경비초소 벽면에는 페인트 조각들이 하얗게 들떠 부스러져 내렸다. 아파트 곳곳의 보도블록도 깨지고 떨어져 나가 주민들의 보행 안전마저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이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관리사무소 경리직원의 거액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아파트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마비됐다.

지난해 3월 관리비 횡령 혐의로 경리직원이 구속된 이후 입주자대표회의가 무력화되는 등 아파트는 그야말로 초토화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0월에서야 다시 입주자대표회의가 꾸려졌지만 주민들이 마주한 현실은 참담했다.

현재 아파트는 거액의 공과금 미납과 시설 노후화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횡령 사고 여파로 누적된 한국전력 전기요금 미납액만 약 7억 원에 달한다. 한전은 해당 아파트에 '앞으로 요금을 어떻게 낼 것인지에 대한 약정서를 작성하라'고 독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십수 년 동안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관리비 횡령의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주거 환경 악화로 이어졌다.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에 따르면 14개 동 전체 외벽 재도색 작업에 드는 비용은 20억에서 25억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아파트 관리비 금고는 텅 비어 있어 15년 가까이 미뤄 온 외벽 도색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일부 세대는 누수 피해가 심각했다. 독자 제공


특히 옥상 방수공사를 제때 하지 않아 빗물이 샌 상층부 세대의 피해가 심각했다. 천장에 갈색 얼룩과 검은 곰팡이가 넓게 퍼지기도 했다. 한 주민은 안방 천장에서 새는 빗물을 감당하지 못해 천장에 비닐을 덧대고 호스를 연결해 물을 빼내며 버텼다.

새로운 입주자대표회의는 해당 세대의 긴급 방수 공사를 진행해 50여 세대의 누수를 겨우 수습했지만, 단지 곳곳의 시설 보수 수요를 감당하기엔 살림살이 형편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한 입주민은 "매달 관리비를 꼬박꼬박 내왔는데 도대체 왜 비 새는 집에서 살아야 하고 전기가 끊기지 않을지 전전긍긍해야 하느냐"며 "사고를 낸 사람은 따로 있는데 피해는 애꿎은 주민 몫으로 돌아오니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입주민들의 신뢰를 이용해 관리비 7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리 직원은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남아 주민들의 속병만 깊어지고 있다.

안방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깔대기와 호스를 연결한 뒤 테이프로 밀봉해 물을 빼내고 있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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