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은 행정 편의 따라 옮기는 짐 아냐”⋯NH농협노조, 지방이전 반발[현장]
청와대 앞 집회서 주거 문제·절차 정당성 우려
“농협은 공공기관 아냐⋯논의 없는 졸속 정책”
조합 자율성 침해 및 법적 근거 부족 등 지적

NH농협노조가 정부의 농협 본사 지방 이전 논의에 대해 충분한 법적 근거와 구성원 협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반발했다. 공공기관이 아닌 농협을 지방 이전 대상으로 다루는 것은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논리에 따른 이전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노조) 는 21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농협 본사 지방이전 저지 집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조합원 250여 명이 참석했다. 통상 노조 간부가 주도하는 집회와 달리 이날은 윤석구 금융노조 위원장의 연대 투쟁사를 제외하고 조합원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아 지방 이전에 따른 가족·주거 문제와 절차적 정당성 등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농협경제지주에서 근무하는 손 모(남·40대) 씨는 자신을 딸아이를 둔 평범한 가장이라고 소개하며 “많은 노력을 통해 가정을 꾸리고 삶의 터전을 만들었더니 어느 날 갑자기 정부가 소통 한 번 없이 짐 싸서 떠나라고 한다”며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필요하니 우리에게 가족과 생이별을 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농협은 어느 한 지역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전국 농업인과 농축협을 함께하는 조직”이라며 “명분도 실리도 없이 특정 지역으로 밀려가는 것은 농협의 자율성을 짓밟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으로 발언한 농협생명 소속 30대 여성 조합원은 농협이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공공기관이 아님에도 충분한 법적 근거와 사회적 합의, 당사자와의 협의 없이 농협이 지방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아무리 좋은 명분이라도 법적 근거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평범한 국민의 삶과 희생을 전제로 추진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농협 직원과 가족들의 삶을 단순히 정책의 숫자나 이전 대상 명단의 한 줄로 취급하지 말아달라”며 “우리의 삶은 행정 편의에 의해 따라 옮길 수 있는 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에서 근무하는 강 모(남·30대) 씨는 농협법 제114조가 중앙회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이전 논의의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강씨는 “법치주의 나라에서 법 때문에 못 간다고 했더니 법을 바꾸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협을 구성하는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책이라면 지방 이전은 국토 균형 발전의 대안이 아닌 지지율을 위한 정치”라며 “농협은 정부가 전남·광주에 진 빚을 대신 갚아주는 대출 상품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르면 9월 중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현행법상 공공기관이 아닌 농협중앙회도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며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나주로, 농협금융 계열사는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으로 언급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하는 국토교통부는 아직 대상과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NH농협지부는 28일 계획된 금융노조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에 참여하고, 정부 논의에 따라 대응 수위를 높이겠단 입장이다. 노조는 “농협이 미래 농업 경쟁력 강화에 애쓸 시간에 정부의 눈치만 보게 만든 정책은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지방 이전 시도를 중단하지 않으면 강력한 투쟁으로 결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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