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파친코 방화범’에 다카이치 정권 첫 사형 집행···사형제 존폐 논란 속 14개월 만에 재개
일본, 주요 선진국 중 드물게 사형제 유지 중

일본에서 1년2개월 만에 사형이 집행됐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취임 이후 첫 사형 집행이다.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일본 법무성은 21일 오전 사행성 오락시설인 한 파친코 점포에 불을 질러 5명을 살해한 혐의로 2016년 사형이 확정된 다카미 스나오(58)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다카미는 2009년 7월5일 오사카부 고노하나구의 한 파친코 점포에 휘발유를 뿌린 뒤 불을 질러 손님과 아르바이트 직원 등 5명을 숨지게 하고 10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카미는 범행 다음 날 야마구치현의 경찰서에 자수해 체포됐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 “근무처가 도산하거나 원하는 직장에 취업하지 못해 자살을 생각했다”며 “어차피 죽을 거라면 누구라도 함께 죽이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에서는 교수형이 잔혹한 형벌을 금지한 일본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그러나 법원은 합헌이라고 판단했고, 1심과 2심 모두 다카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다카미 측이 상고했지만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2016년 상고를 기각하고 사형을 확정했다.
최고재판소는 다카미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생활에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고 느끼고, 세간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범행을 결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그의 범행이 “계획적인 무차별 살인으로, 지극히 잔혹하고 악질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재임 시기인 지난해 6월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당시에는 9명을 연쇄 살해한 혐의로 2021년 사형이 확정된 시라이시 다카히로(당시 34세)의 형이 집행됐다.
다카이치 정권 출범 이후 사형이 집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사형 집행을 명령한 히라구치 히로시 법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 검토한 끝에 사형 집행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히라구치 법무상은 사형제 존폐 논란에 대해서도 유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극히 악질적이고 흉악한 범죄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의 다수가 사형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흉악범죄가 여전히 끊이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면 현저히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히라구치 법무상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 사형이 확정된 수형자는 100명이다. 이 가운데 43명은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일본은 주요 선진국 가운데 사형제를 유지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로, 사형 집행이 장기간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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