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초고속 여객기' 될 뻔한 교훈 잊었나···KAI 지분 26.41% 깔고 앉은 수은의 몽니

김민 기자 2026. 8. 21.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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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제기 먼저 만들고 레이더는 뒤늦게 국산화
레이더 밑 GaN·RF 공급망까지 따로 구축
한화는 엔진·항전·위성·레이더 이미 확보
KAI 붙으면 완제기까지 산업축 하나로 연결
수은 26.41% 계속 보유할 이유 설명해야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한화가 KAI 지분을 확대하며 완제기와 엔진·레이더·항전·위성·통신을 하나의 산업축으로 묶으려 하고 있지만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보유 지분 26.41%를 매각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

대한민국은 KF-21을 개발하면서 한 번 아찔한 장면을 겪었다. 초음속으로 날아가는 완제기 개발은 앞서갔지만 적기를 먼저 발견하고 추적할 AESA(능동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와 그 아래 고주파 반도체 공급망은 뒤에서 따라붙었다. 끝내 국산 레이더를 기체에 올렸지만 한때 몸체는 있는데 '눈'은 완성되지 않은 전투기가 나올 수 있는 위험이 존재했다. 거칠게 말하면 레이더 없는 KF-21은 초고속 여객기다.

2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F-21 개발 과정에서는 완제기와 핵심 전투체계의 국산화 속도가 엇갈리면서 AESA 레이더와 그 아래 고주파 반도체 공급망을 뒤늦게 따라붙여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의 교훈은 완제기를 국가가 보유하거나 국산화하는 것만으로 항공방산 공급망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재 한화가 KAI 지분을 확대하며 완제기와 엔진·레이더·항전·위성·통신을 하나의 산업축으로 묶으려 하고 있지만 최대주주인 수출입은행은 보유 지분 26.41%를 매각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정부 들어 KAI의 완제기 능력과 한화의 엔진·레이더·항전·위성·통신 역량을 연결할 산업적 조건이 다시 형성된 지금, KAI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분 26.41%를 계속 보유하면서도 이를 어떤 산업전략에 사용할 것인지 뚜렷한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기 KF-21 사업에서는 국산 AESA 레이더를 기체에 올리고 시험·양산 단계까지 끌고 가는 작업이 병행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레이더라는 완제품 하나를 국산화했다는 사실보다 그 아래에 어떤 반도체가 들어가느냐다. 수많은 송수신 모듈이 전파를 쏘고 받아 표적을 탐지하려면 고출력·고주파 환경을 견디는 반도체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소재가 갈륨나이트라이드(GaN)다.

이 사건은 국영 산업정책의 맹점을 역으로 보여준다. 전투기라는 최종 제품을 국산화해도 레이더와 송수신모듈, RF 반도체와 웨이퍼 공정이 해외 공급망에 남아 있다면 국산화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다시 끊어진다. 완제기→레이더→송수신모듈→GaN 소자→웨이퍼 공정까지 내려가야 비로소 공급망 하나가 닫힌다.

KAI에는 KF-21·FA-50·수리온을 만드는 완제기 체계종합 능력이 있고 한화에는 항공엔진과 AESA 레이더, 항전·위성·통신이 있다. 레이더 아래로 내려가면 GaN 기반 RF 소자와 특수반도체 공급망까지 연결된다. 이미 국내에 흩어져 있는 조각을 하나의 산업축으로 묶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고 있는데 KAI 최대주주인 수은은 26.41% 지분을 그대로 보유한 채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KF-21은 몸체부터 먼저 날았다
AESA·GaN 공급망 뒤에 붙어
'초고속 여객기' 될 뻔한 교훈 남겨

KF-21 개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는 완제기 국산화와 전투체계 국산화가 같은 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기체를 설계하고 초음속으로 날릴 수 있다고 전투기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적기를 탐지하고 추적할 레이더가 있어야 하고 그 레이더 아래에는 송수신모듈과 고주파 반도체가 있어야 한다.

AESA 레이더는 수많은 안테나 소자가 전파를 전자적으로 조향하면서 여러 목표물을 동시에 탐지·추적한다. 이때 송수신모듈이 얼마나 강하고 빠르게 전파를 처리하느냐가 탐지거리와 성능에 직접 영향을 준다. 고출력·고주파에서 유리한 GaN이 중요한 이유다.

완제기를 먼저 만들고 나중에 레이더와 핵심 소자를 따라붙이는 구조는 비싸고 위험하다. 해외 공급망에 묶이면 부품 공급허가와 수출통제에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완성된 전투기를 해외에 판매할 때도 핵심 부품의 제3국 이전 문제까지 다시 해결해야 한다.

레이더 없는 KF-21을 '초고속 여객기'라고 부르는 것은 그래서 단순한 조롱이 아니다. 최종 플랫폼만 국산화하고 눈과 신경, 그 아래 반도체를 외부에 의존하면 완제기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깎인다는 공급망의 문제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2025년 6월 30일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오른쪽 두 번째)에게 선박 블록 조립공장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화에는 이미 눈과 심장이 있다
엔진·레이더·항전·위성까지 확보
KAI 붙으면 완제기 공급망 닫힌다

지금 한화가 KAI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이 구조에서 보면 선명해진다. 한화시스템은 KF-21의 AESA 레이더를 비롯해 레이더·항전·위성·통신체계를 다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과 추진계, 우주·방산 사업을 맡고 있다.

한화가 가진 가장 중요한 자산은 특정 분야 하나가 아니다. 자신이 어떤 반도체와 센서, 레이더와 엔진을 왜 필요로 하는지 최종 무기체계에서부터 자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KAI가 붙으면 이 출발점이 완제기까지 올라간다. 완제기→AESA 레이더→송수신모듈→GaN RF 소자로 수요를 거꾸로 내려가면서 한화가 화합물반도체 팹까지 확보할 명분도 생긴다.

이 때문에 KAI를 단순히 '완제기 회사' 하나로 떼어놓고 평가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레이더 없는 KF-21이 초고속 여객기에 불과하다면 KAI의 가치 역시 완제기 조립라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엔진과 레이더, 항전과 반도체가 함께 붙을 때 비로소 전투체계 전체의 가치가 나온다.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2월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6.41% 최대주주는 여전히 수은
매각 떠나 금융보유 이점 답해야

바로 여기서 한국수출입은행의 역할이 다시 문제로 떠오른다. 수은은 KAI 지분 26.4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화는 시장에서 2조원이 넘는 자본을 투입해 KAI 지분 15.89%를 확보하고 경영참여 의사를 표시했다. 그런데 수은은 현재 매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KAI 최대주주라는 사실 자체가 수은의 영구적인 정책목표는 아니다. 다만 수은이 26.41%를 계속 보유하는 것과 김동관 부회장이 추진하는 방위 산업통합 가운데 어느 쪽이 대한민국 항공우주산업에 더 큰 가치가 있는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한화의 KAI 지분 확대를 두고 '무리한 속도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매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서 먼저 주식을 사들이고 경영참여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 따져야 할 것은 속도 자체가 아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자기 위험으로 2조원이 넘는 자본을 투입한 것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수은의 현상유지와 비교해 어느 쪽이 더 생산적인지 같은 기준 위에서 검증해야 한다"라며 "수은 역시 '매각 계획이 없다'라는 입장에 머물 것이 아니라 KAI 지분 26.41%를 계속 보유해야 하는 산업적 이유와 향후 활용방안을 시장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책금융기관의 경영책임 = 정책금융기관이 기업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나 주요주주가 되면 단순한 채권자와는 다른 책임이 생긴다.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이사 선임, 경영진 감시, 주요 경영현안에 대한 판단을 통해 기업가치와 공공성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특히 국책은행이 구조조정이나 정책 목적 때문에 기업 지분을 장기간 보유할 경우에는 단순히 지분을 들고 있는 것만으로 역할이 끝나지 않고, 왜 계속 보유하는지, 보유 기간 동안 어떤 경영성과와 산업적 가치를 만들었는지 설명할 책임이 따라붙는다.

KAI 지분 26.41%를 가진 수출입은행에도 같은 질문이 적용된다.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면 KAI의 완제기 경쟁력과 공급망, 투자·수출 전략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 설명해야 하고, 반대로 산업자본에 넘기는 편이 더 큰 가치가 있다면 매각 여부 역시 검토 대상이 된다. 정책금융기관의 지분 보유는 단순한 금융자산 보유가 아니라 경영책임을 동반하는 정책행위다.

여성경제신문 김민 기자
kbgi001@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