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여수 구조조정에 롯데케미칼 지분 연결…공정위 '협조' 우려

민지형 기자 2026. 8. 2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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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 통합법인 이어 여수 여천NCC에도 지분 참여…경쟁사 간 정보 공유·협조 가능성 차단
전성복 공정위 국장이 20일 석유화학 사업재편 관련 대산 1호 기업결합 건 심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20일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대산 1호' 기업결합 프로젝트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심사가 진행 중인 '여수 1호' 프로젝트에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기로 했다. 두 프로젝트는 중국발 공급과잉에 대응해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추진하는 구조조정이다. 롯데케미칼이 두 사업의 통합법인에 모두 주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어 공정위가 경쟁사 간 협조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의 대산 1호 승인으로 국내 LDPE(저밀도폴리에틸렌, Low-density Polyethylene)·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Ethylene-Vinyl Acetate) 시장 사업자는 표면적으로 한화·LG·롯데·HD현대 4곳에서 한화·LG·HD현대케미칼 3곳으로 줄어든다. 롯데케미칼의 대산공장 LDPE·EVA 사업이 HD현대케미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통합법인인 HD현대케미칼 지분 50%를 갖는다. 사업자로서는 빠지지만 주주로는 남는다.
롯데케미칼은 이렇듯 대산 1호로 통합법인 HD현대케미칼 지분 50%를 확보하는 동시에, 여수 1호가 현재 계획대로 진행되면 여천NCC 지분 33.3%도 취득하게 될 전망이다. 재편된 사업 두 곳 모두에 롯데케미칼이 주주로 걸쳐 있게 되는 셈이다.

이로 인해 공정위는 대산 결합을 심사하면서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여수 1호까지 고려했다고 밝혔다. 전성복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관련 브리핑에서 "롯데케미칼이 대산 1호도 통합 법인을 지배하고 여수 1호에서도 계획대로 되면 그쪽 조인트벤처(합작법인)도 지배하게 된다"며 이를 협조효과 판단 근거 중 하나로 꼽았다. 전 국장은 "여수 1호도 요건이 확정되면 이 시장 상황이 당연히 고려돼야 한다"고도 했다.

형식적으로 경쟁관계인 두 회사, 대산과 여수가 같은 주주인 롯데케미칼을 연결고리로 서로의 생산량이나 가격 동향을 간접적으로 파악하거나 암묵적으로 보조를 맞출 유인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이번 승인 시정조치에 경쟁민감정보 공유 금지와 임직원 겸임 금지, 전적 인력의 1년간 관련 업무 배제 조항이 함께 담긴 것도 이런 연결고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실제 이번 결합으로 시장에 남은 3사의 합산 점유율은 LDPE 82%, EVA 95%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에 향후 5년간 국내가격 인상률을 수출가격 인상률 이하로 묶고, 결합 당시 생산 중이던 모든 제품 규격에 대해 국내 수요자가 요청하면 공급하도록 하는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수요자 대부분이 중소 플라스틱 가공업체인 점을 고려한 조치로 읽힌다.

정부가 주도하는 이번 재편의 목표는 소유 구조 정리가 아닌 설비 감축이다. 대산 1호로 롯데케미칼의 연 110만t 규모 NCC가 멈추는 만큼 공급과잉 해소라는 목적은 지분 보유 여부와 무관하게 달성되는 셈이다. 지분 참여는 기업이 자산가치를 보전하면서 설비 부담을 덜 수 있게 해 재편을 성사시킨 조건으로 비친다. 공정위 시정조치를 건 것은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국내 수요자 피해를 별도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공정위가 이번에 지분으로 이어진 경쟁사 간 협조 가능성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힌 만큼, 여수 1호에서는 대산보다 촘촘한 조건이 붙거나 심사가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여수 1호에는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DL케미칼이 함께 얽혀 있어 지분 연계 문제가 대산보다 더 복잡하게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직 구체적 재편안이 없는 울산도 변수다. 최근 실적 반등으로 기업들의 감산 유인이 약해진 데다, 에쓰오일 샤힌(Shaheen) 프로젝트가 연 180만t 규모 에틸렌 생산능력을 새로 더할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8월 세운 나프타분해설비 NCC(Naphtha Cracking Center, 원유에서 뽑은 나프타로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만드는 설비) 감축 목표는 270만~370만t이다. 이번에 승인을 받은 대산 1호(110만t)와 심사 중인 여수 1호(138만5000t)를 더해도 248만5000t으로 목표치에 못 미친다.

민지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