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어촌에 공장 들어서자 청년 몰렸다… CATL이 바꾼 닝더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회사 이름부터 '닝더(宁德)'다. 2011년 쩡위췬(曾毓群) 회장의 고향인 중국 푸젠성 닝더에서 출범한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은 사명에도 도시 이름을 붙였다.
회사 관계자는 "CATL 입사한 전 세계 직원들은 매년 닝더에 머무르며 연수를 받는다"고도 전했다.
CATL 고위 관계자 역시 "해외지사를 비롯해 닝더 본사 역시 해외 출신 직원들이 많다"며 "닝더는 작은 도시인데 청년과 외국인의 밀도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황어의 고장서 세계 최대 배터리 생산기지로
CATL 성장 따라 외지 청년 몰리고 인프라 확장
회사는 사택부터 연애·결혼까지… 정착 지원
회사 이름부터 ‘닝더(宁德)’다. 2011년 쩡위췬(曾毓群) 회장의 고향인 중국 푸젠성 닝더에서 출범한 세계 최대 배터리 업체 CATL은 사명에도 도시 이름을 붙였다. 중국명 닝더스다이(宁德时代)를 직역하면 ‘닝더의 시대’다. 대황어(大黃魚) 양식으로 유명했던 바닷가 도시의 운명이 달라지기 시작한 순간이다.

닝더는 도시에 공항이 없어 인근 푸저우(福州) 공항에서 150㎞를 이동해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이처럼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도시지만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CATL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곳으로 유입되는 사람도 빠르게 늘었다. 2015년 이후 CATL이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자 닝더 곳곳엔 CATL의 공장과 연구시설이 들어섰고 CATL을 따라 소재업체, 장비업체, 물류업체 등도 닝더에 자리를 잡았다. CATL이 닝더로 배터리 산업 생태계를 끌어들인 셈이다.
공장이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생겼고 일자리를 따라 외지인들이 닝더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 농업과 어업에 의존하던 닝더에 청년들이 몰려들었다. 허난성 출신 20대 A씨 역시 지난해 고향을 떠나 1300㎞ 넘게 떨어진 닝더에 정착했다. CATL에 입사하면서다. 그는 현재 회사가 제공하는 사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닝더에서 일하는 직원 중에는 대부분이 고향을 떠나 온 청년들”이라고 말했다.


CATL 직원이 늘어난 속도만 봐도 닝더로 몰려든 사람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공시에 따르면 해외지사를 포함한 CATL 전체 직원 수는 2023년 11만여명에서 지난해 18만여명으로, 2년 새 7만명 이상을 고용했다. 회사 관계자는 “CATL 입사한 전 세계 직원들은 매년 닝더에 머무르며 연수를 받는다”고도 전했다.
‘닝더 토박이’ 택시기사 B씨는 “예전엔 외국인을 만날 일이 거의 없었는데 CATL이 성공하고 난 뒤에는 출장 오는 외국인들을 종종 본다”며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거래처 관계자도 태운 적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몇년 사이에 확실히 도시가 눈에 띄게 발전했고,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CATL 고위 관계자 역시 “해외지사를 비롯해 닝더 본사 역시 해외 출신 직원들이 많다”며 “닝더는 작은 도시인데 청년과 외국인의 밀도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실제 수치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CATL을 비롯한 신에너지 산업이 몰린 둥차오(东侨) 경제기술개발구 상주인구는 2010년 4만명 미만에서 최근 16만명 이상으로 4배 넘게 늘었다. 닝더 시가지 면적도 2001년 6㎢에서 2020년 60㎢로 10배가 됐다. 경제 규모도 커졌다. 닝더시 총생산(GDP)은 최근 5년(2021~2025년) 사이에 3151억위안(약 65조원)에서 4252억위안(약 87조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기준 제조업 등을 포함한 2차 산업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6%에 달했다. 대황어를 앞세웠던 농어촌 도시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도시로 변한 것이다.


‘닝더 이주민’이 늘면서 회사가 신경 써야 할 것도 달라졌다. 직원들이 닝더에 정착해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주거와 생활환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넓어졌다. CATL은 외지에서 온 직원들을 위해 대규모 사택을 운영하고 있다. 무료 기숙사뿐 아니라 핵심인재 전용 아파트, 복지주택, 생산직을 위한 맞벌이 부부 기숙사 등 맞춤형으로 세분화했다. 실제로 닝더 시내를 다녀보니 CATL의 이름을 달고 있는 아파트 단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생산기지 인근에선 생산직 채용과 주거를 겸한 아파트도 대규모로 들어섰다.
정착민이 늘자 교육 인프라도 따라 들어섰다. 둥차오 경제기술개발구는 당초 주거·생활 성격이 짙지 않은 공장 위주의 산업단지였으나, 주거단지와 상권이 형성되며 ‘16만명이 사는 도시’로 변모했고 그 안엔 현재 초등학교 7곳과 중학교 5곳이 들어서 있다. CATL 역시 직원의 자녀 교육을 위해 이곳에 초등학교 건립을 지원했다. 산업단지가 아이 키우는 도시가 된 것이다.

CATL은 여기에 더해 미혼 직원의 연애와 결혼까지도 지원한다. 회사가 운영하는 사내 미팅 프로그램인 ‘오작교회(鹊桥会)’를 통해 연애를 희망하는 직원들 간의 만남을 직접 주선하는 식이다. 수십쌍의 사내 커플이 한날한시에 결혼식을 올리는 진풍경도 펼쳐진다. ‘스위트 데이(Sweet Day)’라는 이름의 합동 결혼식이다. 지난해 스위트 데이엔 수십쌍의 사내 신혼부부가 본사 캠퍼스에서 합동 결혼식을 올렸고 총 3500여명의 하객이 참석해 신혼부부를 축하했다.
20대 직원 A씨는 “CATL은 직원의 절반이 20대일 만큼 젊은 회사지만, 닝더에서 회사 밖으로 나가 또래를 만날 기회는 많지 않은 실정 때문”이라며 “회사는 사내 연애로 인한 생산성 저하를 우려하기보단 직원들이 가정을 이루고 닝더에 정착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컬기업, 지역경제 판 바꾼다] ① 줄 서는 로컬의 비밀, 희소성으로 상권·일자리 키운다
- 이란 ‘경제 고립’ 나선 트럼프… 최대 난관은 中
- [사이언스샷] 도시의 수양버들, 대기오염 부른다
- [단독] 서울시·강남구, ‘1700억 PF 디폴트’ 대치 에델루이 조합 합동점검
- [르포] 어촌에 공장 들어서자 청년 몰렸다… CATL이 바꾼 닝더
- 지지 정당 따라 주식 수익 갈려…與지지자가 더 벌었다[한국갤럽]
- 오너 주식 매입 늘었지만… “책임경영 신호 그 이상은 아냐”
- [바이오e종목] 탈모 연구에 상한가…바이오벤처 1호 바이오니아, 부침 딛고 반등할까
- ‘다리’로 서고, ‘그물’로 받고, ‘젓가락 팔’로 잡고… 불붙은 美·中 재사용 로켓 경쟁
- 고려한복은 불가, 생활한복은 가능… 고궁 무료입장 기준 또 도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