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5% 넘어도 하반기 시장을 위로 보는 이유

미국 국채금리가 수십 년 만의 고점으로 올라섰다. 중동에서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끝나지 않았다. 인공지능 투자 과잉 논란도 계속된다. 그럼에도 미국 증시는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을 둘러싼 불안 요인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물가와 기업 실적이라는 두 개의 핵심 변수가 오히려 주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은 하반기 미국 증시가 중간중간 조정을 거치더라도 상승 방향 자체는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접근하더라도 과거처럼 무조건 위험 신호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봤다. 금리가 높은 이유가 구조적으로 달라졌고 무엇보다 미국 기업의 이익 증가 속도가 주가 상승 속도를 압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 수석연구위원이 가장 먼저 보는 지표는 물가다. 현재 시장은 여전히 통화정책의 영향권에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전쟁 이후에는 물가가 미국 증시의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됐다. 문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5월부터 이 부분을 주목했다. 당시 발표된 미국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인 PCE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 당시 연방준비제도의 정책금리 수준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정책금리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 실질 정책금리가 낮아진다. 물가 부담이 커지고 금리 불안이 확대되면서 위험자산 선호가 약해질 수 있는 환경이다. 실제로 이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조정에 들어갔다.
상황은 7월 말부터 달라졌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정책금리 3.75%를 밑돌기 시작했다. 물가가 정책금리를 하회하면서 실질 정책금리가 다시 플러스 영역에 들어왔다. 문 수석연구위원은 이를 최근 미국 증시 상승을 설명하는 중요한 변화로 봤다. 물가가 내려가면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설 필요가 줄어든다. 시장이 걱정했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 동시에 위험자산을 피해야 할 이유도 줄어든다. 실제 미국 증시는 8월 초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문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다시 확대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이런 환경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중동 지정학적 위험 자체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경제 제재와 외교적 압박 수준에 머무른다면 증시 방향을 뒤집을 정도의 충격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최근 투자자들을 가장 불안하게 만드는 변수는 미국 장기 국채금리다. 미국 10년물과 30년물 국채금리는 기존 시장이 위험선으로 여겼던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과거에는 미국 10년물 금리 4.5%와 30년물 금리 5%가 증시에 부담을 주는 임계치로 거론됐다. 문제는 이미 이 수준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이다.
문 수석연구위원은 장기 금리의 임계치 자체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10년물 금리가 4.5%를 넘으면 위험하다는 기존 공식이 더는 그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기 금리가 높은 이유부터 달라졌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 각국은 국방비를 확대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도 재정 부담을 높였다. 미국과 이란의 충돌까지 이어졌다. 주요국 정부가 재정을 더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재정 지출이 늘면 정부는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시중에 국채 공급이 늘면 채권 가격은 낮아지고 금리는 올라간다. 금리 상승으로 기존 국채를 보유한 기관투자가의 평가손실이 커지면 채권 매도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 국채 공급 확대와 장기 금리 상승이 서로 영향을 주는 구조다.

중요한 것은 높은 금리 자체보다 금리가 주식시장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다. 이미 미국 증시는 높은 금리를 견디며 상승했다. 문 수석연구위원은 미국 10년물 금리의 새로운 임계치를 5% 정도로 높여 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30년물 역시 기존 5%보다 높은 5.5% 수준까지는 시장이 감내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문 수석연구위원이 미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보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기업 실적이다. 현재 미국 2분기 실적 시즌에서 나타나는 숫자는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6월 말 시장이 예상했던 S&P500 기업의 2분기 주당순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23.1%였다. 실제 실적 발표가 진행되면서 증가율은 50.4% 수준까지 뛰었다. 연간으로 봐도 미국 기업의 이익 증가 속도는 주가 상승 속도보다 빠르다.
S&P500 지수의 연초 이후 상승률은 12% 안팎인데 연간 EPS 증가율 전망치는 30%를 넘는다. 주가가 올랐지만 기업 이익이 그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문 수석연구위원은 이런 숫자를 근거로 미국 증시가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무조건 비싸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실적 개선을 주도하는 분야가 중요하다. 2분기 실적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섹터는 에너지와 커뮤니케이션과 경기소비재다. 이 가운데 한국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한 미국 대형 기술기업 상당수가 커뮤니케이션 섹터에 포함된다. 커뮤니케이션 섹터의 이익 증가율 전망은 6월 말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EPS 증가율 전망은 7% 수준이었다. 현재는 117%까지 뛰었다.
IT 섹터도 마찬가지다. 6월 말 63.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EPS 증가율이 70.4%까지 높아졌다. 시장에서 AI 투자 과잉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정작 해당 산업을 이끌고 있는 기업의 실적은 오히려 예상보다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것이다.
산업의 선행지표도 아직 꺾이지 않았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 증가율은 상승하고 있다. 반도체 가격 역시 연초 하락한 뒤 4월부터 반등하면서 직전 고점을 넘어섰다. 한국의 반도체 수출도 7월까지 17개월 연속 증가했다. AI 산업의 최종 수요와 반도체 가격과 한국의 수출이 동시에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조정만으로 AI 사이클의 종료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여기에 주주환원까지 더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문 수석연구위원은 삼성전자 역시 결국 같은 방향의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AI 사이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실적 성장에 주주환원까지 강화된다면 반도체에 대한 투자 매력도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반기 미국 증시에서 또 하나의 불확실성은 11월 중간선거다. 과거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증시가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S&P500을 기준으로 보면 중간선거가 있는 해에는 평균적으로 고점에서 9%가량 조정을 받았다. 하지만 문 수석연구위원은 올해는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중간선거 해의 조정이 반드시 선거 직전인 10월에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빠르면 연초부터 시작되고 늦어도 2분기부터 시장이 정치적 불확실성을 선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미국 증시는 5월과 6월 이미 상당한 조정을 겪었다. 문 수석연구위원은 이 시기에 시장이 중간선거 불확실성까지 상당 부분 가격에 반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통화정책 환경도 하반기로 갈수록 주식시장에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 고용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별 고용지표는 변동성이 크다. 어떤 달에는 예상보다 강하게 나오고 다른 달에는 급격하게 약해진다. 문 수석연구위원은 개별 월보다 3개월 평균을 통해 추세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 비농업 고용자 수의 3개월 평균은 5만명 감소 수준까지 내려왔다. 과거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췄던 시기의 평균적인 비농업 고용 증가 규모와 비교해도 상당히 약한 수준이다. 미국 고용시장이 식고 있다는 신호다. 고용이 약해지고 물가가 내려가는 상황이라면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이유가 줄어든다.
결국 문 수석연구위원의 하반기 전망은 복잡해 보이는 여러 변수를 한 가지 기준으로 정리한다. 물가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다시 확대되면 유가가 오르고 물가가 다시 상승할 수 있다. 물가가 연준 정책금리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올라가면 금리 불안이 다시 커진다. 위험자산 선호는 약해지고 주식시장 역시 조정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물가가 정책금리 아래에서 안정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어든다. 속도는 느려질 수 있지만 방향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상반기 급등장에서 필요한 것이 빠른 판단이었다면 하반기에는 인내가 더 중요할 수 있다. 금리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을 떠날 필요도 없다. AI 과잉투자라는 말만 듣고 반도체 사이클의 종료를 단정할 필요도 없다. 문 수석연구위원이 하반기 미국 증시의 방향을 여전히 위쪽으로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