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군 시설은 사용 중, 정원엔 아이들 뛰노는데… 용산공원 어디에 집 짓나

김보연 기자 2026. 8. 21. 07: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정부가 서울 용산공원 일부에 청년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들은 당장 집을 지을 수 있는 빈 땅과 거리가 멀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옛 방사청과 군인아파트, 장교숙소 등을 '녹지 기능을 잃은 부지'의 사례로 들며 주택 공급 가능성을 언급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김 장관과 면담한 뒤 "용산공원은 전체가 군인들이 사용하던 부지여서 녹지가 아니고 콘크리트로 포장되거나 어떤 용도로든 쓰이던 곳"이라며 "마치 지금 녹지나 숲이 조성된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옛 방사청과 군인아파트는 본체부지 밖에 있었지만 2021년 용산공원 조성지구에 추가로 편입됐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옛 방사청엔 군 시설
군인아파트는 장기 통제
어린이정원·장교숙소는 시민 쉼터
정부, 주택 공급 대상지·규모 미정
법 개정·군 이전·토양 정화 난제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용산어린이정원의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 용산공원 일부에 청년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들은 당장 집을 지을 수 있는 빈 땅과 거리가 멀었다. 옛 방위사업청 부지에는 군 시설이 운영 중이고 군인아파트는 여러 부처가 토지를 나눠 소유하고 있었다. 반면 용산어린이정원과 장교숙소 5단지는 이미 시민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 정부는 대상지와 공급 규모도 정하지 못한 데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군 시설 이전과 법·계획 변경, 토양 정화까지 거쳐야 한다.

20일 오전 9시 서울 지하철 숙대입구역에서 내려 용산고 정문을 지나 두텁바위로를 따라 10분가량 걸었다. 인적이 드문 오르막길 끝에는 높은 담벼락으로 둘러싸인 옛 방사청 부지(약 9만5000㎡)가 나타났다. 정부가 청년주택 공급을 검토하는 용산공원 부지 중 하나로 거론한 곳이지만, 현장에서는 공원이라는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담벼락 너머로 페인트가 벗겨진 건물 여러 채가 줄지어 보였다. 일부 건물에는 ‘국방홍보원’과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 현판이 걸려 있었다. 길 끝에는 국군복지단 본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군 관계자는 “현재 군 시설로 사용하고 있으며 일반인에게 공개된 곳은 해병대기념관뿐”이라며 “관람하려면 사전에 신청해야 한다”고 했다.

옛 방사청과 맞붙은 군인아파트 부지 약 4만5000㎡의 모습은 또 달랐다. 철제 울타리 안쪽에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노후 아파트가 남아 있었다. 출입은 통제돼 있었고, 넓은 테라스를 갖춘 건물 외벽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20일 오전 9시 방문한 서울 용산구 두텁바위로 옛 방위사업청 부지. 담벼락 너머에 있는 건물 외벽엔 '국방홍보원'이라고 적혀 있다. /김보연 기자

◇ 옛 방사청 내 군 시설 이전부터 난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9일 옛 방사청과 군인아파트, 장교숙소 등을 ‘녹지 기능을 잃은 부지’의 사례로 들며 주택 공급 가능성을 언급했다. 옛 방사청과 군인아파트는 애초 미군기지 본체 밖에 있었지만 2021년 용산공원 조성지구에 추가로 편입됐다. 당시 정부는 두 부지를 남산과 용산공원을 잇는 녹지축으로 조성하고,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은 남겨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장에는 공원 대신 군 업무시설과 사용하지 않는 아파트가 남아 있었다.

옛 방사청을 주택용지로 활용하려면 현재 입주한 군 기관부터 옮겨야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 산하 여러 기관이 부지를 사용하고 있다”며 “주택 공급과 관련해서는 관계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부지에는 옛 해병대사령부 본관과 해병대 초대교회, 방공호 등 보존 가치가 있는 군사시설도 남아 있다.

군인아파트 부지는 국토부와 재정경제부, 국방부가 토지를 나눠 소유하고 있다. 주택을 공급하려면 소유권을 정리하고 기존 건축물 처리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옛 방사청과 군인아파트 모두 당장 빈 땅에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상태는 아닌 셈이다.

그래픽=정서희

◇ 어린이정원·장교숙소는 이미 시민 쉼터

신용산역 인근 용산어린이정원의 분위기는 달랐다. 이날 오전 10시쯤 정원 곳곳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단체 견학을 온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잔디마당을 뛰어다니거나 체험장과 전시관, 교육관을 이용했다. 미군 장군 숙소로 쓰이던 건물들은 외관을 보존한 채 내부를 리모델링해 활용하고 있었다.

한강로3가에 사는 김모(60대)씨는 “돌 지난 손녀와 딸이 함께 산책하기 위해 자주 온다”며 “공원이 워낙 넓어 주말에도 붐비지 않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 유치원 교사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어 자주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약 30만㎡ 규모의 용산어린이정원은 그동안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후보지로 거론돼왔다. 서울숲 약 48만㎡보다는 작지만 여의도공원 약 23만㎡보다 넓다.

서빙고역 인근 장교 숙소 5단지도 시민에게 개방돼 있다. 약 4만9000㎡ 부지에 주택 16개 동 등 총 18개 동이 들어서 있다. 일부 건물은 어린이도서관과 전시관, 쉼터 등 가족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20일 오전 방문한 용산어린이정원 내 건물. 미군 장군 숙소였던 이 건물은 현재는 홍보관으로 사용 중이다. /김보연 기자

김 장관은 기존 건축물이 들어선 장교 숙소 등을 녹지 훼손지 예시로 제시했다. 반면 서울시는 건축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원 기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군사시설이 있던 땅을 녹지로 복원해 국가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용산공원 특별법의 취지라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김 장관과 면담한 뒤 “용산공원은 전체가 군인들이 사용하던 부지여서 녹지가 아니고 콘크리트로 포장되거나 어떤 용도로든 쓰이던 곳”이라며 “마치 지금 녹지나 숲이 조성된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서울숲처럼 앞으로 녹지를 조성해 국가정원을 만들자는 것이 특별법의 취지”라고 했다.

김 장관과 오 시장은 이날 면담에서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오 시장은 “주택용지로 전환할 부분을 여러 차례 물었지만 국토부가 끝내 특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정부가 장교 숙소와 군인 아파트, 옛 방사청 등을 예로 들었지만 실제 개발 대상과 면적, 공급 규모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측은 다음 주 다시 만나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20일 오전 용산어린이정원으로 단체 견학을 온 어린이들. /김보연 기자

◇ 후보지도 못 정했는데 법 개정·토양 정화 난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은 미군기지 본체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공원 외 목적으로 용도를 바꾸거나 매각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용산어린이정원과 장교숙소 5단지는 본체부지에 속한다. 옛 방사청과 군인아파트는 본체부지 밖에 있었지만 2021년 용산공원 조성지구에 추가로 편입됐다.

본체부지에 주택을 지으려면 특별법 개정이 필요하다. 옛 방사청과 군인아파트도 공원조성지구에서 제외하고 종합기본계획을 바꾸는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20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유보된 특별법 개정안은 반환된 부지부터 공원조성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본체부지의 주택 건설을 허용하는 법안은 아니다. 정부와 여당은 공원 일부를 주택용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예외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서울 용산구 장교숙소 5단지 모습. /뉴스1

후보지가 확정되더라도 토양오염 조사와 정화가 필요할 수 있다. 오염 정도와 정화 기간은 부지별 사용 이력에 따라 달라진다. 미군이 사용한 어린이정원과 장교숙소 부지는 환경조사와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 우리 군이 사용한 옛 방사청과 군인아파트도 개발에 앞서 오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용산공원 주변 복합개발 부지인 캠프킴은 2020년 미군으로부터 반환된 지 약 6년이 지났지만 정화가 끝나지 않았다. 유엔사 부지도 정화를 마친 뒤 추가 오염이 발견돼 작업을 반복했다. 대상지 선정부터 오염 조사, 정화 설계·공사와 안전성 검증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장윤영 광운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밀조사와 설계, 정화, 안전성 검증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주택 공급을 서두르더라도 오염토 처리 방식과 관련 제도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한 환경 전문가는 “대상지에 따라 토양 정화에만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들 수 있다”며 “법 개정과 군 시설 이전까지 고려하면 실제 착공까지 10년 이상 걸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