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딸이 3년만 애 봐달라는데, 집 팔고 가란말예요?" 답답한 황혼엄빠들 [세금전쟁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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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내놓은 8·3 세제개편안은 [부동산발 세금전쟁]으로 번졌습니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양육 환경을 개선하고 장애인이 익숙한 생활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세제 지원에 나서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이런 돌봄 때문에 자기 집을 떠난 1주택자를 비거주자로 규정하고 세금 부담을 안기자 '이율배반적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6세 배모씨는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뒤 입법예고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 자신의 상황을 알리며 "손주 돌봄도 실거주 인정 사유로 감안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부가 출산·양육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개편안에 세제 지원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작 손주를 돌보기 위해 거주지를 옮긴 조부모는 부동산 세제의 명시적인 비거주 예외사유에서 빠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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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살던 집 전세 주고, 맞벌이 자녀 동네로 이사했더니 '비거주'
출산·양육 부담 완화해주겠다는 정부 정책, 세법 개정안과 괴리

[파이낸셜뉴스] "국가적 과제인 돌봄·저출생 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있다면 손주 양육을 위한 이주도 근무·질병·취학에 준하는 정당한 비거주 예외 사유로 인정해 주십시오."
정부가 지난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내놓은 뒤 비거주 1주택과 관련해 올라온 민원 내용이다.
이번 개편에서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의 장기보유 혜택을 '실거주' 중심으로 바꿨다. 다만 취학과 직장 변경, 질병 치료, 고령 부모 봉양 등 불가피한 비거주에는 예외를 두기로 했다.
세금과 함께 문제가 된 건 정부가 제시한 예외의 유형보다 비거주를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된 1주택자의 이유가 훨씬 다양하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인 게 손주를 돌보려고 자녀 집 근처로 옮긴 고령자였다. 노부모와 장애 형제에게 자신의 집을 내주고 인근에서 돌보려다 세금 폭탄을 맞게 된 사례도 눈길을 끌었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양육 환경을 개선하고 장애인이 익숙한 생활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세제 지원에 나서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이런 돌봄 때문에 자기 집을 떠난 1주택자를 비거주자로 규정하고 세금 부담을 안기자 '이율배반적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6세 배모씨는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뒤 입법예고된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에 자신의 상황을 알리며 "손주 돌봄도 실거주 인정 사유로 감안해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에 자기 집 한 채를 20년 넘게 보유하고 있는 배씨는 맞벌이 아들 부부의 '양육 SOS'를 받은 뒤 생활이 달라졌다. 아들의 집이 있는 경기 용인으로 내려간 배씨는 처음에는 아들 부부와 함께 살며 손주 2명을 돌봤고 지금은 아들 집에서 500m 떨어진 곳에서 살며 손주 돌봄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두 살 손주와 곧 태어날 둘째 손주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아파트를 전세 주고 아들이 사는 아파트 옆 동으로 이사했다는 사연도 있다. 이 민원인은 "보수 없이 황혼육아를 하는 노부모가 세금을 부담해야 하느냐"며 개편안에 변화를 요청했다.
이들의 호소를 일부 가정의 문제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25년 발간한 'KICCE 소비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영유아 가운데 개별돌봄서비스를 하나 이상 이용한 비율은 11.9%였다. 특히 일시적인 개별돌봄 제공자 가운데 조부모 비중은 조사 기간 내내 60%를 웃돌 정도로 가장 높았다.
이를 반영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조부모의 손자녀 돌봄에 현금성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조부모 등 4촌 이내 친인척이 영아를 월 40시간 이상 돌보면 1명 기준 월 30만원을 지급하고, 경기도는 올해 26개 시·군으로 지역을 확대해 친인척은 물론 이웃 주민의 돌봄까지 같은 수준으로 지원 중이다.
조부모가 맞벌이 가정의 사실상 '비공식 돌봄'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 손주를 돌보기 위해 인근으로 거처를 옮기는 상황을 이번 개편안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제의 충돌은 장애인 가족에서도 나타난다.
이모씨는 70세가 넘은 아버지와 지체장애인 남동생에게 자신이 소유한 주택을 내주고 본인은 인근 임차 주택에서 생활하며 가족을 돌보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 동생에게는 복지관과 치료기관 등 익숙한 생활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고령의 아버지 역시 임차주택을 반복해 옮기는 것이 부담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투자나 조세회피 목적으로 해당 주택에 살지 않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고령 부모와 장애 가족의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 소유자가 자신의 거주를 양보한 경우"라고 강조했다.
정부안에 제시된 비거주 예외규정에는 '60세 이상 직계존속 동거봉양을 위한 합가'가 포함돼 있지만 이씨의 사례는 명확히 들어 맞지 않는다. 부모와 한 집에 합가한 게 아닌 데다 동생은 직계존속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책 간 간극은 같은 세제개편안에서도 드러난다. 정부는 이번 개편에서 출산지원금의 근로소득세 비과세 인정기간을 기존 '자녀 출생 후 2년 이내'에서 임신일부터 출생 후 2년까지로 확대했다.
개정 이유는 '출산·양육 부담 완화'였다.
정부가 출산·양육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개편안에 세제 지원 정책을 내놓으면서 정작 손주를 돌보기 위해 거주지를 옮긴 조부모는 부동산 세제의 명시적인 비거주 예외사유에서 빠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장애인 지원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장애인 등이 증여받은 재산을 신탁할 경우 증여세 과세가액에서 제외하는 한도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확대하면서 '장애인 등 취약계층 지원 확대'를 개정 이유로 제시했다.
반면 부동산 세제에서는 가족이 자신의 집을 내줘 장애인의 기존 생활권을 유지하도록 돕는 사례가 명확한 예외에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 개편안 안에서도 복지와 부동산 세제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주나 장애인 돌봄 등을 예외규정에 넣더라도 문제는 있다. 비거주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는 기간이 최장 3년으로 제한돼 있다는 점이다. 손주의 육아나 고령 부모·장애 가족 돌봄의 종료 시점은 예측하기 어려워 현실과 맞지 않을 수 있다.
비거주 1주택에 대한 비판과 함께 예외규정에 포함시켜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세무법인 송우의 천경욱 대표세무사는 "투기 목적이 아니라 개인의 불가피한 사정에 따른 비거주를 위한 특례가 있더라도 각자의 사정을 모두 규정에 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법·공무행정학과 교수는 "예외 요구를 계속 받아주면 결국 비거주자에게 과세하겠다는 정책의 효과 자체가 사라진다. 예외가 너무 많아지면 정책을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짚으며 '도관 효과'를 설명했다.
특정 지역의 집값이 오르면 그 부담이 다른 지역으로 흘러가는 통로가 생기는데, 예외를 폭넓게 인정하면 그 통로를 끊겠다는 정책 목적이 무력해진다는 게 도관 효과다.
y27k@fnnews.com 서윤경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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