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폐기’서 ‘관리’로… 트럼프, 美의 30년 비핵화 기조 흔들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북한의 구체적인 핵무기 보유량을 언급하면서도, 비핵화에 대해선 답을 피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1차 북핵 위기가 터진 1993년부터 30년 넘게 미국이 유지해 온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 방침을 재확인하는 대신 북한과의 향후 협상 등을 감안해 전략적 모호성으로 선회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도 미국이 그간 북한의 정확한 핵무기 보유량을 공개하지 않아 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숫자 제시는 이례적이라고 진단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北 핵무기 보유 사실상 인정… 완전한 핵폐기 대신 ‘동결-감축’ 부상
韓 겨냥 단거리 핵미사일 제쳐두고… 美본토 위협 ICBM부터 협상할수도
한미훈련 추가 축소 등도 배제 못해

특히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이에 대한 대응도 ‘완전한 폐기’ 대신 이미 구축된 핵전력을 동결·감축하는 ‘위협 관리’에 무게중심을 둘 것임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의 핵 보유가 현실이고 이를 되돌리기 어려운 만큼, 향후 협상 과정에서 최대한 미국에 대한 위협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고 핵무장을 막았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그것들을 갖고 있다(he’s got them)”고 재차 강조했다.
과거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한 건 문제지만, 현재 북한이 강한 핵전력을 이미 갖추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로이터통신도 미국이 그간 북한의 정확한 핵무기 보유량을 공개하지 않아 온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숫자 제시는 이례적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핵무기 숫자를 특정하는 것 자체가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거나, 핵보유국 지위를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7년 새 크게 달라진 북한의 핵 능력과 맞물려 있을 가능성이 있다. 2019년 북-미 협상 결렬 이후 북한은 핵물질 생산 능력을 확대했다. 또 핵탄두와 투발 수단을 계속 고도화해 왔다. 이를 통해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단·중거리 미사일부터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핵전력의 범위도 넓어졌다. 결국 북한의 핵전력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는 과거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가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자신의 재집권 뒤 “위협적이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9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이 기간(트럼프 재집권 뒤) 중 북한이 핵실험과 ICBM 시험을 하지 않은 점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것 자체를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평가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이런 인식이 실제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핵·ICBM 시험 중단이나 핵물질 생산 동결 등을 통해 핵전력이 더 늘어나는 것을 막고, 이후 기존 핵탄두와 미사일 감축을 논의하는 접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美는 ICBM, 韓은 단거리 핵위협… 협상 우선순위 변수
이처럼 북한 핵전력 제한에 초점을 맞춘 협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논의 대상과 우선순위를 놓고 한미 간 이해가 엇갈릴 수도 있다. 미국에는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이 직접적인 위협인 반면 한국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전술핵이 더욱 큰 위협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ICBM 시험과 배치 제한 등 본토 위협 감소를 우선적인 협상 의제로 다룰 경우 합의 범위에 따라 한국을 겨냥한 북한의 단거리 핵·미사일 전력 등은 적극적으로 제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한미 연합연습 축소를 지시한 점도 한국에는 민감한 대목이다. 한미는 당초 11일간 진행할 예정이던 을지프리덤실드(UFS)를 5일만 실시하기로 했고, 일부 야외기동훈련도 축소했다. 미 전쟁부(국방부)는 필수적인 대비 태세와 훈련 목표는 유지된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축소된 훈련마저 여전히 도발적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향후 북-미 ‘톱다운 외교’ 등이 재개되는 과정에서 연합연습 추가 조정이나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문제 같은 사안도 협상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북한이 핵·미사일 동결 등의 대가로 이를 요구할 경우 북한 핵전력은 충분히 감축되지 않은 채 이를 억제하기 위한 동맹의 군사적 수단부터 조정될 수도 있다.
이는 미국의 확장억제(핵 우산)에 대한 신뢰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유사시 미국이 자국에 대한 핵공격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을 방어할 것인지에 대한 이른바 ‘디커플링(decoupling·동맹 분리)’ 우려 역시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靑, 대법관 제청에 “협의 건너뛴 헌정사 초유의 일방통보”
- 조경태·진종오 차기 공천 배제…국힘 4명 ‘당원권 정지’ 징계
- ‘김민석 vs 친청 3인’ 벌써부터 삐걱…“지명직 협의 안해” 공세
- “김민석의 입단속 경고, 최민희 돌려까기 한 느낌”[법정모독 업앤다운]
- 유흥업소 접대받고 ‘양정원 수사무마’…강남경찰서 팀장 기소
- 아이언맨 뺨친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수입 1억달러 넘을 듯
- ‘한푸’ 입고 경복궁 활보한 中인플루언서…“외국인들 한복 오해 우려”
- [사설]‘비핵화’ 얼버무린 트럼프, ‘고작 훈련 축소냐’는 김정은
- 김여정 “트럼프 한마디에 전쟁놀이 빈껍데기…허수아비의 숙명”
- ‘검찰→중수청’ 택한 검사·수사관 2375명…정원 82.6% 채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