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만들었다는 반도체 노광장비, 어느 정도 수준이길래...

이윤주 2026. 8. 21.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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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이 정치와 외교를 움직이고 평범한 일상을 바꿔 놓는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로 최선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중국이 한 세대 전 기술인 액침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김 교수는 "중국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장비 개발에 성공했지만, 실제 기술 수준을 판단하려면 구체적 사양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노광장비 추격전은 이제 '작동하느냐'를 넘어 '반도체 양산에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느냐'를 검증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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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퍼에 회로 그리는 노광 장비
최선단보다 한 세대 전 버전 개발
20년 된 기술이지만 지금도 핵심
반도체 양산에 기여하느냐가 중요
편집자주
우주,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이 정치와 외교를 움직이고 평범한 일상을 바꿔 놓는다. 기술이 패권이 되고 상식이 되는 시대다. 한국일보는 최신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의 숨은 의미를 찾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테크 인사이트(Tech Insight)'를 격주 금요일 연재한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로 최선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중국이 한 세대 전 기술인 액침형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약 20년 전 상용화했지만 지금도 반도체 생산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핵심 장비다. 실제 양산 가능한 수준이 된다면 중국 반도체 자립에 적잖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노광은 웨이퍼에 빛(EUV, DUV)을 쏴 회로 패턴을 옮기는 반도체 핵심 공정이다. 장비는 크게 건식 DUV→액침형 DUV→EUV 순으로 발전했다. 건식과 액침형 DUV는 불화아르곤 레이저로 만든 파장 193나노미터(㎚)의 빛을, EUV는 주석 플라스마에서 발생하는 13.5㎚ 빛을 사용한다. 빛의 파장이 짧을수록 촘촘한 패턴을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어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리기 유리하다. 건식은 2001년, 액침형은 2006년, EUV는 2019년 상용화했다.


더 가는 회로 그리는 비결은 물

DUV와 EUV 공정 차이를 비교한 개념도. DUV는 빛을 렌즈로 모은 뒤 회로 패턴이 새겨진 투과형 마스크를 통과시켜 웨이퍼에 전달한다(왼쪽 열). 파장이 훨씬 짧은 EUV는 빛이 공기나 일반 렌즈에 쉽게 흡수되기 때문에 장비 내부를 진공으로 만들고 특수 거울을 여러 차례 반사시키는 방식으로 빛을 전달한다(오른쪽 열).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같은 DUV를 쓰면서도 액침형 장비가 건식보다 미세한 패턴을 구현하는 비결은 물이다. 렌즈와 웨이퍼 사이에 공기 대신 초순수를 채워 빛을 더 넓은 각도로 모으는 방식이다. 김성수 서울대 재료공학부 객원교수는 "공기보다 굴절률이 높은 물을 넣으면 허용되는 회절각이 커져 해상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빛을 얼마나 넓은 각도에서 받아 모으는지를 나타내는 개구수(NA)를 높여 같은 파장에서도 더 작은 패턴을 구분한다.

개발의 난도는 여기서 높아진다. 김 교수는 "(반도체를 대량 양산하려면) 웨이퍼가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물이 빈 공간 없이 렌즈 밑을 흘러야 한다"며 "공기가 침투해 기포가 생기거나 오염이 발생하면 모두 결함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액침형 DUV를 실험실에서) 운영해본 것과 양산 가능성을 갖추는 건 천지차이"라고 했다. 네덜란드 업체 ASML의 액침형 DUV는 시간당 웨이퍼 약 300장에 회로를 그린다.

DUV로 더 미세한 공정을 구현할 때는 멀티패터닝 기술을 활용한다. 한 번에 만들기 어려운 촘촘한 회로를 여러 차례 나눠 찍는 방식이다. 중국 파운드리 SMIC 역시 수출통제 전 확보한 ASML의 액침형 DUV에 멀티패터닝을 써서 EUV 없이 7㎚급 공정을 구현했다.

같은 패턴을 4개의 마스크로 그리는 DUV의 멀티패터닝 공정(왼쪽)과 한 개의 마스크로 회로를 그린 EUV 공정을 비교한 개념도.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

문제는 노광 횟수가 늘수록 현상, 식각, 박막 형성, 계측 공정까지 함께 는다는 점이다. 시간과 비용이 커질 뿐 아니라 앞서 만든 패턴 위에 다음 패턴을 얼마나 정확히 포개느냐에 따라 수율(정상 제품의 비중)이 달라진다.

이런 한계를 줄이기 위해 등장한 것이 EUV 장비다. 파장이 더 짧으니 DUV에서 여러 차례 나눠 그린 미세 패턴을 더 적은 작업으로 구현할 수 있다. 다만 EUV가 만드는 짧은 파장의 빛은 공기와 일반 렌즈에 흡수되기 때문에 장비 내부를 진공으로 만들고 특수 반사거울과 복잡한 광원 시스템을 써야 한다. 상용 EUV 노광장비를 ASML이 사실상 독점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중국 장비 성적 판가름할 기준은

2024년 4월 19일 미국 오리건주 힐즈버러의 인텔 공장 직원들이 네덜란드 ASML에서 도입한 EUV 노광 장비로 일하고 있다. 힐즈버러=로이터 연합뉴스

그렇다고 DUV가 낡은 장비가 된 것은 아니다. 최첨단 반도체도 가장 미세한 핵심층에는 EUV를 사용하지만, 나머지 많은 층은 여전히 DUV로 처리한다. 중국이 액침형 DUV 국산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 상하이 아이성나전자기술은 최근 중국산 액침형 DUV 생산에 들어갔다.

중국이 자체 DUV 장비를 개발한 건 처음이 아니다. 과거 공개한 DUV 장비는 한 번의 노광으로 구분할 수 있는 최소 패턴 크기를 나타내는 해상도가 63~65㎚ 수준, 앞서 찍은 회로와 다음 회로를 겹칠 때 발생하는 정렬 오차를 뜻하는 오버레이가 8㎚ 이하로 알려졌다. 해상도와 오버레이 모두 작을수록 더 미세하고 정밀한 노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건식 DUV 노광 장비(왼쪽)와 액침형 DUV 노광 장비의 차이를 설명한 개념도. 액침형은 웨이퍼와 렌즈 사이에 물을 흐르게 해서 빛의 해상도를 높인다. 그래픽=이윤주 기자·챗GPT

이번에 중국이 생산에 들어간 장비는 액침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기존 장비보다 한 단계 발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ASML의 액침형 DUV도 물을 이용해 해상도 38~40㎚, 오버레이 1㎚ 이하로 성능을 끌어올렸다. 이번 아이성나 새 장비의 구체적인 사양은 아직 공개되지 않아 중국이 성능을 얼마나 향상시켰는지는 알 수 없다.

김 교수는 "중국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장비 개발에 성공했지만, 실제 기술 수준을 판단하려면 구체적 사양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장과 NA가 같아도 렌즈의 수차와 가공 정밀도 등이 해상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시간당 웨이퍼 처리량과 수율, 장시간 가동 안정성까지 갖춰야 실제 양산 장비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생산에 기여 2028년 이후"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사 ASML이 생산하는 건식 DUV(왼쪽), 액침형 DUV의 실물.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액침형은 렌즈와 웨이퍼 사이 물을 흐르게 해 최소 선폭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ASML 홈페이지

시장은 당장의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중국의 장비 국산화가 '제한적 생산 단계'에 진입했지만 처리량과 정확도, 수율, 장기 가동 안정성에서 ASML과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중국의 생산 목표가 올해 5대, 내년 20대로 ASML의 지난해 출하량(131대)의 15%에 그친다며 장비 설치와 고객사 인증, 수율 안정화를 감안하면 실제 생산능력 확대에 의미 있게 기여하는 시점은 빨라도 2028년 이후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액침형 DUV가 양산 검증을 통과한다면 수출통제로 막힌 핵심 노광장비를 중국이 자체 공급망으로 대체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중국의 노광장비 추격전은 이제 '작동하느냐'를 넘어 '반도체 양산에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느냐'를 검증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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