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사 잠정합의…"적자 나면 임금 3% 이연"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 지급 방식을 보완하고 적자 시 위기 극복 방안까지 담은 2026년 단체교섭안에 잠정 합의했다. 외부의 중재나 제도에 기대지 않고 노사가 자체적으로 해법을 마련했다는 점이 이번 합의의 특징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는 긴급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잠정합의안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했다.

합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노사가 위기 극복 동참 원칙을 합의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적자가 발생할 경우 임금의 3% 이내에서 지급을 이연하되, 고용안정 대책 등 위기 극복 방안을 함께 합의한 뒤 시행하기로 했다. 회사는 경영이 정상화되면 이연분을 즉시 회복해 지급한다.

최대 쟁점이던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방식은 오랜 논의 끝에 절충안이 마련됐다. 당해 지급분은 현금 40%와 주식 40%로 나누고, 나머지 20%는 1년 후와 2년 후 각각 10%씩 주식으로 이연 지급한다. 당해 지급분 주식은 해당 연도에 매도할 수 있고, 이연 지급분은 1년 후와 2년 후 각각 매도가 가능하다. 이연 지급분은 지급 당해에 '주식 수'와 '이연 금액' 가운데 하나를 확정하도록 했다.
SK하이닉스는 전체 성과급의 60%를 주식 지급의 기준으로 삼되, 주식 규모와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구성원에게 선택권을 부여해 희망하는 경우 100%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행 첫해에는 구성원의 자금 운용 계획을 고려해 사유가 있는 구성원에게는 현금 선택도 가능하도록 했다.
주가 변동에 대비한 장치도 마련됐다. 주식 수는 연간 잠정 실적 공시일 종가와 PS 현금 지급일 종가, 주식 지급일 종가 등 세 시점 가운데 가장 낮은 종가를 적용해 산정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현금 보상 중심의 구조를 넘어 구성원과 회사, 주주가 장기 성장의 방향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밝혔다.

임금은 직무급과 경력급을 합쳐 6.3% 인상된다. 경력급을 포함한 평균 인상액은 31만1165원이며, 직무급은 정액과 정률을 5대 5로 적용한다.
구성원의 자율적 참여에 기반한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새로 추진한다. 구성원이 성과급 일부를 기부하면 회사가 동일 금액을 출연하는 1대1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으로, 참여 여부는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복지 부문에서도 폭넓은 합의가 이뤄졌다. 교대근무수당은 21만원에서 26만원으로 오르며 통상임금에 산입된다. 사내 복지포인트 '하이웰'은 240만 포인트에서 360만 포인트로 확대되고, 기존 연금은 본인과 회사가 각각 20만원씩 부담해 최대 40만원까지 늘어난다. 주택자금 대출 한도는 1억원에서 기혼자 기준 2억원으로 확대된다.
휴가 제도는 기존 야간케어휴가가 교대케어휴가로 바뀌어 연간 10일을 반기별 5일씩 부여하며, 장기근속휴가는 5년 단위 1회, 10년 단위 2회 분할이 가능해진다. 경조 지원도 확대돼 고모·이모·외삼촌에 대한 30만원 지원과 휴가 2일이 신설되고, 사망 지원금은 본인 기준 3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 밖에 SL3·SL4 승진률을 현재 40%에서 올해 45%, 내년 50%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식단가는 운영비를 포함해 7000원 수준에서 8229원 수준으로 상향한다. 정년퇴직자에게는 퇴직 연도 성과급의 50%를 현금으로 지급하며, 복지관과 중앙식당, 체육관은 전체 리모델링을 진행한다.
절충안이 마련됐지만 구성원 반발이 완전히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노조 내부에서는 여전히 PS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남아 있고, 지난해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성과급 체계를 1년 만에 다시 교섭 대상에 올린 것 자체에 대한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기존 노조의 임단협 대응에 반발한 구성원들이 결집해 지난 13일 출범한 통합노조가 변수로 남아 있다. 통합노조는 조합원 3000명 돌파를 앞두고 있으며, 성과급 문제를 임단협에서 분리해 향후 10년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한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가 절충안에 대한 구성원들의 실제 평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