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노사 잠정합의…"적자 나면 임금 3% 이연"

양정민 기자 2026. 8. 2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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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6.3% 인상·성과급 주식 60%…구성원 희망 시 100%까지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 지급 방식을 보완하고 적자 시 위기 극복 방안까지 담은 2026년 단체교섭안에 잠정 합의했다. 외부의 중재나 제도에 기대지 않고 노사가 자체적으로 해법을 마련했다는 점이 이번 합의의 특징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는 긴급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잠정합의안을 조합원들에게 설명했다.

노사는 지난 18일 이천캠퍼스에서 대표자 교섭을 열어 이튿날 새벽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잠정 합의에 도달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과 구성원들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타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첫 줄 일곱 번째부터 최재원 SK스퀘어 수석부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최태원 SK그룹 회장, 고승범 SK하이닉스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유정준 SK(주) 미주총괄 부회장) 사진제공=SK하이닉스 뉴스룸·© Nasdaq, Inc. 2026

합의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노사가 위기 극복 동참 원칙을 합의문에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는 점이다. 적자가 발생할 경우 임금의 3% 이내에서 지급을 이연하되, 고용안정 대책 등 위기 극복 방안을 함께 합의한 뒤 시행하기로 했다. 회사는 경영이 정상화되면 이연분을 즉시 회복해 지급한다.

이는 성과 배분에 한정됐던 기존 논의를 위기 상황까지 확장한 것으로, 성과와 위기를 함께 나누는 방향에 노사가 뜻을 모았다는 의미가 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과거에도 자발적 무급휴직을 시행하고, 2023년 반도체 다운턴 당시 임금의 일정 부분을 이연해 위기 극복에 우선 투입한 뒤 흑자 전환이 확인되자마자 지급한 전례가 있다. 회사는 이번 합의를 두고 어려운 시기마다 상호 신뢰와 협력으로 위기를 넘어온 전통을 계승하며 SK하이닉스 고유의 '위기극복 DNA'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했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연합뉴스

최대 쟁점이던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방식은 오랜 논의 끝에 절충안이 마련됐다. 당해 지급분은 현금 40%와 주식 40%로 나누고, 나머지 20%는 1년 후와 2년 후 각각 10%씩 주식으로 이연 지급한다. 당해 지급분 주식은 해당 연도에 매도할 수 있고, 이연 지급분은 1년 후와 2년 후 각각 매도가 가능하다. 이연 지급분은 지급 당해에 '주식 수'와 '이연 금액' 가운데 하나를 확정하도록 했다.

SK하이닉스는 전체 성과급의 60%를 주식 지급의 기준으로 삼되, 주식 규모와 지급 방식에 대해서는 구성원에게 선택권을 부여해 희망하는 경우 100%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행 첫해에는 구성원의 자금 운용 계획을 고려해 사유가 있는 구성원에게는 현금 선택도 가능하도록 했다.

주가 변동에 대비한 장치도 마련됐다. 주식 수는 연간 잠정 실적 공시일 종가와 PS 현금 지급일 종가, 주식 지급일 종가 등 세 시점 가운데 가장 낮은 종가를 적용해 산정한다. 회사는 이를 통해 현금 보상 중심의 구조를 넘어 구성원과 회사, 주주가 장기 성장의 방향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고 밝혔다.

앞서 사측은 PS의 절반 이상을 주식으로 의무 지급하고 수년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구성원들 사이에서 주가 변동에 따라 실제 보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며 반발이 컸다.
SK하이닉스. 사진=양정민 이코노믹리뷰 기자

임금은 직무급과 경력급을 합쳐 6.3% 인상된다. 경력급을 포함한 평균 인상액은 31만1165원이며, 직무급은 정액과 정률을 5대 5로 적용한다.

구성원의 자율적 참여에 기반한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새로 추진한다. 구성원이 성과급 일부를 기부하면 회사가 동일 금액을 출연하는 1대1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으로, 참여 여부는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복지 부문에서도 폭넓은 합의가 이뤄졌다. 교대근무수당은 21만원에서 26만원으로 오르며 통상임금에 산입된다. 사내 복지포인트 '하이웰'은 240만 포인트에서 360만 포인트로 확대되고, 기존 연금은 본인과 회사가 각각 20만원씩 부담해 최대 40만원까지 늘어난다. 주택자금 대출 한도는 1억원에서 기혼자 기준 2억원으로 확대된다.

휴가 제도는 기존 야간케어휴가가 교대케어휴가로 바뀌어 연간 10일을 반기별 5일씩 부여하며, 장기근속휴가는 5년 단위 1회, 10년 단위 2회 분할이 가능해진다. 경조 지원도 확대돼 고모·이모·외삼촌에 대한 30만원 지원과 휴가 2일이 신설되고, 사망 지원금은 본인 기준 3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 밖에 SL3·SL4 승진률을 현재 40%에서 올해 45%, 내년 50%로 단계적으로 높이고, 식단가는 운영비를 포함해 7000원 수준에서 8229원 수준으로 상향한다. 정년퇴직자에게는 퇴직 연도 성과급의 50%를 현금으로 지급하며, 복지관과 중앙식당, 체육관은 전체 리모델링을 진행한다.

절충안이 마련됐지만 구성원 반발이 완전히 가라앉을지는 미지수다. 노조 내부에서는 여전히 PS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남아 있고, 지난해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성과급 체계를 1년 만에 다시 교섭 대상에 올린 것 자체에 대한 불만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기존 노조의 임단협 대응에 반발한 구성원들이 결집해 지난 13일 출범한 통합노조가 변수로 남아 있다. 통합노조는 조합원 3000명 돌파를 앞두고 있으며, 성과급 문제를 임단협에서 분리해 향후 10년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에 대한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가 절충안에 대한 구성원들의 실제 평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