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68> 부산 송도해수욕장 사진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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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면 부산 해수욕장마다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려든다.
엽서 하단에는 '부산교외송도해수욕장(釜山郊外松島海水浴場)'과 '부산부 발행(釜山府發行)'이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다.
부산이 임시수도였던 시절, 피란민들에게 송도는 전쟁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해방구가 되었다.
올여름 송도 백사장을 밟을 때, 우리가 누리는 이 '당연한 여름' 뒤에 겹겹이 쌓인 백 년의 시간과 그 속에 담긴 공간의 역사를 한 번쯤 떠올려 보시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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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이면 부산 해수욕장마다 수십만 명의 인파가 몰려든다. 파도에 몸을 맡기고 백사장에 누워 여름을 만끽하는 이 풍경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한국의 여름’이다. 하지만 이처럼 당연하게 보이는 일상이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점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한 사진엽서는 그 변화의 시작점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엽서 하단에는 ‘부산교외…송도해수욕장(釜山郊外…松島海水浴場)’과 ‘부산부 발행(釜山府發行)’이라는 문구가 인쇄돼 있다. 엽서 속 소나무 언덕 아래에는 목조 건물이 줄지어 있고, 많은 이가 해수욕을 즐기고 있다. 바다가 생존을 위한 ‘일터’에서 즐거움을 위한 ‘놀이터’로 재편되기 시작한 찰나의 기록이다.
1913년, 부산으로 이주한 일본인들이 지금의 송림공원 바닷가에 정자를 세우면서 개발이 시작됐다. 1922년부터 일대를 유원지로 만드는 공사가 본격화되어 1924년에는 해수탕 여관 운동장 등이 들어섰다. 부산부(釜山府)가 직접 나선 것도 이 무렵이다. 휴게소와 탈의장을 짓고 잔교와 다이빙 시설을 설치했으며, 남빈과 송도를 잇는 발동선을 운항했다. 1927년에는 별도 예산을 편성해 여성 전용 해수욕장까지 신설했다. 대한민국 1호 공설 해수욕장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본래 조선인에게 바다는 고기를 잡고 배를 띄우는 생산의 공간이었지, 놀이의 공간은 아니었다. 유럽에서 건강과 위생을 목적으로 시작된 해수욕 문화가 근대 일본을 거쳐 조선에 이식된 것이다. 해수욕은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식민 당국이 예산을 들여 조직적으로 장려한 근대적 레저였다. 부산 송도가 일제강점기에 이미 ‘동양의 나폴리’로 불린 배경이다.
해방과 전쟁을 거치며 송도의 성격은 다시 변했다. 부산이 임시수도였던 시절, 피란민들에게 송도는 전쟁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해방구가 되었다. 1960년대에 들어 케이블카와 구름다리, 다이빙대가 명물로 등장하면서 타의로 이식되었던 해수욕 문화는 비로소 우리의 정서와 어우러져 한국 고유의 여름 일상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수질 오염과 백사장 유실로 쇠퇴의 길을 걸었다. 설상가상으로 1987년 태풍 ‘셀마’는 송도의 상징이던 해상 다이빙대와 구름다리를 파괴했고, 케이블카마저 이듬해 운행을 멈췄다. 다행히 2000년대 대대적인 연안정비 사업으로 수중방파제를 설치하고, 2017년 해상 케이블카를 개통하면서 지난해 여름 300만 명이 찾는 명소로 되살아났다.
식민지 행정기관이 관광 홍보물로 찍어낸 엽서 한 장. 그 안에는 한국인과 바다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한 역설적인 순간이 담겨 있다. 올여름 송도 백사장을 밟을 때, 우리가 누리는 이 ‘당연한 여름’ 뒤에 겹겹이 쌓인 백 년의 시간과 그 속에 담긴 공간의 역사를 한 번쯤 떠올려 보시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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